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는 전혀 없습니다. 왜냐하면 내 직업에 너무나 잘 맞으니까요. 대학축제에서 MC를 하며 함부로 말할 수 있었던 것도 키 182cm에 근육질 꽃미남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내가 학생들을 놀려도 돌멩이 날아오지 않고 마구 웃습니다.
‘여러분 내 얼굴 봤죠. 안경 봤죠. 제가 어떻게 살아왔겠어요. 여기 앞에 계신 분은 웃으시면 안 돼요. 같이 슬퍼해야지….’
그러나 농담을 하면서도 주의합니다. 내가 무심코 뱉는 말 한마디가 그 사람한테는 평생의 상처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행사에서 내게 당한 사람은 반드시 그날의 영웅으로 만들어줍니다. 그분하고 사진도 찍고 선물도 제일 많이 주고.”
-공포영화 ‘령’에 나오는 여배우 남상미가 김형을 이상형이라고 했던데요. 인터넷에서 남상미 사진을 찾아보았더니 꽤 깜찍하고 상큼한 여성이더군요.
“네, 어제도 같이 방송했는데…. 그런 생각을 갖고 있어선지 나한테 조금 불편해하는 거 같아서 일부러 친하게 대해줬습니다. ‘야, 나 좋아한다고 했다며’라고 말하니까 남상미가 기어드는 목소리로 ‘예, 그래요’하고 대답해요. ‘알았어. 결혼은 언제 할 거야’ 하고 말았죠. 나이가 열 살 차이 나는데요.”
술집 아르바이트와 막노동
-좋아하는 여성상이 있다면….
“나보다 말수가 많고 쾌활하고 활달하고 장난 잘 치는 여성이면 좋겠습니다. 얼굴은 나하고 안 닮았으면 좋겠습니다. 이쁜 것까지는 바라지 않고요.”
-유명해지고 나서 달라진 게 뭡니까. 조영남씨가 ‘주간동아’에 쓴 글을 보니 큰길을 걷거나 압구정동 명동같이 번화한 곳을 어슬렁거릴 때는 둥그런 검정 뿔테 안경을 벗고 운동모자를 푹 눌러쓰고 다닌다고 하던데요. 얼굴이 많이 팔려 사람들이 시도 때도 없이 알아보고 접근해 사생활이 없고 피곤하다는 거지요.
“서울 땅에서 누군가가 나를 알아보는 게 신기합니다. 나는 워낙 특이하게 생겨서 안경을 벗으면 더 잘 알아봅니다. 요즘에는 내가 먼저 ‘안녕하세요!’하고 선수를 쳐 그분들이 놀랄 때 얼른 지나갑니다. 노하우가 생긴 거죠.”
그는 딸만 내리 다섯인 집안의 막내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6타석 1안타를 쳤다고 동네잔치를 사흘이나 벌였다. 그러나 안타를 날린 흥분이 과했던지 제동이 백일도 되기 전에 뇌출혈로 세상을 떴다.
필자는 김제동이 태어난 마을 이야기를 듣다가 묘한 인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제동의 고향마을은 3사관학교 후문 바로 뒤에 있는 가난한 시골이었다. 그 마을에 3사관학교에 근무하는 군인들을 상대로 라면 통닭 소주 막걸리를 파는 민가가 여럿 있었다. 필자는 3사관학교 이등병 시절 작업트럭을 타고 나갔다 일을 마치고 돌아올 때 그 마을에 들러 고참들과 함께 사제(私製) 라면과 소주 한두 잔을 걸치곤 했다. 1974년생인 김제동이 아마 서너 살 때였을 것이다. 세상은 좁다.
“이런 얘기 하기 그렇지만 누나들은 고등학교 정규과정을 이수하지 못했습니다. 공장생활하면서 배턴 터치하듯 나를 키웠습니다. 공장 다니던 첫째누나가 시집가면 둘째누나가 물려받아 생계를 꾸리고 셋째누나, 넷째누나, 다섯째누나…. 나는 어릴 때 아이들이 ‘공순이’라는 표현을 쓰면 무조건 싸웠어요. 우리 누나들을 직접 지칭하는 말이 아니어도 참지 못했죠.”
김제동은 대구 달성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집안의 실질적인 가장이었다. 학비는 스스로 벌어서 썼다. 술집에서 맥주 나르는 아르바이트도 했고, 방학 때는 도로공사장에 나가 막노동을 했다. 자연히 공부와는 거리가 멀어졌다. 2년제 계명문화대학을 1992년도에 입학해서 2002년에 졸업했다.
-세계적인 코미디언 가운데는 불우한 성장기를 보낸 사람이 많습니다. 희극왕 찰리 채플린은 다섯 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마저 정신병원에 입원하는 바람에 보육원에 들어갔지요. 커서는 유리상점 직공, 이발사를 전전했어요. 작년에 타계한 보브 호프는 네 살 때 영국에서 부모 품에 안겨 미국으로 건너와 신문팔이, 구두공장 직원, 골프장 캐디, 아마추어 복서 등 안해본 일이 없습니다. 물건을 훔쳐 감옥살이도 했지요. 이주일씨도 어느 날 갑자기 뜨기 전까지는 끼니를 걱정할 정도의 생활을 했습니다. 울어보지 않은 사람은 남을 웃길 수가 없다는 말이 있어요.
“눈물과 웃음은 통한다잖아요. 아주 기뻐서 눈물이 날 때가 있어요. 슬픔이 심연에 도달해 더 내려갈 데가 없으면 어이없어 웃게 되잖아요. 극과 극은 통하는 거지요. N극과 S극이 만나야 끌어당기는 겁니다. 광대 분장을 보면 입에는 아주 과장된 웃음이 그려져 있고 눈에는 눈물 방울이 찍혀 있습니다. 많이 울어본 사람만이 상대방한테 눈물을 숨기고 웃음을 줄 수 있는 거 같아요. 보브 호프 얘기도 공감이 가네요.”
   (계속)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