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취임이후 단 하루도 사사로이 휴일을 가져본 적이 없다. 심지어 서울로 출장을 갔을 경우, 출장업무가 일찍 끝났을 때라도 가족들이 기다리고 있는 서울의 집에 들르지 않고 곧장 구미의 회사로 돌아오곤 했다.
나의 출근시간은 06:00이다. 나는 1년 365일, 시간상으로 본다면 8,760시간을 회사를 위해 살아가기로 작정했고, 그 일을 한 번도 귀찮아해 본 적이 없다.
물론 나도 더러는 피곤하고, 내 가족과 오순도순 잔정을 나눌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다. 그러나, 회사의 사원들에게 "혁신을 위해 우리 모두 살갗을 벗기우는 고통을 감내하자"고 해놓고 최고 경영자가 골프채나 울러메고 나돌아다닌다면, 그 모든 혁신의 구호들은 허위가 되고 만다. 따라서 '365일 전일근무' 원칙을 지켜온 것은 내가 체질적으로 유달리 부지런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회사의 상황(모든 에너지를 혁신운동으로 결집해 나아가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할)이 최고경영자인 내게 요구한 의무였고, 나는 그것을 충실히 이행하려고 애써왔다고 얘기할 수 있다.
나는 부임직후 상시주재(常時駐在)의 원칙을 세웠다. 단순히 다른 임직원들에게 시범을 보이자는 원시적인 차원이 아니다. 내 스스로가 최고경영자로서 항상 일의 한가운데에 서서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평소의 철학 때문이다. 특히 휴무시간대나 공휴일, 일요일, 새벽 등 해이해지기 쉬운 취약시간대에 현장을 방문하여 직접 지도 점검을 함으로써 간부들에게 제 자리를 지키게 하고 사원들에게도 항상 "사장이 현장에 함께 있다"는 것을 인식시킬 필요가 있었다.
최고경영자의 '상시주재'는 단지 사장이 매일 회사에 출근해 있다는 상징적인 의미만 있는 게 아니라 현대의 기업경영에서 절실하게 요구되는 '스피드 경영'을 가능하게 한다.
우리 한국전기초자에서는 최고경영자의 의사결정과 지시가 12시간 안에 전 간부들에게 전파되어야 하고 24시간내에 전 사원에게 전파되어야 한다. 이러한 스피드는 경영상의 제반 문제들에 대해 회사가 리얼타임으로 반응하는 생명력 있는 기업이 되게 하는 바탕이 된다.
우리 회사와 규모가 엇비슷한 일반적인 기업의 경우 실무팀에서 어떤 일을 추진하려면 그 절차가 복잡다단하고 시간 낭비도 심하다. 실무자가 기안을 해서 팀장 결재를 받고, 다시 전무를 거쳐서 사장에게 올라가고, 사장이 기안 내용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면 실무자에게 다시 반려되고, 또 다시 작성해서 올리고…. 이런 식이다. 더구나 사장이 회사의 사장실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경우 언제 '실행'에 옮겨질 것인지 기약이 없다. 이런 체제로야 어떻게 시시각각으로 급변하는 21세기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겠는가.
"우리 회사에는 항상 사장이 있다. 그것도 현장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임직원들의 이런 인식이 '전체가' '동시다발로'로 나서지 않으면 안 되었던 혁신운동을 성공으로 이끄는 데에 일조했으리라 믿는다.
그것이 기업경영에 얼마나 플러스가 됐느냐 하는 이해득실에 대한 계산 이전에, 최고경영자의 솔선수범은 경영책임자로서의 아주 기초적인 덕목이라는 게 평소의 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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