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고 있습니다.

비라는 것이 참으로 사람마음을 상념의 시간으로 젖게만듭니다.

 

어린시절.. 국민학교 4학년때로 기억이 됩니다.

학교를 마친후 비가 엄청 온날이었답니다.

어쩌면 하루내내 왔다고 보아야 되겠죠.

우산을 안가지고 왔었답니다.

어쩌나....   고민이 많이 되었답니다.

가까운 곳에 외할머니가 사셨는데  할머니에게 부탁을 드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홀로이 걸었답니다.

이러다가 그치겠지 ..어린마음에 쏟아지는 빗줄기가 그리 크지는 않았기에

홀로이 걸었답니다.

 

당시 집은 외딴집 이었습니다.

걸어서 50여분정도 한시간이 채안걸리는 외딴집...

출발한지 10분도 채 되지않아 몸이 젖기 시작했습니다.

얼굴에서 쏟아지는 빗줄기가 싫지도 않았습니다.

지금같은 여름이가는 늦여름이었기에 춥지도 않았답니다.

그렇게 걷다보니 비의 양을 책가방이나 혹은 어떻게든 줄일수 있었을 텐데

저는 더욱 비를 맞기로 결심했습니다.

아예 젖은몸  홀닥 다 젖어버리자 그리고 비에 맞은 새앙쥐 꼴이 되자...

 

그랬습니다.

어머니에게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아들이 이렇게 비를 맞고 왔습니다.

이비를 한방울도 피하지 아니하고 쫄닥 맞고 왔습니다.

어머니!

저 대견하죠...  아님 이렇게 비를 맞았으니까 맛있는 것좀 해주세요..

아님  위로의 말씀좀 해주세요...

아님 이놈아  왜 우산쓰고 오지 이비를 다 맞고 왔냐...

혼이라도 내주세요..."

 

머리속에는 이런상상이 나를 얼마나 행복하게 만들었는지 모릅니다.

그렇게 비를 맞으며 걷는 순간이 왜그리 좋았는지요..

지금도 뚜렷이 느낄수 있답니다.

무언가에 기대를 하고 있고, 잠시후면 다가올 희망과 따스함이 나를 들뜨게 만들었답니다.

감상일수도 있고 자그마한 서정의 작은 테두리를 홀로이 즐기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순간만큼은 앞으로 다가올 행복의 시간들을 상상하면서 마냥 즐거웠답니다.

 

그렇게 한시간을 비에 젖어 집에 도착하니

어머니 께서는 사랑과정성으로  아들을 살갑게 맞아 주셨답니다.

책가방도 받아주시고, 옷도 갈아 입혀주시고 밥도 주시고, 따뜻한 말씀으로 위로해주셨습니다.  그리고...

내가 당시 그렇게 좋아하는 부침개도 해주셨답니다.

정말 행복했습니다.

가슴이 뿌듯해지며 울컥하는 무언가가 올라왔습니다.

역시  내가 생각했던 그대로야...

어머니는 결코 자식을 실망시키지 않아..

이비를 한시간 맞고 온 보람이 있었어.

결코 기대이상이지  결코 실망시키지 않으셨어...

진정으로 따뜻하고 행복했습니다...

 

제가 고등학교 3학년때 오늘보다 비가 더욱 많이 오던 여름 이었답니다.

청춘의 가장 큰 바다의 시간이었었고 하루하루가 무어가 그리도 좋은지

무어가 그리도 고민도 많은지, 하루하루의  변화의 시간들에 푹 빠져있던 내 젊은날의

아까워 부여잡고 싶었던 순간들중...

이렇게 비가 많이 오던 그어느날..

학교를 파한후 비가 쏟아 지는데, 얼마나 많이 쏟아 지는지 멍하니 비만 바라보던 그순간...

 

빗속을 뚫고 뛰고 싶었습니다.

몇십분 비좀 맞는다고 큰일 생기냐..

달리고 싶었습니다.

세상이라는 거대한 곳으로 전력질주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친구 2명과 야---- 소리를 지르며 뛰기 시작했습니다.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뛰었습니다.

앞만보고 거칠게 없이 뛰었습니다.

쏟아지는 빗줄기가 뺨을 가르고, 눈을 때리지만 게으치않고 뛰었습니다.

주위에선 사람들이 저런 미친놈들 봤나  하는 시선이었습니다.

심장이 터져라.. 호흡이 끊어져라  뛰었습니다.

골목과 골목사이를 가로 지르면서 친구와 번갈아 가면서 뛰었습니다.

숨이 턱까지 몰아 쳤지만  그 고통을 즐기면서 내달였습니다.

 나는 청춘의 열차 였습니다.

세상은 나를 위해 만들어준 레일 이었습니다.

마지막 한방울의 땀까지도 밷어낸 것은  내 자취방 ...

그곳에서 멈추어 섰습니다.

그리고  그자리에서 누었습니다.

그리고 하늘을 보았습니다.

여전히 비가 내리는 하늘...

쏟아지는 저 빗방울...

눈가 옆에 흐르는 땀과 빗방울...

후련하구나.... 그리고 너무도 행복하구나..

 

친구와 두부를 송송 썬 빨간 김치찌개를 끓여 막걸리를 마셨습니다.

얼마나 맛이 좋았던지 지금도 입안에 침이 고입니다...

 

 

 

 

 

살아가며 속고 속이고, 사람이 사람을 힘들게하는, 정이 없어져가는 냉정한 세상속에서

어쩌면 나는 투정을 부리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항상 어린아이처럼 생각하는지도 모릅니다.

여린마음으로 어쩌면 세상사람들도 나처럼 가슴으로 따듯하게 살아가길 바라면서

착각의 그늘에서 위선을 떨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모두가 이해해 주기를 바라지도 않습니다.

모두가 내 마음처럼 되어 주기를 바라지도 않습니다.

모두에게 정을 주고 싶지도 않습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날카롭고 지혜로운 눈빛을 가진,  정을 듬뿍 나눌수 있는

몇몇 사람들과 세상을 같이 하고저 합니다.

가끔은 나를 실망시켜도, 나를 웃음 짖지 못하게하는 상황이와도

그래도 좋은 밉지 않은 그런 사람들이 제 곁에 많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저에게는 저 내리는 비처럼...

한방울의 비처럼, 한방울의 희망이 다가오는것을

저는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비...

나에게 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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