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병철 회장에 대한 증언 ] ********************************
자본주의와 시장경제 역사가 일천한 우라나라에서 대표적인 기업가를 꼽으라면 삼성그룹 창업자 湖巖(호암) 李秉喆 회장을 거명 하지 않을 수 없다.
호암은 1986년에 펴낸 그의 자서전 「湖巖自傳」(호암자전)에서 기업가를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기업가는 기업을 구상하여 그것을 실현시 키고 합리적으로 운영하면서, 국가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가를 파악하여, 새로운 기업을 단계적으로 일으킬 때 더없는 창조의 기쁨을 가지는 것 같다.
그 과정에서의 흥분 과 긴장과 보람, 그리고 가끔 겪는 좌절감은 기업을 해본 사람 아니고서는 알 수 없을 것이다.
황무지에 공장이 들어서고 수많은 종업원들 이 활기에 넘쳐 일에 몰두한다. 쏟아져 나오는 제품의 산더미가 화차와 트럭에 만재 되어 실려 나간다.
기업가에게는 이러한 창조와 혁신감에 생동하는 과정을 바라볼 때 야말로, 살고 있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게 하는 더없이 소중한 순간일 것이다>"
이제 호암이라는 기업가의 인물탐구로 들어가 보자.
그는 성격이 까탈스러우면서도 귀족적이다. 키 1백67㎝에 몸무게 60㎏, 신발 사이즈 는 2백45mm로 발이 작았다.
단단하고 야무 진 외모, 한 올의 머리칼도 흐트러지지 않도록 단정한 빗질, 꽉 다문 입술, 날카로우 면서도 온화한 시선….
한국경제인협회(全經聯의 전신) 창업 과정 부터 李秉喆 회장과 깊은 대화를 나누었던 金立三(김입삼) 全經聯 고문은 『李회장은 매사에 제일주의를 고집해 남에게 뒤지는 것을 생리적으로 싫어했던 사람』이라고 평했다.
申勳澈(신훈철) 星友會(성우회·삼성그룹 퇴직 임원 동우회) 회장은 『先代회장(삼성 출신 관계자들은 李秉喆 회장을 이렇게 표현했다)께서는 말을 대단히 아낀 분』이라 고 회고했다.
호암의 장남 李孟熙(이맹희) 씨는 자서전 「묻어둔 이야기」에서 부친의 성격을 이렇게 설명한다.
"좀체 화를 내는 법도 없었고 큰 소리와 욕설은 물론 보고 받을 때도 겉으로 좋다 싫다는 표현을 드러내 보이지 않았다. 눈빛과 분위기로 찬성과 반대를 구분할 수밖에 없었다.
평생 동안 아버지가 큰 소리를 내면서 웃는 모습을 본 사람이 몇이나 되는지 궁금하다."
호암을 가까이서 보좌했던 인사들의 의견과 世評을 종합하면 非情하다, 차갑다, 매섭 다, 냉혹하다, 사정없다, 예리하다, 날카롭다, 까다롭다 등으로 귀결된다.
이런 면모는 기업가들이 갖추어야 할 기본 속성, 즉 성격이 모나지 않고 둥글어야 하며 사교성 ·친교성이 뛰어나야 한다는 고정관념의 彼岸(피안)에 그가 서 있음이 발견된다.
언론인으로서 호암을 가까이서 지켜봤던 崔禹錫(최우석) 삼성경제연구소장은 기업가 李秉喆을 『사색을 즐기던 분, 그리고 음식 남기는 것을 싫어했던 분』으로 기억했다.
식사도 우동 한 그릇과 초밥 몇 점, 뚝배기 음식을 즐겼다고 한다.
호암의 막내딸 李明熙(이명희) 여사(신세계백화점 회장)의 증언.
"아버지는 집에서도 혼자 무엇을 깊이 생각하고 계실 때가 자주 있어요. 그런 시간 에 제가 들어가서 바깥일을 얘기해 드리면 참으로 신기하게 여겨요."(상아출판사의 「재벌들」이란 책에서 인용)
호암은 또 독서를 즐긴 경영자로서, 평생 책을 손에서 떼지 않았다. 申勳澈 성우회장 의 증언에 의하면 호암은 일본에서 올 때마 다 신간서적을 대형 가방 한 가득씩 구해 와 직접 읽거나 임원들에게 나눠주고 독후 감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반도체 사업 참여 과정에서는 일본 현지의 업계, 기술자, 설비 관계자, 연구소 등을 돌며 얻은 산더미 같은 자료를 항공편으로 空輸(공수)해다 일일이 붉은 줄을 그어가며 읽은 후 해당 부서 기술자에게 주고 숙 지하도록 했다.
후에 독서할 내용이 많아지자 비서실 내에 서적이나 외국 원서를 번역 요약하는 팀을 운영하기도 했다.
호암은 골프, 서예, 國樂감상, 골동품 수집 및 감상 등을 즐겼다. 취미생활도 귀족적 이라는 世評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는 全經聯에서 행한 「나의 창업이념과 경영철학」 이란 강연(1980년 7월3일)에서 자신의 성격을 이렇게 설명했다.
"나는 한가한 것을 가장 싫어하고 못 견디는 성미입니다. TV를 보면서도 신문이나 잡지를 읽고 이야기를 합니다. TV는 세 대를 동시에 켜놓고 보는데, 國樂과 권투중계를 즐겨 봅니다. 國樂은 오래된 취미이고, 권투는 투지에 불타 치고 받는 것이 볼만하 며, 한쪽이 KO승을 거둘 때 몹시 통쾌합니다."
崔禹錫 삼성경제연구소장은 호암의 기질을 대담한 면과 사소한 면이 변증법적으로 통합된 성격이라고 소개했다.
권력과 맞서 의사를 관철시키거나, 공들여 키운 수천억짜리 기업을 내주고도 눈 하나 까딱 않는 대담성이 있는 반면, 사업 추진과정에서 세세 한 부분까지 빈틈없이 챙기는 스타일이란 것이다.
서울 태평로 2가 삼성 본관 옆에 동방생명(현 삼성생명)과 중앙일보 건물을 지을 때 호암은 외벽 대리석 색상을 직접 지정해 주었고, 대리석 칸과 칸 사이 간격을 몇 m m로 할 것인가까지 일일이 지시했다고 관계자들은 증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