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을 알고 융화하는 게 중요

CNN의 토크쇼 진행자 래리 킹은 저서 ‘대화의 기술’에서 말 잘하는 사람들의 8가지 공통점으로 ①사물을 보는 신선한 관점 ②일상을 뛰어넘는 광범위한 시각 ③적극성 ④항상 자기 이야기만 하지 않음 ⑤호기심 ⑥상대방과 공감대 형성 ⑦유머감각 ⑧자기만의 화법을 들었다.
-김형은 관객과 커뮤니케이션을 잘하기 위해 어떤 점에 특별히 신경을 씁니까.
“관객을 알고 융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대학축제 사회를 볼 때는 급한 스케줄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두 시간 전에 그 학교에 갑니다. 학생들이 족구 농구 축구를 하고 벤치에 앉아서 책 읽는 모습을 살펴보는 거죠. 교훈도 알아놓고 대자보에 붙은 글들도 읽어봅니다. 꼼꼼하게 학교 분위기를 파악하는 거죠.
래리 킹 표현을 빌려오자면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노력이라 할 수 있죠. 학생들이 공감하는 얘깃거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총학생회장을 무대 위로 불러내 ‘삭발했네요. 대자보 보니까 등록금 때문에 그런 모양인데 잘될 겁니다. 두상이 참 예쁘네요’라고 말하죠. 다음에는 총장도 불러내 의견을 들어봅니다. 그리고 둘이 악수하게 하고 술 한잔하라고 밖으로 내보냅니다. 눈높이를 맞춰주고 관객들하고 자꾸 섞여야 합니다. 무대하고 객석이 멀면 안 좋습니다. 저는 객석에 내려가서 인터뷰하길 좋아합니다.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과 사고의 높이를 같이하기 위해서죠.
레크리에이션 강사들한테 강의한 적이 있는데, 거기서 관객을 사랑하는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야 소명의식이 생긴다고요. 총학생회나 방송국에서 출연료를 주지만 사실 그 돈은 관객과 시청자에게서 나오는 것입니다. 이분들의 지원이 없으면 어떻게 무대에 설 수 있겠습니까. 공연 마치고 나서 시간을 버렸다는 느낌이 아니라 시간을 함께했다는 느낌이 들 수 있도록 만들어주어야 합니다.”
영천에서 단포초등학교 다닐 때는 수재 소리를 들었다. 초등학교 6학년때 담임교사가 우수한 아이를 시골에 놓아둬서는 안 된다고 어머니를 설득해 대구로 전학을 갔다. 딸들은 공부시키지 못했지만 외아들 제동만은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는 집안의 암묵적 합의가 있었고 어머니의 의지도 강했다.
대구로 가서부터 성적이 떨어졌다. 공부 잘하는 학생이 너무 많더라는 것이다. 국어 영어는 잘했는데 수학은 완전 ‘꽝’이었다. 중고등학교 다닐 때는 성적이 중간 정도였다.
김제동의 눈은 뱀장어 눈이다. 전형적인 북방계 몽골리안이다. 시력은 좌우 0.2. 그렇지만 뱀장어 실눈은 그가 출세하는 꼬투리가 되었다. 김제동의 끼를 최초로 발굴한 사람은 대구 향토사단 훈련소 중대장이었다.
2군사령부 문선대 생활
-연예계 생활도 안해본 사람이 2군사령부 문선대에는 어떻게 들어갔습니까.
“나는 독자(獨子)인 데다 아버지 안 계시고 어머니는 연세가 많으니 군면제 사유에 해당됩니다. 그런데 어머니가 남자는 군대에 다녀와야 한다고 했어요. 그래도 나 같은 사람은 18개월 단기복무 대상입니다.
훈련소 있을 땐데 무척 더운 날 교관과 조교가 제의를 했어요. 누구든지 나와서 웃기면 1시간 훈련을 빼주겠다고. 훈련병들이 전부 경직돼 있어 결코 쉽지 않을 일이었죠. 난 너무 더웠고 훈련받기 싫었어요. 그래서 나가서 30분 정도 교관과 조교 흉내를 냈는데 반응이 좋았습니다. 중대장이 문선대에 가라고 추천했죠.
문선대에 들어가려면 기타나 드럼 같은 악기를 잘 다루거나 레크리에이션 강사 자격증이라도 있어야 하거든요. 나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단지 ‘생긴 게 웃긴다’는 이유로 뽑혔습니다. 안경을 벗어봐라 해서 안경을 벗었는데 고참들이 자지러지게 웃었습니다.
첫 공연에서 맡았던 역할이 뭔지 아세요. 사회자가 얘기를 하다가 재미없으면 나를 보고 ‘안경 벗어’합니다. 그러면 가만히 서 있다 안경을 벗는 역할이었죠. 군인들이 무척 웃었습니다. 짧은 군생활이었지만 많은 걸 배웠죠.”
그는 문선대 공연에서 MC로 데뷔해 극한상황에서 사회 보는 법에 숙달했다.
“사병 1500명이 먼지 날리는 곳에 앉아 있다고 생각해보십시오. 달랑 마이크 하나만 줍니다. ‘반갑습니다’ 하면 웃지도 않고 전부 멍하니 쳐다보고 있습니다. 정말 웃기기 힘든 상황이죠.
무조건 그 부대에서 가장 높은 사람부터 족쳐놓고 시작합니다. 계급장을 떼놓는 거죠. 대대 행사면 대대장, 사단행사면 사단장, 군사령부 행사면 사령관님까지 무대에 올립니다. 그때 내가 일등병 때였죠. 사단장한테 ‘오늘은 마음껏 놀아도 되겠습니까. 사실 영창 갈 각오로 말씀드리는 겁니다’고 말하면 사단장이 빙그레 웃어요.
‘사단장님, 오늘 노래 잘하는 분 있으면 무조건 휴가 보내준다고 약속해 주십시오. 사단장님이 직접 심사해주세요. 잘하면 엄지손가락, 그저 그렇다 하면 주먹, 노래하는 거 보니까 영 안 되겠다 하면 그어주세요(손가락으로 목 자르는 액션). 목숨 걸고 한번 놀아보겠습니다. 대신 오늘 이 두 시간만큼은 어떤 일이 벌어져도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약속해주십시오. 제 말에 동의하시면 사단장님 박수 한번 쳐주시기 바랍니다.’
사단장이 박수치고 그 옆에 대령 중령들이 따라서 박수를 치면 그날 분위기는 끝납니다. 상명하복 체계의 조직에서는 일단 제일 높은 사람한테 허락을 받아놓고 군인들이 좋아하는 휴가증을 상품으로 걸어야 합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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