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50만원에 월세 6만원짜리 자취방. 한달에 25만원으로 살아가는 고시생. 회사원 A씨의 1996년 초 생
활 모습이다. 지방 출신인 그는 고등학교 때 집안이 기울면서 ‘눈물 겨운’ 서울의 대학 생활을 보냈다.
달랑 1천원으로 열흘을 버틴 적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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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7년 후인 2003년 1월 그의 모습은 이렇다. EF소나타를 모는 강남의 33평형 아파트 거주자. 부동산 자산
8억5천만원, 주식 8천만원, 현금 1억여원 등 총 10억원 이상의 자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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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 좋게도 99년∼2000년 증시 활황과 2002년 부동산 시장 상승세를 제대로 탄 덕이 크다. 하지만 노력하는
사람만이 기회를 잡는 법이다. 올해 서른다섯의 A씨의 ‘10억원 모으기’는 20대부터 시작된 ‘살인적 지출
봉쇄’에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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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은 재테크의 스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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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그는 고시의 꿈을 접고 취직한다. 당시 그가 회사를 선택한 이유는 두 가지였다. 잠재력이 큰 첨
단 업종 그리고 주택자금 1천만원 무이자 대출을 해주는 회사라는 점이었다. 그는 집에서 보태준 5백만원
을 얹어 1천5백만원짜리 옥탑방 전세를 얻었다. 그리고 맹목적 저축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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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 당시 그의 기본급은 월 75만원. 세전(稅前) 연봉이라야 1천8백만원 정도였다. 그 중 95%를 저축했다.
이를 위한 수칙, 첫째 회식은 절대 빠지지 않는다, 둘째 저녁식사가 해결되는 야근은 되도록 많이 한다. 물
론 열심히 일해서 회사에서 출세하겠다는 다짐도 한몫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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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듬해인 97년, 그는 우리사주 5천주를 매입했다. 후에 종잣돈이 돼 준 투자였다. 한 해 뒤인 98년, 그는
‘종자 철학’을 다질 기회를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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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계약·권리 분석·채권회수 업무를 맡게 됐죠. 채권회수 때문에 분당지역의 아파트 등기부등본을
열람하는데 70∼80%가 집을 담보로 빚을 지고 있더군요. 등기부등본이 깨끗한 집은 20%가 채 안 돼더라고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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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빚쟁이들일수록 생활이 호화롭고 실속 있는 부자들은 오히려 검소하다는 점을 체득했다. 사시준비 시
절 얻은 법률지식에 부동산 실물 공부가 맞물리면서 부동산 안목을 상당한 수준으로 끌어올린 때이기도 하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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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년 4월 그는 가정을 꾸렸다. 결혼 직전 그는 신부와 함께 동원 가능한 총 재산을 계산해 봤다. 7천8백만
원이었다. 그 돈으로 28평짜리 번듯한 아파트를 전세로 얻었다. 가계약을 하고 집에 돌아온 A씨는 곰곰 생
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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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재산을 전세금으로 털어 넣으면 앞으로 무슨 돈으로 재테크를 하지? 결혼하면 예전처럼 무식하게 저축
하기도 어려울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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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A씨는 신부에게 “행복을 연기하자”고 제안했다. 나중의 더 큰 행복을 위해 지금 검소하게 출발하
자는 얘기였다. 그래서 둘은 A씨가 살던 전세금 2천5백만원짜리 잠실 13평 아파트에서 신접살림을 시작한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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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수는 싱글 침대를 대신할 더블침대가 전부. 대신 나머지 돈으로 주식투자에 나섰다. A씨에게는 장외시장
에서 눈여겨봐 뒀던 종목이 있었다. 강원랜드였다. 내국인이 유일하게 출입가능한 카지노는 ‘반드시 된
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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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잣돈이 모이면 내집부터 마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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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아는 우량주식 1∼2종목에 집중한다.’ 그가 주식투자에서 지키는 원칙이다. 그의 재테크 원칙이 또
하나 있다. ‘어느 정도 종잣돈이 모이면 내집 마련부터 한다.’ 그래서 그는 결혼하던 해 송파구에 있는
아파트 분양권을 매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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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시설·접근성·자연환경·교육 등 모든 면에서 서울시내에서 송파구의 잠재력이 가장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33평형 아파트를 분양가 2억2천5백만원에 프리미엄 2천5백만원을 얹어 2억5천만원을 주고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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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금을 내려면 갖고 있던 주식의 일부를 중간 중간 팔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행운이었죠.
계속 갖고 있었다면 주가 급락으로 손해를 봤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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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은 그가 본격적인 재테크 공부를 시작한 해였다. 부서를 옮기면서 시간 여유가 좀 생긴 덕이었다. 당
시 그의 관심은 부동산으로 옮겨갔다. 그동안 그의 주식투자는 ‘우리사주나 장외시장 매입·공모주 청약’
으로 제한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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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자본시장 데뷰 이전에 투자해야 높은 수익률을 올릴 확률이 높다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2001년
은 이미 장외시장도 한물 가고, 증시도 싸늘히 식은 때였다. 그래서 주식은 한풀 접고 부동산 정보 수집에
집중했다. 주말이면 관심지역에 직접 가서 현장조사도 벌였다. 그런 그에게 2002년부터 부동산 상승기라는
‘감(感)’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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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 7월, 그는 잠실에 14평형짜리 시영 아파트를 2억8천만원에 사들였다. 매각대금 마련을 위해 갖고 있
던 강원랜드 주식도 팔았다. 시세차익은 5배나 됐다. 현재 그가 살고 있는 송파구 아파트는 5억원, 잠실 아
파트는 3억5천만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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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차익만 총 3억3천만원이나 본 셈이다. 여기에 그동안 금융기관에 모아 둔 돈이 1억여원에 달한다.
그는 지금도 매년 최소한 3천만원 이상씩을 저축한다. 그의 연봉이 세전 5천만원쯤 되는데다 투자수익까지
합치면 그 정도는 가능하다. 맞벌이인 아내의 월급도 상당액이 ‘통장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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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가 요즘 반성을 많이 하고 있다. 현재 아내·딸과 함께 세식구가 살기에 33평은 너무 ‘호화로운
게 아닌가’ 해서다. 그래서 좀더 싼 아파트로 이사가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그의 가족이 요즘 쓰는 한달
평균 생활비는 약 3백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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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 보모비 등 두살배기 아들에게 90만원쯤 들어가고 실 생활비는 2백10만원인 셈이다. 이처럼 생활비가
늘어난 것은 2000년 1단계 재산 불리기가 마감되고 지난해부터는 2단계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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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쓰고, 안 먹고, 무조건 모으는 게 1단계죠. 총자산 10억원 가까이 되면서 1단계는 마무리됐습니다. 이
제 주변에 어려운 사람들도 돕고, 외식도 하고 1년에 한번 해외여행도 가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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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지혜는 고생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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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는 2단계에 들어갔다. 2단계는 돈을 버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 A씨는 요즘 상가에 관심이 많다.
저평가돼 있는 상가를 발굴, 리모델링으로 부가가치를 높여 임대하는 방식을 연구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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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에서 벌어들이는 소득이 급여소득을 초과하는 상태’가 5년 중기목표다. 40대는 ‘1백억원’을 모은
다는 야심도 갖고 있다. “5백만원으로 시작해 7년여 만에 2백배 이상 불렸으니 10억원의 10배인 1백억원
만들기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자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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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단계 목표도 있다. 50대에 천억원대의 재산을 모아 사회사업을 하는 것이다. 그에게는 가슴 아픈 사연이
하나 있다. 고시공부에 매달려 힘겹게 살던 대학시절, 한 방에서 고생하던 동생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떴
다. 그 때 이렇게 결심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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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몫까지 농도 짙게, 행복하고 그리고 뜻있게 살겠다.” 그래서 그는 돈도 많이 벌고, 죽기 전에 ‘진
하게’ 사회환원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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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자신의 재테크 최대 성공요인으로 운(運)과 함께 ‘대학시절의 가난’이라고 말했다. 그날 A씨와의 인
터뷰 장소 엘리베이터에는 ‘진정한 지혜는 고생에서 나온다’는 격언이 붙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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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의 10억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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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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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5백만원.취직. 회사의 1천만원 무이자 대출+자기 돈 5백만원으로 출발. 세전 연봉 1천8백만원 중 95% 저
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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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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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천5백만원(대출 3천만원 포함) 회사로부터 무이자 대출받아 우리사주 5천주 매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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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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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5천만원(대출액 총 4천4백만원,아내 결혼자금 약 4천만원 포함) 연초 장외시장에서 회사 주식 추가 매
입. 결혼자금 7천8백만원으로 강원랜드 등 장외시장 우량주 매입. 10월 송파구에 2억5천만원에 33평형 아파
트 분양권 매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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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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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억원(부채 청산) 회사 주식 등 일부 주식 매각으로 4~5배 차익 실현. 일부 중도금 내면서 주식 매각 매입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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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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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억원. 일부 주식 매매로 차익 실현. 재테크서 탐독 및 부동산 본격적인 연구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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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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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억5천만원. 부동산 시장 집중조사.7월 잠실 14평형 아파트 2억 8천만원에 매입. 강원랜드 주식 매각으로 5
배 차익 실현. 5년짜리 비과세 저축 만기로 3천만원 목돈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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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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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0억원. 아파트 2채 시가 8억3천만원. 보유 주식 시가 8천만원.현금 1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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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간 약 10억원=저축 1억원+주식 시세차익 5억5천만원+부동산 시세차익 3억3천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