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구류 청소 '침대 청소박사' 설기철 사장>
무점포창업이 '돈 되는' 사업 아이템으로 뜨고 있다.
사업영역도 갈수록 넓어지는 추세다.
무점포 사업이 일시적 호구책이거나 '종잣돈' 마련을 위한 예비사업으로 여겨지던 시대는 갔다.
인터넷이 거액의 창업자금을 대신해 주기 때문이다. 무점포의 단점도 인터넷이 보완해 준다.
물론 한계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사업을 하는데 점포(사무실)는 물리적 장소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고객을 끌어들이고 지속적인 거래관계를 맺어주는 구심점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 뛰어난 사업수완을 발휘하고 있는 무점포 사업가를 소개한다.
'침대청소박사' 일산점의 설기철 사장(33)이 그 주인공이다.
점포가 없는 대신 건강한 몸과 사업 열정으로 무장한 이들 사장의 성공전략은 한 여름의 무더위를 씻어주는 청량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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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기철 사장은 침대 카펫 등을 청소하는 일을 한다. 점포는 없다.
한달 순익은 4백만∼5백만원. 직장인은 물론 웬만한 점포보다 수입이 좋다.
설 사장은 3년전만 해도 '잘나가던' 치킨점 사장이었다. 돈도 모이기 시작하니 탄력이 붙었다.
내친 김에 모은 돈을 모두 털어넣어 치킨점을 확장했다. 내부 인테리어 비용만 1억원 넘게 들었다.
이게 실책이었다. 순조롭기만 했던 사업에 '날벼락'이 떨어졌다.
건물 주인이 상가임대차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보증금 2천만원을 3천만원으로, 월세 80만원을 2백만원으로 각각 올려버린 것.
새 법이 시행되기 전에 미리 임대료를 최대한 올리겠다는 속셈이었다.
인테리어 비용은 물론이고 지난 6년간 벌었던 돈을 한꺼번에 날렸다.
설 사장은 "너무 억울해 속병이 생겼고 한국이 정말 싫어져 이민을 떠날 생각까지 했다"고 당시 심정을 털어놨다.
'다시 시작하자'는 마음으로 조그만 치킨집을 차렸다.
그러나 의욕이 생기지 않았다.
한때 10명의 종업원을 뒀던 대형 치킨집이 10평짜리 소형 점포로 쪼그라드니 울화가 치밀었다.
자연 부부싸움도 잦아졌다.
그래서 시작한게 무점포 사업인 '침대청소박사(www.drbedclean.com)'.
침대 카펫 소파 등을 살균 세척하는 일이다.
설 사장은 "잠자는 시간을 빼고는 영업하러 돌아다녔다"고 고백할 정도로 억척스럽게 사업에 매달렸다.
사람을 쓰지 않고 직접 명함을 돌리고 있다. 한달에 평균 1만장의 명함을 뿌린다.
전단지를 대신하는 그의 명함에는 서비스 종류와 가격을 비롯해 연락처 등이 빼곡히 적혀 있다.
설 사장은 해가 지면 치킨집의 배달 아르바이트로 나선다. 돈벌이를 위해서가 아니다.
배달하면서 침대청소 영업을 하기 위해서다. "단골을 확보하려면 양질의 서비스와 친절은 기본이고 이외에 플러스 알파가 있어야 한다."
설 사장은 자신의 달변을 알파로 활용하고 있다. 가정을 방문하면 일단 즐거운 대화거리를 유도한다.
단골은 이 대화에서 태어난다. 침대 카펫 등 부탁받은 물건 외에 서비스로 집안의 구석구석까지 말끔히 청소해 준다.
이런 서비스도 단골을 만드는 그만의 노하우다.
< 온라인 인쇄편의점 '번개통신' 박용찬 사장 >
광명시에서 무점포 인쇄소를 운영하고 있는 박용찬 사장.
그는 2년전 창업을 결심했다.
유통회사 목재회사 등에서 직장생활을 했지만 '앞'이 보이지 않았고 점점 커가는 애들을 보면서 겁이 덜컥 났다.
월급을 받고 며칠만 지나면 돈이 거덜나는 악순환에도 염증이 생겼다. 하지만 막상 내 사업을 벌이자니 걸리는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10년 가까운 직장생활을 했으나 모아 놓은 돈도 별로 없었다.
무작정 인터넷을 뒤졌다.
그러다 발견한게 온라인 인쇄편의점을 표방한 '번개통신(www.bungae114.co.kr)'.
창업자금이 별로 들지 않고 일 자체도 비교적 간단해 보였다.
업소를 돌면서 명함 스티커 전단지 판촉물 등의 주문을 받아 본사 공장에 제작을 의뢰하면 된다.
영업이 사업의 전부인 셈이다.
창업자금이라야 가맹비(5백만원)와 주문을 받기 위해 필요한 컴퓨터 팩스 전화기만 갖추면 끝이다.
그러나 시작은 쉽지만 성공은 멀었다.
사업 거점이 없다보니 아무리 발품을 팔아도 처음에는 효과가 없었다. 박 사장이 무점포 사업을 '맨땅에 헤딩하기'에 비유하는 것도 이래서다.
무점포 사업을 시작했다가 사업을 접거나 직장으로 되돌아가는 것도 통상 처음 3개월을 버티지 못하기 때문이다.
박 사장도 "처음 몇달동안은 밤마다 잠을 설칠 정도로 중압감에 시달렸다"고 당시의 심정을 고백했다.
그 많던 아침 잠이 저절로 없어졌다. 새벽 5시만 되면 어김없이 집을 나섰다. 전단지 명함 등을 들고 광명시를 헤집고 다녔다.
버스 지하철 등에서 아무나 붙잡고 말을 걸었다. 그리고 전단지를 돌렸다.
3개월이 지났다.
거짓말처럼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올해로 2년째 접어든 사업은 이제 안정권에 진입했다. 월평균 3백여개 업소에서 주문이 들어온다.
한달 순익도 4백만원을 웃돈다.
이것을 가능하게 한 건 일대일 대면영업이다.
"주문에서 제작까지 컨셉트 자체가 온라인 사업이지만 영업은 직접 부닥쳐야 한다."
박 사장의 지론이다.
그는 인터넷 전화 등으로 주문을 접수해도 직접 방문해 주문 내용을 확인하고 감사표시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