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2단계 때 흔히 겪는 몇 번의 ‘좌절’을 적절히 즐겨야 한다는 충고도 잊지 않았다. “아무리 많이 공부해도 실력이 별로 늘지 않는 것 같다고 느낄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오히려 ‘고지가 얼마 안 남았다’는 확신을 갖고 미련하게 정진해야 한다. 영어실력이란 꽤 긴 간격을 두고 한 번씩 비약적으로 오르는데, 말하자면 매일 일정량의 바람을 주입하다보면 풍선이 부풀다가 어느 순간 터져버리는 상황과 비슷하다. 터질 때가 되면 본인이 실력이 늘었다는 것을 직감한다.”
토종 영어로 외국 수재들을 가르치다
박 의원이 내세우는 3단계 ‘응용’은 영어가 물처럼 흐르는 ‘자유회화(free talking)’의 단계다.
“프리 토킹의 핵심은 ‘영어로 생각하는 것’이다. 한국어로 먼저 생각하고 이를 영어로 옮겨 말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은 없다. 두 가지 언어를 DNA 접합하듯 꽈배기처럼 병렬 내통해야 한다. 응용의 단계는 생각의 모드를 영어로 바꿔, 영어의 바다를 자유롭게 헤엄치는 단계다. 이 단계가 되면 원어민을 만나도 당황하지 않게 되며, 틀린 표현을 사용하더라도 교정하기 쉽다.”
그는 이 시점부터 영영사전을 본격적으로 사용할 것을 권한다. “영한사전만 보다보면 ‘A는 B이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기가 어렵다. 어느 정도 실력을 쌓은 다음에는 영영사전에서 보는 단어가 한국말로는 어떻게 번역될지 혼자서 고민해보는 ‘역발상’이 중요하다. 그래야 표현별로 미묘한 뉘앙스 차이를 숙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국 말로는 engagement를 ‘포용정책’이라고 번역하지만 이를 영어적으로 좀더 가깝게 해석하자면 ‘원칙 있는 대화정책’이 된다. 영한사전만 보다보면 이런 영어적 상상력에 대한 제한을 받는다는 것이다.
응용의 단계로 진입하는 길목은 좁고 어렵다. 그 역시 학창시절부터 외무고시 합격 이후까지 꾸준하게 영어실력을 쌓았지만 숙달에서 응용의 단계로 넘어가는 데는 그전 단계들을 거칠 때보다 더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해군장교로 만기 제대한 뒤 26세 때인 1983년 유학을 떠났다. 국비 장학생으로 뽑힐 만큼 영어실력이 있었지만, 그와 부인 모두 외국에 나가 사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는 하버드대와 옥스퍼드대를 거치며, 자존심이 닳아서 없어질 만큼 교수들에게서 수없이 지적을 받았다고 했다.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MPA(공공정책학 석사) 과정에 반기문 현 유엔사무총장과 함께 입학해 공부하던 때였다. 리포트를 제출하면 빨간 펜으로 교정받는 것이 다반사였고, 어느 날엔가는 리포트가 빨간색으로만 뒤덮이기도 했다. 그는 밤을 새워가며 지적 사항을 하나하나 익혔다고 했다.
그는 영작이나 영어 에세이 쓰기 연습에 대해 “사실 이 부분만큼은 한국인들보다는 네이티브 스피커들에게 교정을 받는 게 가장 좋다. 나도 유학 가서 실력이 눈에 띄게 는 부분이 영어 라이팅(writing)이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요즘은 유학 가지 않고도 충분히 영작 실력을 쌓을 수 있다는 게 그의 말. 그는 “인터넷 검색창에서 ‘essay’와 ‘correction’을 치면 원어민들도 이용하는 영어 에세이 전문 첨삭지도 사이트들이 뜬다. 이런 사이트들에 자신의 글을 보내 피드백을 받는 게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실력이 어느 정도 궤도에 이르지 못했다면 우선 남이 쓴 글들을 ‘모방’해보는 게 순서다. 공부하며 정리해둔 인상 깊은 표현들을 응용해도 좋고, 아니면 잡지의 어느 한 페이지를 따라 적어가며 영미권 스타일의 글쓰기를 체득하는 방법도 좋다. 다만 앞서 독해 때도 마찬가지였듯이, “왜 이런 표현을 썼고, 이렇게 씀으로써 작자는 어떤 효과를 노렸을까”를 끊임없이 자문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단순히 ‘영어 펜맨십(받아쓰기)’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그는 충고한다.
숙달된 회화를 위해서 그는 “외국의 일대일 대담 방송 프로그램을 구해보고 거기 나오는 표현들을 따라 해보라”고 충고한다. 계속 하다보면 하다못해 말을 머뭇거릴 때 쓰는 말부터 해서, 남의 말을 적절히 수긍하면서 자기 주장을 펴는 유형화한 문장 정도는 자연스럽게 구사할 수 있게 된다는 것.
많은 사람이 고민하는 ‘발음’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그는 “어차피 원어민과 똑같이 구사할 수는 없으나, 영어를 큰 소리로 따라 하는 과정을 반복하다보면 ‘영어 근육’을 자연스럽게 연마할 수 있고 그러다보면 리듬이나 악센트가 비슷해지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발음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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