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세계서 가장 영향력 있는 CEO' 카를로스 곤 닛산 사장 인터뷰 ] *****************
< 아시아 조직문화는 튀는 사람 꺼려 … 리더 크기 힘들어 >
6800억엔 적자(작년)에서 3300억엔 흑자(올해)로!!!
파산 직전의 회사가 1년 만에 창립 후 최고 이익을 낸 우량회사로 변신했다면 ‘기적’ 말고 달리 표현할 말이 있을까?
닛산(日産)자동차의 프랑스 용병 카를로스 곤(47) 사장이 종종 “죽은 사람을 되살린 마술사”로까지 비유되는 까닭이다.
일본에서 영웅 대접을 받는 그는 미국 타임지와 CNN 방송이 선정한 올해의 ‘영향력 있는 최고경영자(CEO) 25인’에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을 제치고 1위에 올라 세계적 비즈니스 스타임을 인정받았다.
사원 개개인의 재건 의욕을 자극해 활기 넘치는 회사로 바꿔놓은 그의 경영술은, 한 사람의 현명한 리더에 의해 조직의 운명이 송두리째 달라질 수 있음을 증명하는 실례로 일컬어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곤 혁명’의 요체는 낡은 일본형 리더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새 타입의 리더십 혁명이다.
바쁘기로는 일본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간다는 그가 조선일보와의 단독 회견을 통해 밝힌 재건 드라마를 여러분께 소개하고자 한다.
* 닛산의 부활을 사람들은 기적이라고 한다.
- “적절한 표현은 아니다. 닛산이 단기간에 궤도에 오른 것은 전 사원이 의욕을 갖고 재건 계획에 참여해 공헌한 결과이지, 인간 능력을 초월한 기적은 아니다.
성공이 보장됐던 것은 아니나 예상됐던 결과고, 나는 특별히 놀라지 않는다.”
* 2년8개월 전 닛산에 왔을 때의 인상은?
- “한마디로 말하면 ‘혼란’이었다. 사원들은 전략도, 우선순위도, 목표도 없이 그저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혼란을 불식시켜 회사가 나갈 방향이 무엇이고, 개개인에게 무엇이 요구되는지를 명확히 해주는 게 우선 급선무였다.”
* 사원들에게 ‘불타는 갑판론’을 내세웠는데.
- “당시 닛산은 침몰하는 배였고, 사원은 불타는 갑판 위에 있었다. 이 경우 살기 위한 선택은 단 하나, 바다에 뛰어드는 것뿐이다.
앞날은 예측 곤란하지만 어쨌든 행동에 나서는 것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런 위기 의식을 사원들로 하여금 갖게 하는 데 힘썼다.”
* 동기부여가 쉽지는 않았을 텐데.
- “물론이다. 하지만 그게 나의 일이고, 리더의 역할이다. 조직 내부에 위기감을 심고 행동에 나서게 하기 위한 동기를 부여해 모든 관계자가 노력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리더다.”
* 당신의 사전엔 리더란 어떻게 정의돼있나?
- “조직이 위기에 직면했을 때, 조직원이 혼란스런 상황을 탈출하기 위해 신뢰하는 존재다.
따라서 리더에 대한 기대감은 위기 국면에서 고조된다. 역경 속에서 리더십도 발전하는 것이다.”
* 당신의 성공은 아웃사이더(외부인)였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지적도 있다.
-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 인정과 정실에 구애받지 않아도 되는 아웃사이더인 것은 확실히 과감한 개혁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모든 아웃사이더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비즈니스 세계에서 많은 실패 사례를 보아왔다.”
* 일본인 리더가 못했는데 당신이 가능했던 비결이라면?
- “일본에도 훌륭한 비즈니스 리더는 많다. 다만 문제는 실행력과 결과다.
아무리 좋은 플랜을 짜도, 성과가 예컨대 5년 뒤에나 나온다면 리더가 신뢰받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중요한 것은 플랜을 실행하는 단계부터 조기에 성과를 올려, 조직원의 사기를 고취시키는 것이다.”
* 일본의 침체는 흔히 리더십 위기 때문으로 일컬어지는데.
- “일본에선 리더란 타고나는 것이라고 오해하는 것 같다. 나는 리더가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역경 속에서 다양한 과제에 부닥쳐 해결해 가는 과정에서 리더로 성장해 가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에선 리더로 클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제공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 일본, 나아가 아시아식 조직문화가 리더를 못 키운다는 뜻인가?
- “일본이나 아시아에선 사람들이 돌출하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그래선 리더가 육성되기 힘들다.
리더란 혼자 결정을 내리고 책임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런 문화를 개혁해야 좋은 리더를 육성하는 토대가 마련될 수 있다.”
* 당신의 경영 스타일은 유럽식인가, 미국식인가?
- “내 스타일은 어느 한 모델에 속하지 않는다. 다양한 문화적 어프로치의 복합체라고 할까.
나는 그동안 남미·유럽·미국 등에서 일하는 행운을 누렸고, 각각의 지역에서 강점을 배워 내 경영 스타일에 소화해 넣으려는 노력을 해왔다.
지금 닛산에서도 나는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몇 년 뒤 일본을 떠날 무렵엔 내 스타일이 또다시 달라져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 일본에서 배울 강점이라면?
- “예컨대 회사에 대한 충성심과 헌신적 자세다. 특히 ‘겐바(현장·현장의 일본식 발음)’의 충성심은 일본의 큰 강점이다.
치밀한 작업을 통해 높은 품질을 실현하고, 전문성을 중시한다는 것도 배울 부분이다.”
* 당신은 사람을 중시하는 경영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그것은 일본식 모델도 마찬가지다.
- “나와 일본식이 다른 것은, 나는 사원들에게 진실을 말한다는 점이다. 나도 사람을 소중히 여기지만 사원들에게 듣기 좋은 말만해서 그들이 자만심과 자기만족에 빠지게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일본, 최소한 닛산에서는 경영진·관리자가 사원에게 상처주기 싫어 진실을 말하는 것을 주저하는 경향이 분명히 있다.”
* 당신에게 국적이란 무엇인가?
- “아무 것도 아니다(Nothing at all). 국적보다 중요한 것이 문화다. 일본은 다르지만, 미국도 프랑스도 브라질도 같은 나라 안에서 사람에 따라 문화적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국적과 국경의 중요성은 갈수록 줄어들고 그에 비례해 문화가 중요해질 것이다.”
* 당신은 누구를 위해 그렇게 일벌레처럼 일하나?
- “사장, 특히 위기에 처한 회사의 사장이 되면 사원과 고객과 주주의 기대에 부응해야 된다는 책임이 늘 어깨를 짓누른다.
나는 회사와 내 자신과 가족을 위해 일한다. 단 이것은 월요일 오전 6시부터 금요일 밤까지의 얘기다. 나의 주말은 오직 가족을 위해 존재한다.”
* 카를로스 곤
1999년 봄 닛산의 대주주가 된 프랑스 르노로부터 ‘재생 청부인’의 특명을 띠고 파견돼 왔다.
급진적 구조조정 덕분에 처음엔 ‘도살자’ ‘점령군’ 등의 비난도 받았으나 닛산이 극적인 부활에 성공하면서 일약 영웅이 됐다.
‘오토모티브 뉴스’지가 세계 자동차 메이커의 탁월한 CEO(최고경영자)에게 주는 ‘올해의 경영자상’을 작년과 올해 연속 수상했다.
코스모폴리탄(세계인)을 자처하는 그는 성장 이력부터 복잡하다. 레바논계 이민 3세로 브라질에서 태어나, 레바논에서 자랐고, 프랑스의 명문 국립대학을 나왔다.
영어·프랑스어·이탈리아어 등 5개 국어에 능통하며, 프랑스와 브라질 국적을 갖고 있다.
타이어 메이커 ‘미셸린’에 입사, 브라질과 미국의 현지법인 사장을 지낸 뒤 42세 때 르노에 스카우트됐다.
그는 벨기에 공장폐쇄 등의 구조조정 작업을 성공시키면서 ‘재건 전문가’의 명성을 얻었고, 지금은 르노의 차기 사장 자리에 가장 근접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아침 7시부터 밤 11시까지 쉬지 않고 일한다고 해서 별명이 ‘세븐·일레븐’이다.
그러나 토·일요일은 무조건 부인과 네 자녀를 위해 비워둔다. 올해 봄 일본의 ‘아버지의 날’엔 ‘베스트 파더(best father)’ 상도 받았다.
◇ 곤 사장의 어느 날 일과
6:00 기상. 가족과 아침 식사. 식탁에서 수학 시험과 용돈 문제에 대해 아이들과 대화.
7:40 회사 도착
8:00 미국에 전화
8:30 잡지 인터뷰
9:30 사내 회의
10:30 회의
12:00 임원식당에서 점심 식사(메뉴는 라면)
13:00 회의
15:00 회의
15:30 유럽 지사에 전화
16:00 노조와 협의
18:15 사외 회의
21:00 퇴근
21:30 자택에서 부인과 저녁
23:30 취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