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시작부터 함께한 하얀색 맹도견 라브라도 리트리버. 영국산이라 ‘윈스턴 처칠’이라 이름붙였단다.

허 화백은 깡마른 편이다. 신장 175cm에 체중이 67kg이다.
“전에는 많이 먹었어요. 옛날에 만화계 사람들 회식하면 허영만 앞에 앉지 말라는 말이 있었어요. 쓸어먹으니까. 체질적으로 많이 먹어도 살이 잘 안 쪄요.”
-인생에 여러 가지 즐거움이 있잖아요. 돈 버는 즐거움, 출세하고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즐거움, 섹스 하는 즐거움…. 허 화백의 삶에서 먹는 즐거움이 차지하는 비중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는지요. 계량화(計量化)는 불가능하겠지만 그저 감으로 잡는다면….
“식욕, 성욕, 물욕, 명예욕 중에서 두 가지만 다룰 줄 알아도 도사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어려운 거죠. 얼마 전에 귀국한 김우중씨 기사를 흥미롭게 봤습니다. 점심 먹으러 가서 항상 자장면 같은 빨리 나오는 음식을 선택했다고 합니다. 그분에게 식사는 일할 에너지를 보충하는 칼로리원(源)일 뿐이지요. 그분이 돌아오면서 비행기 안에서 ‘이제는 설렁탕도 먹고 싶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저는 그분 생각과 반대예요. 음식을 대충 때우면 막 짜증이 나요. 그럴 수밖에 없죠. 라면도 제대로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거잖아요. 음식을 시켰는데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것 같을 때는 정말 짜증나요. 잘 먹으면 기분이 좋아 일도 잘되죠. 좋은 음식을 먹으면 다음 끼 먹을 때까지 입에 향이 남아 있어요. 먹는 즐거움이 인생의 행복에서 한 2할5부는 차지할 것 같습니다.”
-먹는 즐거움이 2할5부라면 나머지 7할5부는 뭔가요?
“제 경우에는 성취욕이 크다고 봐요. 캐나다에 이민 간 친구가 만날 골프 쳐서 행복하다고 하지만 성취감이 없는 삶이 과연 사람 사는 걸까요?”
-만화가의 성취욕은 어떤 데서 생기나요.
“열심히 그려서 반응이 좋으면 성취감이 들죠. 반응이 없으면 영 김새지요. 논설위원도 사설이나 칼럼 쓰고 그런 기분 안 느끼나요?”
필자가 “마찬가지”라고 맞장구 치자 그는 “집에서 부인네도 정성스럽게 밥해서 식구들이 맛있게 먹으면 비슷한 성취감을 맛볼 거예요”라고 말했다.
초청한 음식점엔 안 간다
요즘은 지방자치단체마다 주민의 수익을 향상시키는 토속 음식을 홍보하기에 바쁘다. 안동 간고등어, 고창 복분자주, 포항 과메기, 순창 고추장, 영덕 대게, 영광 굴비, 흑산도 홍어, 파주 황복….
-정장식 포항시장이 과메기를 잘 소개해줘 고맙다고 준 감사패가 화실에 있군요. 지방자치단체나 음식점에서 ‘식객’에 소개해달라는 부탁을 많이 하는가요?
“부탁 받고 그린 적은 없습니다. 그런 데는 안 갑니다. 초청할 때는 계산이 깔려 있고, 가면 끌려다니게 되죠. 과메기를 다뤘더니 포항시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겨울철만 되면 담당 공무원들이 전국적으로 과메기 홍보하러 돌아다니는데 동아일보에 나와 홍보가 잘 됐노라고. 그런데 패만 보내주고 과메기는 안 보내주더군요.”
-‘요리하는 남자’ 편도 있던데요. 요리는 할 줄 압니까.
“우리 세대는 부엌에 들어가면 할머니나 어머니한테 혼났잖아요. 요즘 맞벌이 부부는 가사를 반분하더라고요. 저는 생선회는 잘 떠요. 낚시를 많이 다녀서.”
-‘식객’은 언제까지 연재할 계획입니까.
“동아일보에서 안 잘리면 3년은 더 연재하려고 합니다. 1년에 단행본 3권 분량이 나오니까 한 20권 만들 수 있겠지요. ‘맛의 달인’이라는 일본 요리만화는 100권이 넘었죠.”
   (계속)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