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딱하게 굳어 있던 북한 관객들은 공연 후반부로 갈수록 긴장을 풀고 호응했다.

조용필은 ‘돌아와요 부산항에’ 이후 정규 앨범을 22장 냈다. 기획 앨범이나 라이브 앨범은 훨씬 많다. 그가 취입한 노래는 210곡 가량. 앨범은 지금까지 1500만장 가량 팔렸다.
-인터넷 시대에 불법 다운로드가 많아 이제 음반이 옛날같이 안 팔리죠.
“우리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음반시장이 거의 죽었다고 봐야죠.”
-그걸 뚫고 나갈 방법이 없을까요.
“방법이 없어요. 힘듭니다. 지금은 젊은 음악 팬들이 앨범 단위로 사지 않고 곡 단위로 구입합니다. 자기가 안 좋아하는 곡이 든 앨범은 살 필요가 없다는 거죠. 기념으로 앨범을 사는 사람도 있지만 그 숫자는 많지 않아요. 500원이나 1000원씩 내고 여러 곡을 다운로드해 자기 나름대로 편집해서 각자의 앨범을 만드는 거죠. 우리나라처럼 컴퓨터와 인터넷이 발달한 나라에서는 그런 현상이 첨단을 걸어요. 불법 다운로드도 많고요. 신문에 얼마 팔렸다고 기사가 나오지만 그건 믿을 수 없죠, 홍보 차원의 숫자니까.”
-1990년대를 거치면서 노래가 방송용에서 무대용으로 발전했다는 평가가 있더군요.
“1980년대까지는 TV에 의존했지만 1990년대 들어서서 무대로 옮겨갔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공연문화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낮았지요. 공연 가수로 성공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한번 도전해보고 싶었어요. 가수가 롱런 하려면 무대에서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나만의 철학이 있었죠. 그런 이유로 방송을 기피했어요.
처음엔 힘들었죠. TV에 나오던 사람이 갑자기 그만두면 어떤 현상이 나타나겠습니까. 조용필 시대가 막을 내렸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당연하죠. 늘 보던 사람이 안 나오니까. 가끔이라도 나오면 새롭게 부각될 수도 있겠지만 늘 나오던 사람이 전혀 안 나오니 일단 대중한테서 점점 멀어져간다는 두려움이 생겼죠. 그런 위험을 무릅쓰고 무대로 갔습니다. 잘못 되면 지금까지 해온 게 다 허물어지는 거죠. 그걸 극복하는 데 3년 정도 걸렸어요. TV 출연을 중단하고 나서 지방에 가면 때로 손님이 반밖에 안 오는 때도 있었죠.”
-TV 금단(禁斷)현상이었군요.
“그런 경우겠죠. 지금은 TV에 안 나오니 공연장으로 가야 볼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제 공연장에 오히려 더 많은 사람이 몰립니다.”
조용필은 낯가림이 심해 처음 보는 사람과는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다. 원고지를 100매 이상 메워야 하는 인터뷰인데도 답변을 길게 하는 경우가 적었다. 그리고 말투도 약간 어눌했다. 답변을 쥐어짜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조용필은 인터뷰 중간에 껌을 꺼내 씹었다. 담배를 끊은 지 얼마 안 돼 그러려니 하고 생각했다. SBS에서 방영한 평양 공연 다큐멘터리에서도 조용필이 공연 관계자들과 회의를 하면서 껌을 씹는 모습이 나왔다. 나름대로 긴장을 푸는 방법인 것 같기도 했다.
인터뷰어를 조금 만만하게 보고 편안하게 이야기해보라는 뜻에서 “제가 음악을 잘 몰라 가끔 무식한 질문을 해도 이해해주세요”라고 말했다. 조용필은 “하도 그런 경우가 많아서 괜찮아요”라고 받았다.
55kg의 ‘작은 거인’
-립싱크 가수들은 기계가 노래를 대신 해주고 춤만 춥니다. 비디오용 가수죠. 그런 현상이 마음에 드나요.
“노래 기계가 너무 발달했어요. 사람이 할 일을 기계가 하는 거죠. 그러기 때문에 자꾸 기계한테 의존하는 시대가 됐어요. 이러다가는 로봇 가수도 나오겠어요. 아무렇게나 불러도 기계를 거치면 완벽한 음이 되거든요.”
-저 같은 음치가 노래해도 그럴까요.
“가수처럼 될 수 있어요. 듣기와 보기의 비중이 옛날과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댄싱도 잘해야 인기를 얻죠. 이게 시대의 흐름이라고 봐요. 꼭 나쁘게만 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대중의 인기를 얻는 것은 그 사람한테 매력이 있기 때문이죠.”
-무대엔 몇 살까지 설 작정입니까.
“그건 정말 몰라요. 언젠간 스스로 결정해야죠. 이젠 도저히 안 되겠다 싶으면 그만둬야지….”
-체력이 중요합니까.
“물론이죠. 체력이 달리면 일단 그만둬야 해요. 체력이 안 되면 보는 사람들이 실망하죠. 청중이 ‘아, 저 사람도 이제 안 되는구나’ 하고 생각할 때쯤 관둬야죠.”
조용필은 하루 두 갑씩 피던 담배를 끊었다. 고등학교 때 피기 시작한 담배를 끊자면 고통이 심할 것이다. 체중이 너무 줄어 살을 찌울 요량으로 금연했다고 말했다.
“담배 끊은 지 5개월 돼 가는데 5kg 늘었어요.”
현재 몸무게가 얼마나 되냐고 묻자 “그건 좀 그래요” 하며 대답하지 않았다. ‘동아일보’ 허엽 위크엔드 팀장한테 들은 대로 55kg이냐고 묻자 “맞습니다”라고 말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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