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컨설팅 그룹 회장 강석진 대표는
GE를 국내에 토착화시킨 일등공신으로서, 외국 기업에서 성공한 대표적인 한국 CEO이다.
한국 기업에 투명성 제고 등 선진기업의 경영방식을 도입하는 데 기여한 선두주자로 평가되고 있으며, GE에서 CEO로 22년간 재직한 경우는 잭 웰치 회장과 그밖에 없다고 할 정도로 장수근무 경력을 자랑한다. 1981년 매출액 260억 원이던 중소기업을 20년 만인 2002년에 매출 4조원, 17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중견그룹으로 성장시켰다. 2002년 퇴직 후, 현재는 중소기업과 벤처 CEO를 지원하는 CEO컨설팅 회장직을 맡고 있다. GE 재직시절에도 1년에 20일은 스케치 여행을 다녔다는 그는 취미 수준을 넘어선 프로 서양화가로 국내외에서 전시회를 여는 등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이외에 서울종합과학대학원, 서강대학원 경영대학원 등에서 강의도 하는 쓰리잡스 CEO이다.
● Part 1 : 성공한 직장인과 개인적으로도 풍요로운 삶,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싶어하는 후배들에게.
치열한 경쟁을 뚫고 취업에 성공한 후배들이 우리 국토에 한정하는 좁은 시각에서 벗어나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젊은 주역이 되길 바랍니다. 지금 한국은 역사적으로나, 지리적으로나 중대한 기로에 서 있지 않습니까. 바로 한국의 미래는 청년세대의 원대한 꿈에 달려있습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나와 잭 웰치의 여러 공통점을 뽑아 비교하더군요. 우선 GE에서 20년간 근무한 장수 CEO라는 점, 입사와 퇴직 시기가 비슷한 점 등등 말이죠. 하긴 그도 시골학교를 겨우 면한 매사추세츠대학교 출신이고 나 역시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우리 고향에서 한 발짝 벗어나보지 못한 시골 출신이지요. 그런 내가 일반인은 비행기를 타기도 어려웠던 70년대 초반부터 5대양 6대 주를 누비며 지구가 좁다고 돌아다니고, KS표(경기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를 졸업한 사람들을 의미)가 떨치고 있는 전문 경영인들 사이에서 현재의 위치에 오르게 된 비결이 무엇일까요.
모심고 보리밭에서 일하던 시절, 취업이 잘된다고 약학과를 덜렁 선택했다가 도저히 적응이 안 되어 경영학으로 전공을 바꾼 대학 시절, 서투른 영어로 공항에 내려 더듬더듬 의사소통을 하던 신입사원 시절 등의 추억을 오랜만에 떠올려 보았습니다. 내가 지난 삶을 행복하게 돌아볼 수 있는 이유는 겉으로 보이는 화려한 이력 때문이 아니라 바로 개인적으로도 하고 싶은 일을 다하며 살아온 분에 넘치는 행복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 Part 2 : 지금 이 순간에 충실 하라
어떤 일이든 현재의 일에 최선을 다하십시오. 지금 이 순간은 흘러가면 다시 올지 않는다는 것을 마음에 깊이 새겨 매 순간 정성을 다하십시오. MOT(Moment of truth : 진실의 순간)란 말처럼요. 투우사가 일거에 소의 급소를 공격해야 승부에서 이길 수 있지 않습니까. 나중에 작살을 꽂으려 미루면 소에게 주도권을 뺏겨 쫓기게 되듯이 순간순간에 충실하지 않으면 인생의 주도권을 놓치게 되지요.
지금 이곳이 유일한 기회라는 생각으로 매 순간 열정을 쏟아 부을 것을 당부하고 싶습니다. 지금 맡은 일을 잘하면 신뢰를 얻게 되고, 그러면 길은 열리게 되어 있습니다.
대학 때 나는 가난한 고학생이었고, 입주과외를 했었습니다. 그것이 나중에 어떻게 연결됐는지 아십니까. 약속을 잘 지키고, 열과 성을 다하는 모습이 학생의 부모에게 강한 인상을 줘 취업으로까지 연결됐습니다. 덕분에 졸업하기가 무섭게 입사지원서 낼 필요도 없이 무역회사에 취직을 했지요.
또 다른 입주과외 가정에서는 당시 한국 최대 무역회사 사장이었던 학부모와 그곳을 방문하는 기업의 임원들을 자연스레 접하며 경영의 현장감각을 익힐 수 있었고요. 이와 같은 경험이 무역과 경영 분야의 전문가로 성장하는데 밑거름이 됐음은 물론입니다.
목표를 높게 세운 청년일수록 가볍게 지나치기 쉬운 부분이 현재의 과정을 사소하게 생각하는 점입니다. 저 멀리 가기 위해서는 현재의 사소한 일도 잘해야 한다는 점 잊지 마십시오. 현재 맡은 일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고 나중에 의미 있는 일을 맡으면 열심히 해야지 하는 것은 잘못 세워진 가정입니다.
도대체 인생에서 의미 없는 것과 의미 있는 것을 나누는 기준이 무엇입니까. 장자는 이렇게 말했답니다.
“네가 서 있는 땅을 한번 내려다보아라. 너에게 쓸모 있는 땅은 지금 네 발이 딛고 서 있는 발바닥 크기만큼의 땅이다. 그것을 제외한 나머지 땅은 너에게 쓸모가 없다. 그러나 만약 네가 딛고 선 그 부분을 뺀 나머지 땅을 없애버린다면 과연 네가 얼마나 오랫동안 그 작은 땅 위에 서 있을 수 있겠느냐?”
맞습니다. 목표를 향해 가는 길에는 의미 없는 과정은 없습니다. 그것들은 모두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거나 관계를 맺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 무슨 일을 하든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십시오. 그렇게 순간을 충실하게 살다 보면 모르는 사이에 큰 과업을 맡게 되고, 큰 과업을 성취해낼 힘이 생긴답니다. 자신과 일에 대한 자신감은 크고 위대한 일을 맡는 데서 나오는 게 아니라 현재의 일을 100퍼센트 해냈을 때 저절로 솟아나는 것입니다.
● Part 3 :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길러라
우리나라 사람이 취약한 분야가 팀워크 능력, 커뮤니케이션 능력입니다. 글로벌 시대에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나 혼자만의 이익추구에서 벗어나 윈윈전략을 추구해야 하고, 그것을 상대방에게 설득하는 능력이 필수입니다.
글로벌 시대일수록 예스맨보다는 뛰어나고 창조적이며 자신의 주장이 확실한 인재가 필요합니다. GE가 최고기업을 유지하고 조직원이 비전을 공유할 수 있는 비결도 바로 그와 같은 격의 없는 토론과 장벽 없는 분위기 때문이지요.
나는 잭 웰치 회장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도 경영 회의에서 별도의 회장 석을 지정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앉아 회의를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임직원에게 강조한 것은 잭 웰치 회장의 주장을 무조건 따르지 말고 자신의 주장을 확실하게 전달하고 설득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자기 주장을 확실히 갖고 남을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십시오. 조직 문화에서 가장 필요하고 힘든 게 바로 커뮤니케이션 능력입니다. 문제는 단번에 바꾸려고 하다가 오히려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쉽게 포기하는 것입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꾸준히 설득하는 인내가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가령 내가 한국을 장기적 동반자로 하는 3단계 GE 사업구축 전략을 한국 정부와 GE 본사 양측에 설득하는 데 얼마나 걸렸는지 아십니까. 난색을 표하는 양측을 이해시키고 파트너 관계가 서로에게 유리하다는 것을 설득하는데 1년 이상이 걸렸습니다.
그 결과 잭 웰치 전 회장의 재직시절, 전 세계 GE 경영자들을 대상으로 한 세계화 회의에서 “한국을 글로벌화 전략 모델로 채택해야 한다.”라고 말할 정도로 GE의 한국진출은 선진적으로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지요. 세계화를 목표로 현지 국가와 동반자 정신으로 진출하자는 전략이 먹힌 것이지요.
상대방을 설득하는 데 있어서 대부분 실패하는 것은 자기 이익만 챙기려고 사고방식이 알게 모르게 깔려 있어서랍니다. 혼자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마음을 버리고 상호공존, 공동의식을 추구하는 정신으로 상대방을 설득하면 신뢰를 쌓을 수 있습니다.
업무성과뿐 아니라 가치관을 가지고 평가하는 게 최근 세계적 인재선발의 기준이랍니다. 앞으로 국내 기업에도 이와 같은 기준이 확산 될 것입니다. 결국 가치관이란 공공의 이익을 위한 팀 전체의 협동능력,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중점 아니겠습니까. 자신의 능력으로 혼자만의 실적을 쌓으려는 독불장군 형 인재보다는 팀의 협력으로 성과를 낳으려는 협동 형 인재가 높이 평가 받는 기업문화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분명한 주장을 하되, 부드럽게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지요.
● Part 4 :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라
어디에 어떻게 팔 것인가?
정말 살면 살수록 인생은 짧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세요. 어떤 일이든 맡은 일을 좋아하고 즐기며, 모든 열정을 쏟으십시오.
내 어렸을 때 꿈은 시인, 화가, 과학자였습니다. 정작 경영자라는 꿈은 사회에 나와서 결정된 것이랍니다. 경영자로서 서양화가라는 꿈을 이룬 나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셈이지요. GE 재직 시절에도 아침엔 회사로, 퇴근 후 저녁 시간과 주말엔 화실로 두 번 출근하며 화가로서의 활동을 소홀히 하지 않았습니다. 내 나름의 취미 생활을 가지니 그것이 오히려 경영에 +a로 작용하더군요.
문제는 시간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입니다. 혹시 하고 싶은 두 가지의 일이 전혀 동떨어진 것이라고 해서 한 가지는 못하겠거니 하고 지레 포기하지 마십시오. 본인의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같이 할 수 있고, 오히려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니까요.
내 경우 낮엔 집중적으로 경영에 몰두하고, 밤엔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그림에 몰두했습니다. 그러니까 스트레스가 해소되어 업무 에너지가 충전되더군요. 오히려 반대되는 일이 보완되는 점이 많다고나 할까요.
깊이 파보면 예술과 경영은 서로 공통점이 많답니다. 모든 사물을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으로 봐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 즉 창의력이 첫 번째 공통점이고, 두 번째는 미술이나 경영모두 집중하는 열정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세 번째는 치열한 프로 정신을 접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인재와 지식경영을 하는 현대의 성공 학 경영인들은 모두 훌륭한 종합예술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시간을 어떻게 관리하냐에 따라 얼마든지 하고 싶은 일 두세 개를 동시에 하며 인생을 즐겁게 보낼 수 있습니다.
● Part 5 : 한 우물을 파라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딜 후배들에게 한 마디 더 덧붙이고 싶은 말은 ‘한 우물을 파라’는 것입니다. 물론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을 찾았다면 그쪽으로 주저 없이 옮겨야겠지요. 그러나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면 한 업체에서 길게 근무하십시오. 이는 아무리 시대 트렌트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철칙이라는 게 내 생각입니다. 혹시 취업한 곳이 다양한 사업체를 거느리고 있어서 자신의 적성을 찾아 옮길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지요. 연봉보다 중요한 것은 좋아하는 일이냐, 아니냐 입니다. 열심히 일하면 회사는 성과를 인정하게 되어 있고, 연봉과 보상은 저절로 따라오게 되어 있답니다. 몸값에 따라 일을 하지 말고, 내 역량에 따라 몸값이 따라올 것을 믿고 일하십시오. 내 이야기 하나 더 할까요. 역시 GE에 다닐 때 이야기 입니다. 세계 최대 헤드헌터사가 GE의 두 배 연봉을 준다며 스카우트 제의를 해왔습니다. 사실 여러 가지 갈등이 일더군요. 결국 사인까지 했는데 회사 측으로부터 “아무리 두 배의 연봉을 준다고 해도 중요한 것은 인간관계다. GE가 믿는 인간관계를 어떻게 버릴 수 있느냐”는 말을 듣고 1주일간 고민하다 결국 주저앉았습니다. 대기업 취업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봅니다. 만일 경영자로 크고 싶다면 오히려 알짜 중소기업이 더 유리하다는 것을 인생 선비로서 이야기해주고 싶습니다. 여러 분야를 단기간에 겪어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무역 분야 베테랑으로 클 수 있었던 것은 처음 취직한 직장에서 외국 바이어 만나고 수출 주문, 원자재 수입 등의 모든 업무를 서너 명의 인원이 모두 맡아서 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업무는 벅찼지만 단기간에 많은 일을 내 책임하에 진행하면서 경영 마인드를 가질 수 있었지요. 만일 내가 대기업에서 일했다면 도저히 이 같은 경험을 해 볼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젊은 세대의 선택에 따라 향후 몇 세기 동안 한국의 미래가 결정됩니다. 부디 세계를 향한 열린 마음을 갖고, 눈을 크게 뜨고 21세기의 주역이 되기 위해 힘차게 도전하십시오. 그리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병행하며 행복한 삶을 사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