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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6월 신동빈 부회장은 한국과 핀란드 양국간 우호 증진에 기여한 공로로 핀란드 국민훈장인 ‘백장미장’을 받았다. 사진 왼쪽부터 킴 루오토넨 핀란드 대사, 신 부회장 부인 마나미씨. 신 부회장.
▼ 로이스터 감독 영입을 직접 지휘한 것은 구단의 부활과 롯데의 이미지 메이킹을 위한 것인가요. 개인적으로도 야구를 좋아하거나 선수로 뛰어본 적이 있습니까.
“저는 일본 프로야구 지바 롯데 마린스의 구단주 대행이기도 합니다. 이승엽 선수가 해외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일본 롯데에서 선수로 뛸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 결과 롯데도 일본 시리즈에서 우승하고 이승엽 선수에게도 커다란 기회가 됐습니다.
최근 성적 부진으로 팀 분위기가 가라앉은 롯데자이언츠에 전환의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봤습니다. 경영인의 처지를 떠나서 이것은 롯데의 팬이라면 누구나 했을 생각이었을 겁니다. 다행히 일본 지바 롯데 바비 밸런타인 감독의 추천으로 제리 로이스터 감독을 알게 됐습니다. 현재 롯데가 좋은 성적을 내며 팬들의 기대에 부응해 다행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도 야구를 좋아해 주말에 시간이 나면 롯데자이언츠 경기를 보러가곤 합니다.”
▼ 재벌 2세로서 젊은 시절 다른 기업에서 일하는 경우는 흔치 않은데, 노무라증권 런던지점에서 7년간 근무하면서 어떤 것들을 배웠습니까. 또 오랜 외국 생활을 통해 체득한 삶의 철학은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제가 노무라증권 런던지점에서 근무하던 1980년대 중반은 영국 기업들이 ‘빅뱅’으로 알려진 구조개혁을 단행하던 시기입니다. 선진 기업들의 재무 관리와 국제금융 시스템을 피부로 접할 수 있었습니다. 회장님의 선견지명으로 그처럼 경제의 기초를 먼저 다진 것이 그룹을 경영하는 데 커다란 도움과 자신감을 주고 있습니다. 저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사업 계획을 접하면 그것이 어느 정도 현실성이 있는지, 세계의 흐름은 어떤지 등을 파악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이런 것들은 제가 국제적인 금융회사에서 실전을 통해 익힌 경험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 롯데 임직원들은 “신 부회장은 탈(脫)권위주의적”이라고들 하는데요.
“직원들이 그렇게 봐준다면 고마운 일입니다. 제게 가장 큰 영향을 주신 분은 회장님입니다. 검소한 생활태도에서부터 실리적이고 합리적인 사고까지 회장님의 영향이 컸다고 봅니다. 회장님은 지금도 일본과 한국을 오가실 때 수행원들이 따라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당신을 수행하지 말고 각자의 일을 하라고 하십니다. 당연히 저도 출장을 다닐 때는 그렇게 합니다.”
신 회장, 홀수 달 한국서 보고받아
▼ 신격호 회장의 근황은 어떻습니까.
“회장님께서는 아주 건강하십니다. 요즘도 한국과 일본을 오가시면서 보고를 받고 계시죠. 홀수 달에는 한국에 오셔서 계열사 보고를 받으십니다. 5월인 지금도 한국에 오셔서 보고를 받고 계세요. 5월 4일에는 고향인 울산시 울주군 둔기리에서 마을잔치를 열고 옛 마을 주민들과 만나 이야기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한국에 계실 때는 주말이면 백화점과 마트 매장을 직접 둘러보십니다. 가끔씩 청계천 주변을 산책하시기도 하고요.”
▼ 자식의 시각에서 보는 신 회장은 어떤 분입니까.
“회장님은 ‘현장 중심으로 스스로 일을 배우라’는 말씀을 많이 하십니다. 모든 일을 스스로 터득해 나가는 지혜를 가지도록 권장하시죠. 회장님은 기업 경영이 삶 그 자체인 분입니다. 경영인에게 정년이 없다는 것을 실천으로 보여주고 계십니다. 그 열정을 배우려고 합니다.”
▼ 조석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 사회의 큰 쟁점이 되고 있는 대기업의 경영권 상속 문제와 관련, “‘주인의식’ 측면에서 오너 경영을 이길 수 없다”며 상속 긍정론을 편 적이 있습니다. 기업 상속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기업 경쟁력 측면에서 볼 때 전문경영인과 오너경영인은 상호보완적인 관계에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대규모 투자 결정이나 책임경영의 측면에서 롯데그룹의 현 경영체제는 분명히 장점이 있습니다. 상속의 문제보다는 기업 경영을 얼마나 투명하게 하고 국가 발전에 기여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신 부회장께선 지난 4월말 ‘포브스’지 선정 국내 40대 부자 가운데 5위(16억5000만달러)에 올랐습니다. 신 부회장께 부(富)란 무엇입니까. 그리고 부의 사회적 환원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십니까.
“제가 가진 재산이라는 것은 대부분 개인적으로 처분할 수 없는 회사 소유입니다. 회사 경영을 위해 필요한 것들일 따름입니다. 오히려 저는 큰 책임을 느낍니다. 부의 사회적 환원은 그 기업의 역사와 제도적 장치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신 부회장은 한국 국적을 갖고 있으며, 1986년 일본인 마나미씨와 결혼, 1남2녀를 뒀다.
“아이들은 일본에서 고등학교와 대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저희 집 분위기는 평범한 가정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부모의 영향으로 한국과 일본 양국의 문화를 함께 접하고 있다는 것이 좀 다른 점일 듯합니다. 제가 바빠서 얼굴을 자주 보지 못해 늘 미안하지만 시간 날 때마다 아이들과 함께 지내려고 합니다. 집에서는 다른 가정의 아버지들과 다를 게 전혀 없습니다.”
재벌 2세의 숨 막힘
신 부회장의 집무실을 빠져나오면서 “다음에는 좀 느긋하게 인터뷰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하자 그는 “나중에 그리 하겠다”고 말했다. 동석했던 임원은 나중에 “그 말은 회장 취임 전에는 불가능하다는 말이다”라고 ‘점잖게’ 부연했다. 그 임원의 이야기를 듣자 성공한 재벌 2세가 되기 위해 돌다리 하나도 두드려서 건너야 하는 숨 막히는 상황에 그가 처해 있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일전에 다른 재벌그룹의 임원이 한 말이 떠올랐다.
“재벌 2세들은 부러움을 한몸에 받지만 또 한편으로 어깨에 큰 짐을 하나씩 지고 태어난 것이나 마찬가지다. 선대가 일군 기업을 자신의 뜻과 상관없이 지켜내야 한다는 중압감이 성장할수록 엄청나게 커진다. 그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하는 이들은 기행을 일삼거나 여자를 탐하거나 갓길로 새기 때문에 재벌 2세들은 기본적으로 불행한 사람들이다. 물론 그런 중압감을 이겨내고 기업을 수성한 2세들은 1세들만큼이나 훌륭하다는 평을 듣게 되지만.”
그렇다면 신 부회장은 어떤 축에 들까. 롯데그룹의 한 임원은 신 부회장에 대해 “지금까지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본다. 오랫동안 모범적인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국내에 들어와 한국문화뿐 아니라 재계와 정계의 논리도 습득하느라 무척 힘든 과정을 거쳤다. 아직까지 그룹 전체의 경영권을 승계받지 않았는데도 큰 무리 없이 총괄기능을 잘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아쉬운 게 있다면 너무 말을 아껴서 사람들에게 롯데그룹의 ‘얼굴’로 익숙해지는 데는 조금 더 시일이 걸릴 것이란 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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