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을 모은 사람들]“8개월 공부해 경매 성공률 100%”


글 노혜령 객원기자 (geekporter@hanmail.net)


이문수(38) 솔로몬 상호저축 은행 테헤란로 지점장은 돈에 관한 한 롤러코스터 같은 인생을 살았다. 부자집 아들→기울어진 가세→주식투자 성공→보증으로 빚더미→총 자산 10억원 축적. 이 리스크의 굽이마다 그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능력을 발휘했다. 냉정한 판단력과 결단력 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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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중고등학교 시절의 경험이 돈에 대한 태도를 결정짓는 것 같아요. 강원도에서 큰 목장을 하는 부자집 아들로 태어났지만 중학교 시절 부친께서 앓아 누우시면서 집안 사정이 어려워졌죠. 그때 어렵게 살면서 돈에 대한 절제를 체득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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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제력이 투자성공의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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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시절 주식투자 스토리는 그의 남다른 절제력을 보여주는 에피소드다. 그는 대학 4학년 경제학 강의시간에 했던 모의 주식투자 대회에서 1등을 차지했다. 자신감이 붙은 그는 모험을 감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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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금을 빼서 주식투자에 뛰어든 것. 당시 전세 6백만원짜리 자양동 반지하에 살던 그는 집 주인을 설득해 전세를 보증금 1백만원에 월세 10만원 계약으로 돌렸다. 그리고 전세금 5백만원으로 주식투자에 나섰다. 주식 활황세의 끝물이던 1989년의 일이었다. 그는 그 돈을 5개월 만에 4천만원으로 불려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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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는 여느 주식투자 성공 에피소드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가 돋보이는 점은 그 다음부터다. 이 지점장은 마음속으로 이 4천만원에 ‘결혼 자금’이란 꼬리표를 달아 은행에 넣어뒀다. 그리고 주식에서는 완전히 손을 끊었다. ‘5개월 만에 7백%의 수익’이란 강렬한 중독성 투자를 경험한 20대 젊은이로선 좀처럼 실천하기 힘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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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돈은 결혼 때 전세 자금 밑천이 됐고, 현재 10억원에 달하는 자산의 종잣돈이 됐다. 자리를 잡아가던 그를 또 한번 끌어내린 사건이 ‘빚 보증’이었다. 첫 직장 동부화재에서 절친한 선배 2명에게 빚 보증을 섰다가 총 4천5백만원의 채무를 떠안게 된 것. 이지점장은 99년 회사를 그만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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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금으로 빚을 갚기 위해서였다. 그가 받은 퇴직금은 2천만원. 여기에 아내 몰래 빼낸 전세금 2천만원을 얹었다. 8천만원 아파트 전세금을 6천만원 보증금에 월세 50만원으로 바꾼 것. 그리고 주택금융 전문회사인 뉴스테이트 캐피탈로 옮겼다. 매일 아침 7시에 출근해 새벽 1∼2시에 퇴근할 정도로 열성적인 영업 덕에 인센티브를 포함한 그의 연봉은 1억원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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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무렵 아파트 주인은 전세금 원상복귀를 요청해 왔다. 그는 아예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2000년 11월, 가락동에 24평형 아파트를 1억2천만원에 샀다. 가진 돈이 6천만원이었으니 나머지 6천만원은 대출을 받았다. 이 아파트 시세는 현재 2억5천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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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부동산 경매에 취미를 붙이면서 본격적인 돈 불리기에 들어간 것도 이 때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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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보증으로 돈에 몰리면서 재테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직장생활만으로는 1∼2억원 모으기도 얼마나 힘듭니까. 부업을 하지 않고는 돈을 모은다는 게 어렵죠.당시 주식투자로 거액을 날려 빚더미에 앉은 친구가 있었습니다. 자살 결심까지 했을 정도였죠. 우리는 의기 투합해 돈 벌 궁리를 했죠. 그래서 나온 아이디어가 경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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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일에 60만원짜리 경매 강의도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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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주택금융 업체인 뉴 스테이트에 다녔던 이 지점장으로서는 직장 일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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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경매를 배우기 위해 공을 많이 들였다. 서점에서 경매 관련 책을 사서 읽는 것으로 워밍업을 했다. 그 후 1주일에 60만원짜리 거액의 경매 강의(건국대)도 듣고 부동산 금융 전문가 과정(한국생산성본부)도 1백시간 이상 수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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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법원 경매 담당자에게 개인적인 사사까지 받았다. 그가 경매공부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이후 실전에 돌입하기까지 들인 시간은 약 7∼8개월. “법원과 각종 경매 사이트에 들어가 뒤져 본 뒤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으면 주말을 이용해 물건을 확인하러 다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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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그에게 2002년 하반기에 기회가 왔다. 강원도 횡성 근처에 경매 매물로 나온 밭 9천7백평을 낙찰받은 것이다. 감정가만도 1억6천만원이었지만 거듭 유찰된 결과 7천6백만원에 사들였다. 현재 이 땅의 시가는 7억∼8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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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1백10㎞, 스키 리조트인 피닉스 파크에서 30분, 성우 리조트에서 20분 거리에 있는 교통의 요충지였어요. 주변에 냇가도 있고…. 몇 년 동안 버려져 묵은 밭으로 전락해서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것이지, 위치로 보나 주변 환경으로 보나 잠재력이 큰 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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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이 땅을 발굴할 수 있었던 것은 오랜 준비 덕이었다. 그는 뉴 스테이트 시절 20일간의 미국 출장 기회를 이용해 현지 팬션을 스터디했다.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와 강원도 횡성에 있는 통나무 학교의 과정도 수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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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 자라나 나무 베고 자르는 일에는 자신이 있었다. 처음부터 팬션 사업을 염두에 두고 고른 땅이었다.앞서 2002년 1월에는 원주에 12평짜리 아파트를 1천9백만원에 경매로 사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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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2백만원을 들여 수리한 뒤 월세 27만원을 받고 있다. 이 아파트의 현재 시가는 3천만원. 하지만 미래가치는 훨씬 높다. 지난 85년에 지은 저층 아파트에 대지지분이 14평이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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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아파트의 앞길은 정해져 있다. ‘재개발’이다. 이 지점장은 살 때부터 이 점을 노렸고 예상대로 최근 재개발 허가가 떨어졌다. 추가비를 일정액 부담하면 28평형 아파트를 받게 된다. 주변 28평형 아파트의 시세는 7천만∼8천만원을 호가한다. 같은 해 3월에는 군시설지를 공매를 통해 4백만원에 샀다. 집안 어른들의 묘자리를 염두에 둔 구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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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줄잡아 하루 50∼60명씩 고객을 만난다. 그러다 보니 얼굴만 보면 돈을 빌리러 오는 것인지, 갚으러 오는 것인지, 신용이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눈치챌 정도가 됐다. 은행 문을 열고 들어올 때의 표정과 차림새를 보면 대출 여부가 70∼80%는 가늠이 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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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하러 와서 금리가 높다며 깎아 달라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러면 저는 가족들이 모두 핸드폰을 갖고 있는지부터 묻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드리죠. ‘직장에 다니는 한 사람만 빼 놓고 모두 해지하십시오. 휴대폰 4대면 한 달에 30∼40만원 사용료가 나옵니다. 그 돈으로 이자를 내고, 적금을 부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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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핵심은 내버려둔 채 엉뚱한 길을 찾는 것”이 돈 관리에 실패하는 사람들의 고질병이라고 진단한다. “머리가 가려운데 엉덩이를 긁는 사람이 너무 많아요. 어떤 상황에서도 핵심을 짚어 돌파하면 갈 길이 나오게 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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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점장은 앞으로 3년 정도 직장생활을 더 할 작정이다. 그 후에는 강원도 땅에 내려가 본격적인 팬션 사업을 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그 전까지는 저축은행의 격전지 테헤란로에서 솔로몬을 업계 리더로 올려 놓는데 최선을 다할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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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상황에서도 45세 이전에는 직장생활을 청산할 겁니다. 45세가 넘으면 정열을 잃고 생각이 굳어지기 쉽기 때문이죠. 내 사업을 해서 10년 안에 1백억원을 모으는 것, 이게 제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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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수 지점장의 10억 만들기 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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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대학 4학년 때 전세 보증금 5백만원으로 주식투자. 4천만원으로 불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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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동부그룹 입사. 월급의 60∼70% 저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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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빚 보증으로 4천5백만원 부채 떠안음. 퇴직금과 일부 전세금으로 부채 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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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1억2천만원짜리 가락동 아파트 매입(대출 6천만원). 현재 시가 2억5천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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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원주에 12평짜리 아파트 1천9백만원에 경매로 매입. 현재 시가 3천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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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시설지 430평 공매 통해 4백만원에 매입. 현재 시가 1천5백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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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횡성 9천7백평 밭 7천6백만원에 경매로 매입. 현재 시가 7억∼8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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