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분주한 소리에 눈을 떠본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치고 게으른 사람은 없으리라 생각해보지만 이 좋은 자연의 배움속을 모포 속에서 몸을 조금 더 운신한다고 좋아질 게 더 있을까?
아침인 이 시간에도 여전히 비는 하염없이 내리고있다. 어제보다 더욱 거세게 내리고 있고 대피소 측에선 호우주의보가 풀릴때 까지는 장터목으로 가는 산행을 금지한다는 안내방송이 나온다.
오늘 중으로는 호의주의보가 풀릴 것 같지 않으니 판단하시어 내려가시는 분들은 어서 하산하시라는 부탁의 제의도 잇따른다.
60여명이던 산객들이 한분,두분 내려가시더니 남은분은 11분.
산장 창문으로 소나기를 방불케 하는 비를 바라보면서 도시하고는 다른 묘한 여운이 나를 감싸고 상념에젖어 나를 더욱 더 채칙질해본다.
기다리자... 오늘이 아니면 내일이라는 시간이 있지 않은가?
내일이 아니면 또 내일이 있지 않는가? 시작했으면 끝을 보아야 하지않는가...
책을 꺼내어본다.
월간잡지 산을 꺼내어 지식과 산에 대한 정보를 공부해본다.
항상 어느순간이라도 책을 손에서 떼어선 안된다. 배낭을 꾸릴때에도 최소한의 무게를 줄이기위하여 고민을 했지만, 역시 책은 나를 실망시킨 적이 단 한번도 없다.
언제든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된다.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주어지는 것은 시간이라지만, 이 시간을 제대로 다룰 수 있는 지혜와 스승은 언제나 독서이다.
기다리면 오지않는가?
12시가 넘어서자 기상일보가 호우주의보를 해제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자... 다시 배낭을 걸머지고 걸어보자.
하늘은 스스로 하려는 자를 돕는다는 말씀이 거짓이 아니구나!
어제에 이은 산행에 무릎은 약간의 통증이 유발한다. 하지만 어차피 가야할 길이라면 나는 웃으면서 가련다. 어차피 가야하고 이 고통도 내게는 즐거운 행복이아닌가...
" 산에서 가장 멋있다고 느끼는 마음은 여성이 홀로이 산행하면서 종주하는 모습이다 ! "
1시간여를 가는데 저 멀리에서 여성분이 홀로이 걸어오고있다.
배낭도 내 배낭보다 훨씬 무거워보이는 장비와 무게에 대단함을 느껴본다.
이 높고 깊은 산중에서 저렇 듯 홀로이 걷는 모습에, 당당함에 내 자신이 부끄러움을 느낀다.
" 안녕하세요! 고생많으십니다... 힘들지 않으세요?"
내가 먼저 건낸인사에
"고생은요.. 이 멋진 자연을 혼자 전세낸 것같아 얼마나 행복한대요!
저는 이렇듯 홀로 지리산종주산행을 1년에 3번이상은 하는 걸요 ."
서로 안부를 걱정해주며 멀어지는 여성분을 보며 이런생각이 들었다.
성차별이 팽배한 사회속에서 저렇듯 자신감과 싸우며 힘든걸음을 걷는 저 여성분에게 무한한 세상의 복들과 열정이 저 여성분들과 같이하는 사람들에게 꼭 씨앗이 꼭 되어주시라고 간절히 기도해본다...
" 산에서 존경스럽다고 느끼는 마음은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이 종주하는 모습이다 ! "
젊은 사람들도 힘들다는 이 지리산종주를 나보다도 저만큼 가시는 칠순이 가까운 저 어르신의 모습이다. 호의주의보는 그쳤다지만 그래도 추적추적내리는 빗속에서 콧노래를 부르시는 저 어르신의 모습에서 겉은 나이가 드셨지만 마음만은 20대젊음의 청춘의 모습을 나는 볼수가있었다.
세상은 20~30대가 젊음을 불사르고 건강하면서 뜨거운 청춘이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자기관리를 하지않고 술, 담배에 스트레스에 시달리면서 언제나 청춘이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과연 건강의 나이를 세어 본다면 저 앞에가는 어르신보다 더 건강한 사람이 얼마나 많이 있을까?
나 자신 부터도 반성해본다.
70세를 넘긴 어르신이 60대부터 시작한 마라톤 풀코스를 1000회를 완주했다는 기사를 보면서 나는 얼마나 내 자신을 반성했는가?
내 몸이기에, 내 것이라고 생각한 내 정신과 육체였기에, 나는 얼마나 함부로 내 자신을 혹독하게 다루었던가? 깊은 반성을 해 보아야한다...
" 산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느끼는 마음은 내 뒤를 따르는 한 가족의 모습이다 ! "
초등학교5학년쯤 되어보이는 아들과 중학교를 다닐듯한 딸을 동반한 중년의 부부!
다리가 아프다는 자녀들에게 이제 다 왔노라고, 이제 한시간도 안 남았노라고 하시며 격려하시고 따듯한 눈빛으로 자녀를 쳐다보는 그 한없는 사랑의눈길...
아직 몇시간을 더 가야하지만 거의 다왔노라 !! 는 그 거짓말이 진실로 거짓말일까?
세상을 살아가면서 그 자녀들은 또 지나서 그 말씀들을 거짓이라 이야기 할 수가 있을까?
가장 아름다운 그 환희의 순간과 그 눈빛을 나는 잊을 수가 없다.
그것은 사랑과 희생... 그 이상이었다!
싸우면서 정이 든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말이다.
그것은 그들만이 세상에 하고픈 변명일 뿐이다.
아픔을 주는 언행과 행동이, 그 차가운 눈빛이 어떻게 또 다른 정을 줄 수 있다는 말인가?
변명을 그럴듯이, 자신이 책임지지 못하는 행동에 대한 핑계와 자기 합리화 일 것이다...!
나는 결코 안에서 새는 바가지가 되고 싶지도 않고 가족이 무조건 적으로 이해를 해주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나도 저 가족처럼 인생이라는 장에서 실천과 무언의 가르침을 주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