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말은 이러했다.

결혼 생활 15년이 다 되어가는 데 나의 현재위치가 무언지 모르겠다. 두아이 곧 중학교, 초등학교에 다니면서 아침부터 밥 해먹이고 준비물 챙겨주고 전쟁같이 아침을 보내고 나면 쌓이는 것은 설겆이 거리요. 보이는 것은 거실과 방의 치울 것들 뿐이라. (어느집인들 안그럴까 마는) 커피 한잔 마실 시간없이 오전에 빨래며 집안청소에 보내다 애들 학교에서는 무언 청소며 오라는 것은 많은지. 학교 다녀온 아이들 뒷치닥거리하랴. 내 강사 시간 보내랴. 오후는 어떻게 가는 지 또 저녁은 어떻게 뭘 먹어야 하는 지 하는 일 없이 또 소중한 하루가 또 간다는 것이 가장 큰 고통이라는 것이다. (반박을 하고 싶었다. 어느 집이나 그렇지 않은 집들이 어디있냐고 말하고 싶었지만 꾹 참고 들어 주었다.)  하루가 너무 빨리가고 난 표시나지도 않은 이 집안일과의 싸움에서 언제나 지친다는 말이었다. 아니 사랑하는 가족들을 위한 일인데 그런것도 못참고 어떻게 이 세상을 살려한다는 말이냐. 여자의 역활이라는 것이 그런게 아니면 무어라는 말이냐?    아내는 자신의 존재의 이유를 찾고 싶었던 것이다.

 

나는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리고 먼저 사과의 말을 건넸다.

"당신이 요즘 그렇게 힘든 줄 몰랐어. 웃고 있지만 그 웃음이 참된 웃음이 아니고 힘든 몸부림이었다는 것에 정말 미안함을 느꼈다. 그래 당신에게 아내와 엄마라는 큰 짐을 지게 하고 같이 나누지를 못했네. 내 입장만 생각하고 내 방식으로만 당신을 이해하려 했어. 알량한 그 생활비 벌어다 준다는 핑계로 당신의 힘듬과 고통을 나누지 못함을 내 진정 사과할게. 내 오늘 당신 이야기를 들으니 내가 얼마나 부족한 사람인지, 앞으로 어떻게 당신에게 해야 할지를 알았어."

나는 비로소 느꼈다. 가족이라는 게 무엇인가? 남편과 아빠의 자리를 어떻게 해 왔는가? 내가 잘 했다고 자부하고 해온 지난일들 중 다시금 반성과 해나갈 날에 맑은 공기가 뇌리를 스쳐갔다. 아내와 2시간 가까이를 대화를 나누었다. 나는 거의 듣기만 했다. 경청하고 고개를 끄덕여주고 그 말들에 때로는 긍정을 해주고 때로는 반론과 의견을 제시했다. 그래도 전문의를 알아볼 몇일을 달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그런데 몇일후 아내에게서 변화가 일어났다.

" 나  이제 다 낳은 것 같아. 우울증이네. 여러 머리 아팠던 일들이 하나도 아프지 않아! 당신하고 그 날 몇시간 이야기 한 이후로 아무렇지도 않아! " 참으로 복되고 감사한 말이었다. 내심 나는 얼마나 근심하고 마음이 안좋았는데. 얼마나 반성하고 자책도 했는데..   그랬다. 아내는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진정 필료했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봐주길 바랬다. 아내는 진정으로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과  내모습 그대로 봐주는 사람을 진심으로 원했던 거다. 나는 그 사람이 되어준 것이고 그리하여 아내의 힘들었던 마음의 병이 경청과 배려의 대화로 치유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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