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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 의원(가운데)은 문민정부 시절 김영삼 대통령의 통역을 전담했다. 경기고 재학시절 영어경시대회에서 1등을 도맡아 했고, 영국에서 대학 교수생활도 했다. 영미권 주류인사들도 그를 ‘영어의 귀재’라고 평가한다.
부분이든 전체이든 반복이 중요한데, 이 역시 멍하니 시간만 잡아먹기보다는 짧은 시간이라도 집중해서 듣는 게 중요하다. 그는 음악방송, 일기예보, 뉴스로 점차 수준을 높여갔고, 다양한 소재를 섭렵하는 중에 단어실력도 부쩍 늘어갔다.
모방의 단계에서 익힌 단어와 구문을 이처럼 시사잡지 읽기를 통해 내 것으로 만들고, 영자신문 구독과 영어 라디오 방송 청취로 입과 귀를 트이게 하는 것이 ‘숙달’의 단계다. 숙달의 단계에 들어서면 서서히 자신감이 붙기 시작한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영어가 머릿속에서 들리기 때문이란다. 밤에 자면서 영어로 꿈을 꾸기도 하고 심지어 영어로 잠꼬대를 하기도 한다.
‘영어 근육’ 만들고 단련해야
숙달의 단계에서 그가 선택한 또 하나의 방법은 ‘자막 없이 영화 보기’였다. 영화에서는 실제 통용되는 생활영어를 배울 수 있다. 평소 접하기 힘든 속어(slang)를 배울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영화를 통해 배운 적절한 속어는 실제 생활영어에서 도움이 됐다. 특히 코미디나 오락 프로그램을 보려면 어느 정도의 슬랭 지식이 요구된다.
그는 영화 ‘대부’ ‘007 제임스 본드 시리즈’ 등의 대본을 사서 혼자 공부했고, 그러던 중 리처드 기어 주연의 ‘사관과 신사’를 보고 해군장교에 대한 환상이 생겨났다. 실제로 영어 때문에 그는 해군장교가 되어 또 인생이 바뀌었다고 한다.
그는 영화를 보면서 ‘영어공부’라는 부분을 지나치게 의식하면 오히려 동기유발요인이 떨어지므로, 최대한 즐기면서 공부할 것을 주문했다. 나중에 다시 대본을 보면서 표현을 확인할 때는 감동적인 장면이나 재미있었던 부분만 골라 선택적으로 학습하는 게 지루함을 덜 방법이라는 것.
영어 소설을 읽는 것에 대해 그는 “쉽고 재미있으며 가벼운 소설을 골라 읽는 것이 효과적이다. 한글 번역판을 적절히 활용한다면 영어 소설과 더 친숙해질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또한 ‘영어 근육 양성’을 강조한다. “야구 골프 축구 농구 등 집중력을 요하는 운동선수들에게 요구되는 능력 중 하나가 바로 근육의 기억(muscle memory)이다. 영어는 입 운동이다. 숱한 반복으로 훈련의 성과를 입의 근육이 기억할 때 비로소 자신의 기술로 승화될 수 있다. 머리가 아닌, 입 근육과 몸 전체로 영어를 기억하라는 것이다.”
그는 “한국말도 오래 사용하지 않으면 입이 잘 떨어지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근육이 기억을 해야 모방한 단어가 살아 있는 단어(active vocabulary)로 남게 된다”고 덧붙였다.
“모방에서 숙달의 단계로 넘어갈 때 많은 사람이 좌절한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멈춰버린다. ‘역시 남의 나라 말이니까 안 돼’라고 체념하면서. 이 단계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은 자신있게 말하고, 자신있게 틀리는 것이다. 상대방이 잘 알아듣지 못했을 경우엔 “You know what I mean?” 식으로 표현을 살짝 바꿔 다시 말해보는 응용력을 발휘해야 한다. 절대 기죽을 필요가 없다. 영어 문법은 웬만한 외국인보다 한국인이 한 수 위이기 때문이다. 또한 틀렸을 때 옆에서 지적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영어 표현의 실수를 그때그때 고쳐주는 외국 친구들이 있으면 더욱 좋다.”
틀리는 것을 두려워하다보면 결코 입에서 제대로 된 영어가 나올 수 없다. 틀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틀린 것을 다시 틀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영어는 용감한 자에게 다가온다.
그의 경우 틀린 것을 다시 실수하지 않기 위해 ‘실수 목록(error list)’을 준비했다. 공책에다 틀렸던 단어, 문법, 구문을 꾸준히 정리하고 이를 반복 학습했다. 활용하기 어려운 구문은 아예 통째로 외워 나갔다.
숙달의 단계는 영어 공부의 결정적 ‘돌파구’다. 이 2단계를 잘 넘기면 영어로 생각하는 마음의 벽(mental wall)이 뚫리는 것을 경험한다. 이때쯤이면 즐거운 마음으로 영어가 입에서 그냥 튀어나온다. “By the way”나 “I’m wondering if…”나 “Having said that…” 같은 표현들이 입 속에서 맴돈다고 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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