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시간의 하루가 지났고 저녁을 맞이 했었다.

참으로 많이 지쳐 있었다.

그래... 때로는 아무런 생각을 하지도 말고 그저 그렇게 나를 그 가운데에 두고 받아들이자.

체념은 아니었지만 헤어날 수 없을 것같은 실타래를 머리 싸매고 고민해도 풀수없다면 받아들이자....

 

 

그러한 그때에 소중한 시간이 찾아왔다.

뜻밖의  소식을 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운명이라는 생각이든다.

깊게 빠진 늪 속에서 나를 건져 올리는 듯한 힘찬 목소리였다.

그것은  모음료회사를 다니는 후배로부터의 몇마디 정보였다.정말 귀하디 귀한 보석같은 은혜의 정보였다.

 

후배 거래처인데 그분이 여러사정으로 도매점을 다른이에게 넘기려하는데 마땅한 사람을 찾고저 하는데 후배한테도  제의가 들어왔단다.

후배도 탐이나고 구미가 당기는데 준비해둔 자금력도 없고회사를 떠날 마음이 없는 관계로 나에게 소개를 시켜주겠다...  한다.

이 얼마나 감사한 정보이자  귀한 말인가.

 

간단하게 그분에 대한 말을 후배에게서 들었다.

절대 보통 사람같지만 보통 사람이 아니다.

몇년을 겪어보았지만 알듯하면서도 모를것 같은 분이다.

조건은 모든것을 다 전부 주겠다.

사무실, 창고,집기,제품,거래처,자판기및 냉장고,소유하고 있는 승합차와 딸려있는 모든것을 다 주겠다... 속해있는 모든 것은 남김없이 다 주겠노라.

하지만 아무에게나 주지는 않겠다(?).

그리고 금액은 5000만원.

거기서 십원도 깍아줄 수는 없다.

사람에 따라 500만원은(그 후배에게만 특별히) 양보할수는 있지만 나머지는 그분의 5년간 피와땀이 들어간 사업체이기에 시장에서 배추사듯이 깍으려하는 사람에게는 결코 물려 줄 수가 없다는 그분의 신념어린 말씀이 후배에게서 강하게 내비쳐왔다.

간단한 후배에게서 듣는 그분의 말씀이 웬지 신용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분과 후배에게서 전화통화가 끝나고 10월15일 정오에 약속장소를 그분의 사업체로 잡았다.

그리고 나는 새벽녁이 올때까지 잠이 쉬 들지 못했다.

내일에 대한 기대와 설레임, 나를 잡아끄는 강한 기운을 느끼며 어서 밤이 가기를 바랬다.

" 45일간의 방황을 마치고 나에게 오거라..."  

분명한 음성인듯 하다...

 

 

다음날 정오.

나는 어느새 후배와 나란히 그분의 사업장 근처에 어느새 와있다.

언젠가 몇번을 봤었지만 무심코 지나갔던 그곳이다.

밖에서 보면 그리 커보이지도 않고 허름한 간판에 별로 음료도매업 하는 곳과는 멀리보인다.

 

문을 열고 입구를 들어섰다.

아니었다.

빼곡히 쌓인 건강음료가 칼로 잰듯 직각을 맞추어 나란히 정렬되어 있었다.

옆으로 업소용 음료가 키를 자랑하듯이 틈을 안보이고 뽐내고 있다.

느낌이 깔끔하구나..  그리고 가득찬 무언가의 기운이 느껴지는구나.

몇걸음을 건너자 작다고 느낀 그 창고를 지나 문을 열고 사무실로 들어섰다.

 

그안에도 음료가 가득차 있었고, 내가 보지도 못한 자판기재료며 여러 부대시설이 눈앞에 펼쳐졌다.  절도가 있게 짜여진 모든 물건들이었다.

벽에 걸려있는 해병대 위장복이 눈에 강하게 비쳤다.  잘다려진...

여러 도매점을 다녀보았지만 그렇게 깔끔하게 정리정돈이 잘되어 있고 꽉차 보이는 곳은 본적도 없었고 가게라는 이미지보다는 남에게 보여주기위한 박물관같다는 기분이었다.

 

그곳에 한분이 앉아 계셨다.

170 이 안되어 보이는 키에 안경을 쓰신분... 그리고 모자를 쓰셨다.

옷은 작고 허름한 잠바에, 안에 입으신 색이 약간 바랜 줄무늬 난방..

바지는 겨울 바지같은 색깔의 철 지나보이는 낡은 바지..

신발은 구두도 아니고, 운동화도 아닌 몇년은 신어보이는 낡은 캐주얼신발..

나이는 오십을 넘어보이는 그분...

솔직히 시골에서 보는 촌노인같은 인상을 받았다.

어디 시장에서 보아온 자전거에 뒷짐을 많이싫고 배달해주는 그런 분 같았다.

그저 평범해보이는 그런분...

 

후배가 소개를 해주었다.

"사장님! 제가 말씀드린 그 선배 입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하며 나를 소개 시켜주었다.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내가 인사를 꾸벅 정중하게 드렸다.

"안녕하십니까. 사장님! 불쑥 찿아 뵈어 죄송합니다. 저는 이후배와 같이 근무했던 ***입니다.

뵙게 되어 정말 감사합니다..."

최대한 정중하게 그리고 목소리에 힘을 주어 인사를 드렸다.

 

그러자 그분이 의자에서 일어섰다.

일어서시더니 모자와 안경을 벗으셨다.

모자와 안경을 벗어 책상에 내려 놓고 나를 바라보셨다.

나도 그분을 쳐다보았다.

놀랐다.... 정말로 놀랐다...

사람이 그리 달라보인다는 것이 놀랐다.

안경과 모자를 벗었을 뿐인데 어찌 사람이 그리도 달라 보인다는 말인가?

아까 몇초 보았을 때하고는 전혀 다른 사람이 나를 보고있다.

그분이 나를 보았다.

눈빛이 저리도 강렬할수 있다는 말인가?

매섭고도 날카로운 눈빛이 나를 바라보고있다.

깊이를 알수없는 눈빛으로 나를 불과 3~4초 바라보시는데 나는 알몸으로 서있는 듯하다.

그분은 나를, 나의 눈빛을 쏘아보고 있었다...

 

안광 이었다.

눈에서 발산하는 안광이었다.

나는 그런 눈빛의 소유자를 한번도 만나 본적이 없다.

나의 친형이 그런말을 한적이 있었다.

고교시절 사고뭉치로 형을 대할때 나는 형의 눈빛을 피해 아래를 보거나 다른곳을 주시했는데  형은  "사람이 아무리 잘못하고 비굴한순간이나,  그자리를 떠나고 싶은 순간이라도 결코 상대방에 눈빛을 피하진 말아라.."

그말을 듣고 그 후로는 상대방을 대할때 항상 눈빛을 보며 말하고 그 상대방을 평가했는데...

 

나는 그몇초간에 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나도 그분의 눈빛을 응대했다...

그분이 손을 건네온다.

" 반갑습니다.. 얘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누추한 곳에 오셨군요"

악수를 청하는 것이었다.

나는 두손으로 그분의 손을 받았다.

그분의 손을 잡는 순간  큰힘이 몰려왔다.

일부로 힘을 많이 주지는 않았지만 강한 그힘이...

힘없이, 성의없이 하는 악수가 싫어 나도 힘자랑은 아니지만 항상 정성것 한다는 악수였는데 그분도 그렇게 상대방을 배려해 주시는듯 하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몇마디의 이야기가 오갔고 그분은 연신 존대말로 응수해오셨다.

통상 모르는 사람도 아니고 후배를 통해서 갔기에  반말로 하셔도 이해를 할수가 있는데

그분은 계속 존대말을 해주셨다...

 

그리고 나의 작은 소개를 드렸다.

고향은 어데고 어떻게 자라서 모음료회사를 근무하다가 지금은 음료유통을 하고 있다.

자본금은 내힘으로 소중히 번돈 3000만원을 지니고 있다...

후배의 소개를 받고 찾아뵈어 감사를 드린다...

간단하게 말씀을 드렸다.

간간히 그분은 고개를 끄덕이시며 나의 눈빛을 보시며 바라보셨다.

마지막으로 말씀드렸다.

 

"일을 배우고 싶습니다.

아직 미천하고 보잘것 없습니다.

열심히 사장님께 배워보고 싶습니다.

좋으시다면 내일부터 (10월16일)부터 말일(10월31일)까지 배워보고 말일날

모든것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일하는 보수는 10원도 받지 않겠습니다.

주저 옆에서 배우고 싶습니다... 거두어 주십시요"

 

솔직 담백하게 나의 마음가짐을 결정하듯이 말씀을 드렸다...

 

그러자 그분이 잠시 생각을 하시는듯하다...

그리고 미묘한 웃음을 지으셨다...

참으로 알수없는 미묘한 웃음을 ...

 

"그럽시다...

한번 일해봅시다... 가르쳐 줄것이 하나도 없으니 기대는 하지말고..."

 

그렇게 그분과의 15일의 동거(?)에 들어가게 되었다.

 

내인생에 크나큰, 한획을 긋는 소중하고 감사한 만남을...

진정 강한 스승을 만나게 된것이다.....

 

 

 

(이글을 써야하는 몇일동안 참으로 망설였다.   어떤글을 쓰더라도 힘이야 들겠지만

나의 참스승 용기형님편 은  정말 그 어떤 글보다 솔직하고 있는 그대로를 솔직히

그리고 미화시키지도 아니하고 정말 간절한 마음으로 쓰고 싶었다.

다른글을 졸필이라 손가락질해도 이글만은 형님을 위한 존경과 사랑으로, 간절한 마음으로

의식처럼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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