쇼이스트가 허 화백과 계약을 맺고 ‘식객’을 영화와 드라마로 만든다. ‘식객’은 영화 한 편에 담기에는 에피소드가 방대한 작품이다. ‘대장금’ 같은 드라마라면 다 담을 수 있을 것이다. 원작료를 얼마나 받았냐고 묻자 대답을 피했다. 원작료는 적지만 흥행수익에서 일정 비율을 더 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허 화백의 작품 중에서 ‘비트’ ‘48+1’이 영화로, ‘망치’는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졌다.
수서역과 지하로 통하는 현대벤처빌의 ‘식객’ 산실에는 허 화백을 포함해 7명이 근무한다. 허 화백이 그림의 선을 그리면 색칠하고 배경그림을 그려넣는 직원이 4명, 비서 1명에 취재담당 직원 1명이다.
-일곱 식구가 먹고 살자면 부지런히 벌어야 겠군요.
“직원 월급과 화실운영비 외에 취재비도 들어갑니다. 처음 원고료 1500만원 받을 때는 화실 운영이 안 돼 벌어놓은 돈 까먹고 살았죠. 지금은 동아일보에서 월 2000만원, 파란닷컴에서 1000만원을 받아 그럭저럭 꾸려갑니다.”
원고료 수입 외에 단행본이 50만권 팔렸으니 인세로 3억원 넘게 들어왔을 테고 영화 원작료 수입도 짭짤했을 것이다.
-‘식객’의 독자층은 주로 어떤 사람들입니까.
“독자 폭이 꽤 넓어요. 일곱 살짜리 유치원생, 초등학생부터 나이 든 사람까지. 지난번에 에로틱하게 꿈꾸는 장면을 잠깐 집어넣었더니 주부한테서 전화가 왔어요. 이렇게 그리면 애들이 어떻게 만화를 보냐는 거였지요. 그래서 ‘이건 애들을 대상으로 한 만화는 아니지만 애들이 봐도 부끄럽지 않게 표현하겠다’ 하고 넘어갔죠.”
‘식객’은 본래 권문세가에 기식(寄食)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지만 만화에서는 ‘맛을 찾아다니는 협객’이라는 의미로 쓰인다. ‘식객’의 캐릭터는 ‘진수’와 ‘성찬’이다. 진수는 잡지사의 맛집 담당 기자. 성찬은 채소 생선 건어물 같은 음식재료를 트럭에 싣고 다니며 파는 상인. 한때는 고급 요릿집 ‘운암정’의 숙수(熟手) 자리를 다투던 최고의 요리사였다. 진수와 성찬은 사랑하는 사이이지만 육체적 접촉은 별로 없다.
지난 6월10일자(601회) ‘정어리쌈’ 최종회에서 처음으로 키스하는 장면이 나온다. 독자들은 ‘만화도 쿨한 분위기로 키스 신을 묘사할 수 있구나’ 하고 감탄했을 것 같다. 젊은 남녀가 3년 만나는 동안 키스를 한 번만 했으니 감질난다고 하자 허 화백은 “우리 안 보는 사이에 많이 했겠죠”라고 응수했다.
“그전에 ‘빙어’ 편에서 얼음판 깨뜨려 둘이 낚시할 때 키스를 시키려고 했지요. 한 회 연재분이 4페이지 분량이잖아요. 페이지 여분이 없었어요. 키스하는 것 때문에 한 회를 늘리면 4페이지가 키스로 침범벅이 돼야 할 판이지요. 그래서 못하고 그냥 넘어갔죠. 그래서 ‘정어리쌈’ 편을 기다렸다가 방파제에서 키스를 시킨 겁니다.”
-그 이상은 진전되지 않나요.
“독자들 상상에 맡겨야죠. 어린이 독자층 때문에 노골적인 섹스 장면은 넣을 수 없어요.”
그는 이 대목에서 “요즘 그거 굉장히 인기더만” 하며 문화일보 연재소설 ‘강안 남자’ 이야기를 꺼냈다.
“누군가 ‘조철봉이 땀 흘릴 때만 읽으면 된다’고 하더군요. 새벽부터 하루 종일 일만 하다가 오후 4, 5시 되면 나른해지죠. 그럴 때 삽화에 땀 흘리는 장면이 나오면 읽는 거지요.”
-1999년 간행물윤리위원회가 주최한 ‘청소년 보호와 유해간행물 심의’주제 공청회에서 “나이 쉰이 넘도록 성인만화 한번 못 그려봤다. 죽기 전에 제대로 된 성인만화 한번 그려보고 싶다”고 말했던데요.
“그전에는 아동만화, 청소년만화만 있고 성인만화는 거의 없었어요. 도서잡지윤리위원회에서 툭 하면 자르니까 제대로 그릴 수가 없었죠. 권투 시합을 세 쪽 이상 그리면 폭력물 결정이 내려지기 때문에 세 쪽 그리고, 다른 장면 한 쪽 집어넣고, 다시 권투 장면으로 넘어와야 했죠. 그런 웃기는 때도 있었어요. 심의에 눌려 사고의 폭이 제한받고 머리가 점점 딱딱해졌죠. 후배가 미국으로 이민 가서 ‘형님 여기는 심의가 없어요’라고 편지를 보냈어요. 위트 섞인 고급 성인만화를 그리고 싶다는 얘기였죠. 육감적인 만화는 잘 그리지도 못하지만 그리고 싶지도 않아요. 이제는 나이도 있으니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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