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리 위주’ 공부가 주효
2003년 12월 사법시험에 최종 합격하기까지 그는 2001년과 2002년 두 번 고배를 맛보았다.
“2002년에 불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는 몸도 마음도 정말 지쳐 있었습니다. 예순이 훌쩍 넘은 어머니께도 죄송했고, 2000년에 행정고시에 합격한 동생에게도 면목이 없었죠. 많이 지치고 힘들었지만, 제 자신이 풀어지는 게 싫어 불합격 소식을 들은 날도 곧장 도서관으로 갔어요.”
아무리 ‘공부가 가장 쉬웠다’는 그이지만, 두 번의 실패로 인한 좌절과 사법시험의 방대한 공부량은 그를 힘들게 했다. 그래도 흔들리지 않았다. 쉬운 길을 골라가지도 않았다. 고시생 대부분이 신림동의 학원 수업에 의존해 요령껏 공부하는 것과 달리, 그는 착실하게 ‘원리 위주’로 공부했다. 1, 2년 먼저 합격하는 것보다 법률을 온전히 이해하고 제대로 공부하는 게 중요하다는 스승(서울대 법대 양창수 교수)의 가르침을 지표로 삼았기 때문이다.
“학교 전공 수업 위주로 공부했어요. 그리고 대부분의 법대생들이 학원에 의존하면서 법 원문은 읽지 않고 요약본 판례를 읽는데, 저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판례를 꼼꼼히 읽었어요. 법원 공보를 찾아 읽고, 교재 각주에 달린 판례도 거의 다 찾아 읽었죠. 법원 도서관 판례 모음집 CD도 구입해 읽었고요.”
하나씩 새로운 것을 알아갈 때 그는 행복했다. 그리고 공부만큼 재미있는 일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그는 변호사를 목표로 삼으면서 학자를 꿈꾸기도 했다. 그 마음은 지금도 변함이 없어, 기회가 되면 대학원에 진학해 공부를 계속 하고 싶다고 한다.
고백 한 번 못한 짝사랑
사법시험에 합격하자 주위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이제 결혼해야겠네”라고 했다. 그럴 때마다 “아직 결혼할 생각이 없다”고 응수했다. 그러나 솔직한 마음은 “결혼할 생각을 하지 않은 게 아니라, ‘감히’ 못한 것”이라고 털어놓는다.
“결혼하면 가장이 되고, 가장이 되면 바깥에서 부는 어떤 바람도 막아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고루한 생각인가요? 그런데 제 앞가림도 제대로 못하는 처지에 결혼은 꿈도 꿀 수 없었죠. 누추한 인생에 누구를 끌어들이겠어요? 그건 제 자신이 용납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대학시절 마음에 둔 과 후배가 있었지만 고백하지 못했다. 그의 나이가 적지 않은 터라 좋아한다는 고백은 곧 결혼을 의미하는 것이기에 더더욱 그러지 못했다. 서른다섯 살이 되도록 연애 한 번 못해본 그가 요즘, 친구 아기 돌잔치에 초대받거나 나들이 나온 가족들을 보면 그렇게 부러울 수 없다고 한다.
“괜찮은 직업도 갖게 되고, 생활도 어느 정도 안정이 되니까 가정을 이루고 싶은 ‘욕심’이 조금씩은 생기네요.”
‘햇병아리 변호사’ 장승수가 변론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진실의 무게’다.
“제 자신이 ‘유죄’라고 판단하는데, 무죄라고 변론한다고 해서 진실이 숨겨질 수 있겠어요? 설령, 숨겨진다고 해도 그것은 진정으로 그 사람을 위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는 ‘유죄’라고 생각하면 방향을 바꾼다. 죄는 인정하되, 형벌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그러기 위해선 올바르게 판단해야 하는데, 그는 의뢰인과의 사이에 신뢰가 쌓여야 그렇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신뢰를 바탕으로 변호사와 의뢰인의 관계를 넘어 인간과 인간으로 만나면 결과도 좋은 쪽으로 나오죠. 지금 제가 맡고 있는 소송 중에도 그런 것이 있어요. 변호를 맡을 당시 의뢰인 스스로도 좋은 결과를 기대하지 못할 만큼 상황이 좋지 않은 소송이었는데, 재판이 진행되면서 차츰 저와 의뢰인이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어요. 이럴 때 변호사가 된 보람을 느끼죠.”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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