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지만 막상 좌절을 경험한 사람이 다시 일어서기란 그리 쉽지 않다. 그것도 사랑하는 아내마저 신용불량자로 만들 정도로 철저히 실패했다면….

기능성 침구용품업체 트윈세이버 황병일 사장(41)은 신용불량자로 출발해 5년 만인 2003년 1천만달러 수출탑을 받은 독특한 경력을 갖고 있다. 지난해는 2백억원의 매출을 올린 어엿한 중견 사업가로 변신했다.

매출 20억원 남짓한 통신판매회사를 운영했던 황사장은 1998년 외환위기로 회사가 부도나면서 빈털터리 신세가 됐다. 살던 집마저 팔았지만 6억원의 빚과 함께 신용불량자로 전락했다. "거래처가 줄도산하면서 연쇄 부도를 맞았어요. 고의 부도를 낼 수도 있었는데. 그랬으면 2억~3억원은 챙겼을 겁니다. 그러나 차마 나혼자 살자고 그럴 수는 없었어요."

빚쟁이에게 시달리던 황사장은 그해 가을 남은 돈을 긁어모아 일본으로 건너갔다. 한 때 일본 유학을 목표로 공부해서 어느 정도 의사소통은 가능했다. 일본에서 될 만한 아이템을 골라 한국에서 재기하겠다는 실낱 같은 희망을 안고 무작정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비행기 안에서 우연히 잡지를 뒤적이다 유럽산 메모리폼 베개를 본 순간 황사장은 눈이 번쩍 뜨였다. 통신판매를 하면서 웰빙 관련 제품이 잘 팔린다는 사실을 경험했던 터라 뭔가 될 것 같았다.

메모리폼 베개란 충격 흡수 소재인 폴리우레탄으로 만든 베개다. 짧은 시간을 자도 숙면을 취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마침 일본에서는 숙면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지만 메모리폼 베개는 유럽산이 유일했다. 중계무역을 계획했던 황사장은 수입해서 파느니 만들어서 수출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 돌아와 폴리우레탄 전문가와 각종 연구소를 찾아 다녔다. 우여곡절끝에 기술을 개발하고 종자돈 3천만원을 마련해 99년에는 회사를 세웠다. 신용불량자인 탓에 형님 이름을 빌려 설립한 회사가 지금의 트윈세이버다. 이렇게 시작한 트윈세이버 베개는 순식간에 일본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일본에는 사실 아무 것도 모르고 들어갔어요. 일본에서 막 유럽산 메모리폼 베개가 팔릴 시기였조. 한국에서 왔다며 유럽산보다 싸게 공급하겠다고 하자 유통업체들이 납품을 받기 시작한 것이죠.

황사장은 사업을 하면서 여윳돈만 생기면 빚을 갚아나갔다. 99년 회사를 세우자마자 채권자들이 찾아와 빚을 갚으라며 소란을 피웠다. 2001년 신용불량자에서 벗어나기까지는 채권자들에게 시달리면서 빚갚고 제품 파는 힘든 시기였다고 그는 회고했다.

수출이 살길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막막했다. 전문전시회를 통해 판로를 뚫자는 생각에 2002년 독일에서 열린 세계 최대의 홈패션 침구장식 전시회인 하임텍스에 참가했다. 황사장은 전시회를 통해 러시아,체코,크로아티아,스페인,사우디아라비아,이스라엘,독일,싱가포르,대만,중국 등 세계 19개국에 판로를 뚫었다.

지난해 매출 2백억원의 75%가 수출이다. 지금까지 판 베개만 5백만개가 넘는다. 일렬로 세우면 서울과 부산을 29번 왕복(약 25만㎞)할 수 있는 양이다.
메모리폼 베개가 뜨면서 국내는 물론 중국에서도 아류 제품이 쏟아져 난관을 맞기도 했다.

황사장은 이를 스피드 경영으로 정면 돌파했다. 중소기업 형편에서는 어려운 일이지만 연구개발과 기획, 생산 전과정을 자회사에서 원스톱으로 해결하고 나라별 기호와 특성에 맞게 연간 50여개의 제품을 쏟아낸 것이다. 국내서는 개개인의 두상과 체형, 수면습관을 분석해 최적의 베개를 만들어주는 첨단 수면보조시스템 까르마를 내세워 고가정책을 유지했다.

지난해 11월에는 경기 안성에 동양 최대 규모의 수면용품 전문 사업장을 세웠다. 대량 생산을 통해 내수 시장은 물론 수출지를 다변화해 연매출 3백억원을 넘기는 게 올 목표다. 그는 트윈세이버를 세계적인 수면환경 전문회사로 키우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베개, 매트릭스, 조명, 향, 색깔을 이용해 현대인에게 최적의 수면환경을 제공하겠다는 것. 각 분야의 전문회사는 있지만 황사장은 이를 집대성하는 게 목표다.

"부도났을 때 도망가지 않고 맞섰어요. 잠깐 피했다면 언젠가 신용은 살릴 수 있겠지요. 그렇지만 그렇게 해서는 사람들 앞에 다시 떳떳하게 나설 수 있겠어요?" 신용불량자에서 아시아 최고의 수면용품 회사를 일군 비결에 대한 황사장의 대답이다.


이글을 읽으니 세상은 강한자가 살아남는게 아니라 살아남은자가 강한거다라는 말이 생각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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