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에게 조언해야 할 세 가지 말이 있다 -일하라, 좀더 일하라,,끝까지 일하라-
철혈재상 (鐵血宰相)으로 익히 알려진 독일의 비스마르크가 한 말이다

노동에 노소 구분을 둘 필요야 없겠지만, 땀 흘려 일하는 현장이야말로 청년이 있어야

할 자리다. 그러나 비스마르크가 오늘의 한국사회에서 숨쉬고 있는 사람이었다면 그의

말은 어록(語錄)에 등재되기는커녕 그 내용의 무책임성때문에 바로 그 '청년들'의 질타를

피 할 수 없을 것이다.


청년실업이 문제다. 고용문제가 좀처럼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자 정부에서는 한때 청년

실업자 고용에 따른 인센티브 제도를 구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년 실업자 1명을

고용할 때마다 대기업에는 540만원을, 중소기업에는 720만원을 각각 고용보험기금을

통해 지원한다는 것이다.


물론 당장의 청년실업 문제를 개선하는 데에는 일정부분 효과가 있겠지만 일자리가

줄어드는 데 대한 근본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찾으려는 노력이 없다면 정치적인

이벤트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실업 증가의 원인이야 새삼 머리 싸매고 찾을 필요없이 이미 드러나 있는 것들이다.

인건비 상승에 따라 단순.반복 노동을 필요로 하는 노동 집약적인 제조업은 이미

인건비가 저렴한 개발도상국으로 줄줄이 이전하고 있다 . 기술 개발에 따른 공정

자동화 등으로 인력을 감축하고도 이전보다 생산성을 더높일 수 있으며, 국내 기업은

물론이고 외국인 투자자들도 '한국에서는 돈벌이가 어렵다.'는 인식 때문에 투자를
기피하고 있다.


외국기업의 한국에 대한 투자 기피는 기업활동에 대한 정부의지나친 규제 등 여러 이유
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노사문제라고 나는 생각한다.

내가 만나본 외국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상당수가 한국을 '파업 공화국'쯤으로

여기고 있었다. 그런데, 얼마전 주한 미국상공회의소의 오벌린 회장은 "노사관계는

한국에서 기업하는 사람들에게 제일 큰 관심거리이자 고민"이라고 하면서도 "한국의

노조 결성률이나 파업하는 날짜, 횟수는 실제로는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에 비친

인식은 그렇지 않다" 라고 얘기했다.


이에 앞서 GM대우의 닉 라일리 사장은 '파이낸셜 타임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의 노사관계는 언론에 보도되는 것만큼 나쁘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연례행사가 되다시피, 그것도 대단히 과격한 방식으로 되풀이되는 한국의 파업사태는

기업인의 투자의욕을 주저케 하는 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노동자와 사용자 어느 쪽에 더 큰 책임이 있느냐는 것은 논외로 치더라도 말이다.


실제보다 더 과장되게 외국에 알려져 있는 '파업 노동자들'의 이미지에 대해서는 그

책임이 노동자 자신들에게도 있다. 형형색색의 깃발이며, 붉은 머리띠, 주먹을 내두르며

일사분란하게 외치는 구호들 …. 부자나라의 자유 시장경제 신봉자들인 투자자들은

언론매체에 비친 그러한 모습을 보면서 공포를 느낄 만도 할 것이다.


물론 당사자들이야 '생존이 걸린 문제' 여서 결연한 투쟁이 필요하다고 할지는 모르나

적어도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집회문화만은 이제 좀 '혁명군대'를 연상시키는 모습으로

부터 탈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파업할 기회조차 가지지 못한 '일하고 싶은 청년들'을

위해서라도.

 

서울신문 (구.대한매일), 2004년 8월 23일 ( 31면, 오피니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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