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노사관리의 유형을 다음의 세 가지로 구분한다.
첫째는 공기업이나 관료적 성격이 짙은 조직에서 이미 관행으로 굳어버린 전제적인 관리형태이다.

둘째는 전제적 관리의 상대개념으로서, 지나친 온정주의가 판을 치는 관리형태다.
나는 이것을 가부장적인 관리라고 지칭한다.

셋째는 당당하게 시시비비를 가려 노와 사가 함께 하는 민주적인 관리이다.

한국전기초자의 경우는 가부장적인 관리체제였다. 노사문제를 처리하는 데 있어 기본원칙이 없는 상태에서 일상적으로 사전 친화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원만한 처리방법으로 여겨온 것이다.
그러나 위계질서가 없는 관리는 결국 장기파업사태를 야기 시켰고 회사의 경영주가 바뀌는, 회복할 수 없는 상황을 초래하고 말았다.
노사관계라는 것이 소속인원과 그 책임자 사이의 관계인데도 불구하고, 관리자 스스로가 그 일이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데서 노사문제가 발생한다. 대부분의 노사문제는 관리자와 종업원과의 사이에서 발생하는 인간관계의 문제인 것이다.
대부분의 관리자들은 노사문제에 대해 방관하고 있고 이에 대한 지식도 거의 없는 상태다. 노동관계 3법이 무엇인지, 부당노동행위가 무엇인지조차 모르며, 일선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도 상황을 방치한 채 일선을 장악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관리감독이라는 위계질서가 쉽게 무너져 내리고 있는 것이 현실적이다.
많은 관리자들이 인사 및 노무 문제는 전적으로 인사,노무 부서의 관할이지 근무일선의 관리 책임을 맡고 있는 자신의 문제가 아니라고 착각하고 있다. 이렇듯 인사 노무관리 업무와 고유업무가 밀착되지 못하는 데에 현장 노무관리의 문제점이 있는 것이다.
 
     
 
   
     
  사실 노사문제는 몇 가지 문제에 대해 경영자가 용단을 내려 결정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일회성 사건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생산성 향상에 이르는 과정은 노사간의 이해가 함께 하는 협력적인 관계인데 반해, 성과를 임금으로 배분하는 과정은 서로 이해를 달리하는 대립적인 관계이다.
이러한 협력관계와 대립관계는 순환하는 관계에 놓여 있다. 즉, 협력과 대립 그리고 타협의 과정이 순환 반복되는 것이다.
그러면 이런 순환의 바퀴를 잘 돌리기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노사관계는 "이해가 상반된 사람들이 색안경을 골라 쓰고 상대방을 바라보는 관계"라고 이해하면 된다. 때문에 원만한 노사관계를 위해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서로의 안경색깔을 같게 하거나 적어도 비슷하게 해 나가는 노력인 것이다.
이 일은 집을 짓기 위해서는 기초공사를 하고 벽돌을 하나하나 쌓아야 하는 과정과 같다고 할 수 있으며, 노사관계에 있어서는 '대화하는 훈련'이 바로 그 작업이다.
대화란 "서로 마주 대하여 직접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사전에서 풀이하고 있다. '서로 마주 대한다'는 것은 상대방과 똑같은 입장에 서야 한다는 대화의 자세와 마음가짐을 말한 것이고, '직접 이야기한다'는 것은 상대방이 모르는 일을 잘 일러 주어야 한다는 대화의 내용을 말하고 있다. 그래서 대화란 결코 일방통행이 되어서는 안 되고,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되풀이하면 잔소리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지위가 높은 사람과 대화할 때 상대가 생각한 것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게 하는 분위기는 전적으로 윗사람이 만들어 주어야 한다.
'이야기'는 남이 모르는 말을 들려주는 것일 때 재미가 있다. 즉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했던 새로운 내용이어야 하는 것이다.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을 되풀이하는 것은 상대를 짜증스럽게 하고 귀를 저절로 닫히게 한다. 그러므로 좋은 대화를 하려면 많은 정보와 새로운 자료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바뀌어감에 따라 상대방의 사고 변화를 긍정적으로 이해하고 수긍하는 적극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 남들은 다 변하고 있는데 나만 자기중심사고로 편향되면 날이 갈수록 고립될 수 밖에 없다.
이야기는 서로 주고 받는 것(Give and Take)이다. 노사간의 대화는 서로 주고 받는 말의 양과 질이 엇비슷해야 잘 이어진다. 그 내용과 어휘도 서로 쉽게 이해되는 공통된 것으로 해야 한다.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라는 격언을 두고 영국인과 미국인이 서로 다르게 받아들인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영국 사람들은 돌이 이리저리 굴러서야 어떻게 귀중한 이끼가 낄 수 있겠는가 하는 해석이고, 미국 사람들은 아메리카라는 신대륙을 찾아서 굴러간 사람들이라서 그런지 귀중한 옥돌도 한 곳에 박혀 있으면 이끼밖에 낄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노사간에도 평소 사물을 대하는 입장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대화를 통해 시각을 근접시켜 나가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올바른 노사관계 정립을 위해서는 대화할 때 먼저 상대의 의견을 존중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일, 옳은 것을 받아들일 줄 아는 자세, 소비 논리와 함께 부위 올바른 분배를 일깨우는 일, 근로의 귀함을 알게 하고 일을 함으로써 삶의 기쁨을 느끼게 하는 일 등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
 
     
   
   
     
  노사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직급의 관리자가 그것을 자신의 문제로 인식하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속 직원의 업무배정이나 작업관리 같은 노무관리업무는 기본적으로 소속장의 책임이며 노사문제는 모든 개별 부문장의 공동소관 사항임을 확실히 해야 한다.
이 때 바람직한 관리자가 지녀야 할 자질로서 요구되는 것이 있다.
첫째, 가치인식에 있어 정의로운 판단기준을 가져야 한다. 둘째는 생각과 언행에 체계와 질서가 있어야 한다. 셋째로는 지도력의 유지를 위한 자기 노력과 직원들의 개성을 존중하는 마음가짐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자질을 갖추기 위해서는 실제로 관리자가 종업원들과 많은 대화를 해야 하는데 그 대화의 소재는 반드시 깊이와 무게가 있어야 한다. 일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의 의미에 대한 공동의 답을 구해 나가는 과정을 공유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일은 먹고 살기 위한 생계수단이지만 동시에 삶의 보람을 느끼도록 하는 동기부여의 역할도 한다. 그러므로 일이 내 삶이고 삶이 곧 내 일이라고 하는 설득을 통해, 일에 미치고 그에 대한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회사에 종사하는 모든 구성원이 인간으로서의 성장과 발전, 그리고 성취욕을 충족하려 함은 당연한 것이므로 모두에게 기회가 공평하게 부여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이에 대한 성과의 평가도 공평하도록 해야 한다.
또 관리자가 직원들의 존경을 받으려면 1대1의 대화를 통해 먼저 솔선하여 모범을 보이면서 직원들을 순화시키고 훌륭한 직장인으로 만들어 개인의 성장을 지지해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럴 때 직원들에게 관리자에 대한 존경심이 생기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과정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관리자가 되기까지 쌓은 경험과 경륜을 체계화하여 대화를 이끌어내고 종업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다시 말해 발전적 노사관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노사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공부하고 근무일선에서의 주도력과 관리자로서의 프로정신을 갖춰야만 하는 것이다.
 
     
   
   
  새로운 노사관계를 정립하기 위해서는 부서장은 개별 노사문제의 책임을 져야 하고 인사노무부서장은 인사관리와 업무가 잘 되도록 제도를 보완하여 의사결정기관에서 그 집행이 원활히 수행될 수 있도록 건의하는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강성 노조집행부의 명분만을 위한 무리한 요구조건이 현장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도록 종업원을 상대로 한 기반조성이 이루어져야 하며, 전 종업원이 노조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어떤 잘못이 있는지를 깨닫게 하는 논리도 연구해야 한다.
물론 가장 바람직한 것은 노조가 요구하기 이전에 종업원이 고통스러워하고 불편해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미리 알아서 챙겨주어서 종업원들의 마음속에 '사장이 노조위원장이 됐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다.
또한 과거의 단결, 투쟁, 쟁취라는 구호 대신 노조가 이해, 타협, 화합, 공정분배라고 하는 목표를 내세우게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고안해서 운영해야 한다.
당연히 노조도 혁신의 흐름에 동참해야 한다. 시대와 변화를 수용하는 유연한 탄력성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세계 제일의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그만큼 남보다 앞서는 노력이 요구된다. 사(使)가 요구하기 이전에 오히려 주도적으로 일을 찾아 나서야 한다.
기업의 경쟁력은 이미 떨어졌는데 상황타개를 위한 단기적인 노동 강도 강화를 수용하지 못하겠다는 노동조합의 반응은 사원들로부터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 기업의 생존여부가 불투명한 상태에서 과거에 누리던 그 모든 것을 그대로 누리겠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으므로 현실에 대응하는 탄력성이 있어야 한다.
혁신에는 아픔이 따르고 그 아픔은 스스로 극복해야 한다. 노동조합의 존립근거를 찾기 위해서는 기업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를 직시,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정확한 진단을 하고 위기극복에 함께 나서야 한다. 생산성을 올리고 제품의 질을 향상시켜 더 많은 이윤창출을 한 뒤 그 배분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한 대안제시를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활동은 관리자가 변화하는 세계 흐름을 간파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
한국전기초자의 경우 연4년째 단 한 차례의 교섭으로 임금과 단체협상을 마무리지었다. 국내 최장기 파업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던 기업이지만 새로운 노사관계를 구축함으로써 어떤 것이 옳은 선택인지를 분명하게 인식시켜 줬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는 세계가 하나의 거대한 시장으로 변했다. 앞으로의 세계는 정보와 창조력에 의해 좌우될 것이며 여기에 대응할 수 잇는 전략은 우리의 지식과 두뇌뿐이다. 모두가 국제적인 안목을 키우고 개혁과 변화의 선두에 서지 않으면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실업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투쟁으로 얻어내는 눈앞의 꿀 한 숟가락이 아닌, 오직 고객만족의 경영과 생산성의 향상에서 얻어지는 경쟁력만이 항구적으로 일터를 보장해 줄 수 있다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 인간이 일터를 가지고 있음이 곧 축복이라는 자각, 따라서 그 일터를 소중하게 가꿔가야겠다는 마음이 있을 때에만 일터를 잃지 않는다는 평범하면서도 절대적인 진리를 모두 깨달아야 한다.
오늘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세계 속의 모범 우량기업으로 살아남느냐, 아니면 힘없이 도산되는 운명을 맞이하느냐 하는 문제는 현재 기업에 몸담고 있는 최고경영진, 일선 관리자, 종업원 개개인 모두의 역량과 의지 그리고 노력에 달려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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