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즉흥적 웃음 보다는 여운있는 웃음 주고파... >

"안녕하세요. 재미있는 라디오 유쾌한 코믹 보이 최양락입니다. 웃을 준비 됐다고요?"

매일 오후 8시10분 MBC 라디오(FM 95.9㎒)를 켜면 개그맨 최양락(42)을 만날 수 있다.
라디오에서는 보기 드문 개그 프로그램인 "최양락의 재미있는 라디오".

2002년 4월 첫 방송을 시작한 이래 2년 동안 한결같은 모습으로 퇴근길 시민들의 스트레스를 웃음으로 날려주고 있다.

특히 프로그램의 간판 코너인 "3김 퀴즈"는 독특한 정치 코미디로 인기를 끌고 있다. 퀴즈 9단을 자처하는 YS, DJ, JP가 나와 초등학생 수준의 문제를 풀지만 한번도 정답을 맞히지 못한다.

힌트를 아무리 줘도 소용없다. 너무나 뻔한 정답을 애써 외면한 채 자기들끼리 치고 받느라 정신이 없기 때문이다. 국민의 말은 들을 생각도 하지 않고 정쟁에만 골몰하는 정치인들에 대한 신랄한 풍자다.

물론 3김이 진짜 나오는 것은 아니고 목소리만 흉내낸다. YS와 DJ는 후배 개그맨 배칠수가 맡고, 최양락은 JP의 흉내를 내면서 사회를 본다.

"사람들이 복도 많다고 해요. 이 나이에 TV에서도 웃기고 라디오에서도 웃길 수 있으니까. 지난해 말 MBC 연기대상 시상식에서는 라디오 우수상도 받았어요."

최양락은 MBC TV의 "코미디 하우스"에서도 맹활약을 하고 있다. "10분 토론", "웃지마" 등의 코너에서 후배들과 함께 코미디 연기에 구슬땀을 흘린다.

40대의 나이에 현역에서 활동하는 개그맨이 드문 현실에서 후배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어느 날 분장실에서 주변을 둘러보니 마흔 넘은 사람은 저 혼자더라고요. 예전 제가 신인일 때 구봉서 선생님을 바라보던 것과 비슷한 위치가 된 것 같아요. 후배들은 제가 부럽겠지만 사실 저는 불안해요. 언제 무대를 떠나게 될지 모르거든요."

1981년 MBC 개그콘테스트로 데뷔해 올해로 방송 23년을 맞는 그에게도 힘든 시절은 있었다. 90년대 후반 모 방송사의 오락 프로그램에서 난데없는 퇴출 통보를 받고 방송을 떠나야 했다.

"마흔도 안 됐는데 어쩌란 말이"고 따지는 그에게 "잘 아시면서…"라는 냉정한 대답만 돌아왔다.
억울하고 섭섭한 생각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고민하던 그는 짐을 싸서 호주로 떠났다.

"한국에 있으면 TV를 보게 되잖아요. 그런데 TV에 저는 없고 다른 사람들만 있는 거예요. 그게 너무 괴로웠어요. 그래서 무작정 떠났죠. 개그를 그만둬야 하나, 그만둔다면 뭐를 하며 살아야 하나 고민 많이 했어요."

호주에서 1년간 쉬면서 차분히 자기를 돌아본 그는 한국으로 돌아와 당당히 재기에 성공했다. 특히 "알까기"는 최양락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한 히트작.

"알까기가 떴을 때 제일 행복했어요. 어른이 하기엔 너무 유치한 게임을 진지하게 보여준 것이 히트의 비결일까요. 남은 코미디 인생에서 알까기 같은 히트작이 하나만 더 나와도 대단한 성공일 것 같아요."

88년 동료 개그맨 팽현숙과 결혼해 개그맨 부부 1호가 된 그는 아내의 내조에서 큰 힘을 얻고 있다고 했다.

"저는 집안에서 손가락 하나 꼼짝 안 해요. 하나엄마(팽현숙) 말이 "당신은 방송을 하는 사람이니 방송만 해요" 라더군요.
개그맨이 집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밖에서 웃길 수 없거든요. 하나엄마도 같은 일을 했기 때문에 이해를 잘 해줘요. 그러고 보니 개그맨 부부는 하나도 깨진 경우가 없는 것 같네요."

시청자들의 머릿속에는 웃기는 최양락의 모습만 있겠지만 인터뷰를 위해 만난 그는 무척 진지한 사람이었다. 23년 경험에서 우러난 그의 개그론을 들어보자.

"시청자들은 수십년 동안 TV를 봐온 사람들이에요. 그런 사람들을 5분 웃기려면 1주일을 연구해야 해요. 더구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비극에는 후한 점수를 주지만 코미디에는 야박하거든요.
그러나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즉흥적인 웃음을 유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요. 여운이 남는 웃음, 멘트로 기억되는 개그가 진짜 좋은 거죠."

그는 개그맨을 제대로 대접해 주지 않는 방송가의 분위기에 대해선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우리나라 코미디언이나 개그맨은 실컷 써먹고 버리는 소모품과 비슷해요. 미국이나 일본은 한 명의 스타를 위해 수십, 수백 명의 작가가 동원돼요.
우리는 개그맨 본인에게 모든 것을 맡기지요. 그래선 아깝게 키운 사람이 한순간에 날아가 버려요. 우리나라도 개그맨이 장수할 수 있는 풍토가 만들어지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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