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영씨는 1월9일 진로발렌타인스 주최 ‘마크 오브 리스펙트’ 시상식에서 ‘올해의 존경받는 문화예술인’으로 선정됐다.

▼ 핵 문제 해결, 북미수교 조짐이 보이는 건 사실이지만 그 시기를 내년이라고 단정할 수 있을까요.
“아무튼 한반도의 운에 달린 거죠. 그래서 이명박 정부가 잘해야 합니다. 북한을 어떻게 우리 경제공동체로 끌어안을 것인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개성공단이나 해주공단 같은 것을 더 넓혀서 저임금의 북한 노동자들을 이용해 남한의 내수를 진작시키고 북한에도 도움을 준다면 변화의 기초가 생기는 거죠. 허리띠 졸라매고 굶다가 좀 먹고 살게 되면 생각이 바뀝니다. 사람은 물질적 존재이거든요. 이렇게 단순한 것을 왜 그렇게 두려워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노무현 정부, 소통 회복에 실패
▼ 한반도대운하는 왜 반대합니까.
“대기업들 통해 내수를 키워서 서민들의 실물 경제를 좀 개선하려는 모양인데, 제 생각에는 ‘언 발에 오줌 누기’ 아닐까 합니다. 강산은 우리가 같이 살아가는 생물체이고, 원래 그렇게 된 원인이 있는 것입니다. 그걸 파헤쳐서 활용하는 효과도 그로 인해 잃게 될 것에 비하면 그리 크지 않은 듯하고요. 더구나 우선순위를 따지면 북방으로 눈을 돌리는 게 먼저라고 봅니다.”
▼ 기왕 정치 얘기가 나왔으니 지난 노무현 정권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는지 궁금합니다.
“실패했다고까지는 보지 않지만 그렇게 잘했다고도 보지 않습니다. 다 된 밥에 코 빠뜨린 격이랄까.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었는데 아쉬워요. 지난 정권의 가장 큰 약점은 프로젝트만 있고, 인간끼리의 정이나 소통을 회복하는 데 실패한 것입니다. 한국 근대화도 그 점을 무시하며 치달려왔지요.”
황씨는 남한 사회가 IMF체제 이후 신자유주의 세계 속에 재편됐는데,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기는 바로 거기에 적응하는 시기였다고 보았다. 그 시기 동안 국민의 의식도 변화됐는데,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이 바로 ‘민주주의가 밥 먹여주냐’는 인식이 생겨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저는 아직도 민주주의가 우리의 영원한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부정부패니 양극화 같은 문제는 민주적 내실이 다져지지 않아서 벌어지는 일이거든요. 노무현 정권의 주도세력을 ‘386’이라고 하는데, 과거 그들과 얘기를 해보면 ‘토론 좋아하고 기획은 잘하는데, 남의 말을 안 듣는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민주적 소통 부재가 바로 거기에서 연유한 겁니다. 그들은 ‘소설 따위는 안 본다’고 해요. 그 이유를 물으면 ‘사회과학 책 읽을 시간도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소설을 안 보면 동시대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어떻게 읽나’라고 야단치곤 했습니다. 물론 노무현 정부가 복지정책 등 잘한 것도 많지만, 남북 문제나 FTA 협상, 이라크 파병 같은 일을 처리하면서 자신을 뽑아준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렸거든요. 그래서 고립된 게 아닌가 해요.”
▼ 지난해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당시 무소속)를 대선후보로 밀자는 지지선언을 하셨는데요.
“당시 누구나 ‘87체제’의 종언이니, 패러다임의 전환기라는 인식을 하고 있었잖아요. 그래서 어떤 변화가 있어야 하는데, 기존의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구도로는 어렵고 촉매제가 될 수 있는 인물이 손학규씨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때 그는 섣불리 우리당으로 들어갈 게 아니라 문국현 후보처럼 자기 세력을 키워나가면서 제3의 세력을 규합했어야 했어요. 당시 판이 깨지긴 깨졌는데, 아주 조금 깨졌어요. 와장창 부서졌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그걸 주도했던 이들이 다 범생이여서 그랬나 봅니다. 저는 진퇴가 분명한 사람이니까 이후엔 전혀 개입하지 않았습니다.”

“이문구 선생 없어 참 아쉽다”
▼ 지금도 자신을 참여작가라고 생각합니까.
“자본주의 사회에선 일정한 직업윤리가 있죠. 특히 사람의 삶과 직접 관계된 일에 종사하는 교사, 종교인, 의사, 그리고 작가들을 생각해봅니다. 그들은 동시대와 관계를 가지면서 자기 생업을 영위하므로 동시대 사람들에 대해 일단의 책임이 있는 것입니다. 동아시아에서는 공자 이래로 ‘지식은 공동체에 돌려줘야 한다’는 생각이 팽배했고, 서양은 소크라테스 이래로 ‘비판적 기능’을 지식인의 주요 기능으로 봤습니다. 그래서 양자를 결합해보면 작가는 최소한 동시대 삶과 결부된 중요한 일에는 발언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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