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수 연간 6억 엔」의 벤츠를 파는 남자

◆「미스터 벤츠」라고 불리는 남자


옛날 그대로의 오래된 집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거리와 신흥주택이 섞여있는 다마(多摩)지구의 코슈(甲州)가도길. 크고 작은 판매소가 줄지어 서 있는 자동차 세일즈의 격전지에 야나세(YANASE) 영업소가 있다.

1997년 1년간 91대의 메르세데스 벤츠를 팔아 「미스터 벤츠」라는 별명이 생긴 야나세의 톱 세일즈맨은 그곳에 있다.

일반적으로 자동차 세일즈맨은 한 달에 약 10대, 연간 100대 전후를 판매하면 톱 세일즈맨이라고 불린다. 그렇다, 하지만 이것은 국산차 딜러의 목표이다. 수입차 영업맨은 같은 선상에서는 다룰 수 없다. 97년 수입자동차의 판매대수는 34만 1495대. 전년대비 13.2% 감소로 5년 만에 추락세를 보이며 일본 내에서의 수입차 점유율은 9.6%로 10%대에 그쳤다.


같은 해 4월부터 소비세율 인상으로 인해 신차 불황과 국산 메이커의 판매공세, 나아가서는 엔화 약세의 여파를 직접 받아 수입차는 고전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유일하게 판매대수가 전년 실적을 상회하고 일본 국내 수입차 판매 점유율 을 3위에서 2위로 끌어올린 곳이 다임러 벤츠(Daimler-Benz)였다.

확실히 벤츠는 경기에 좌우되지 않는 견실한 브랜드 파워를 지니고 있다. 그렇다고 하지만 가장 싼 C클래스도 390만 엔부터인 고급차를 국산차 톱 세일즈 못지않게 판매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참고로 「미스터 벤츠」씨가 판매한 벤츠는 평균 600만~700만엔. 단순히 계산하면 연간 약 6억 엔을 판매한 꼴이 된다.


◆ 별로 말을 하지 않는 세일즈맨

「영업 비결이요? 글쎄요…사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특별히 뭔가를 하고 있다는 생각은 안드는데요…」「미스터 벤츠」, 코우노 타카시(河野敬)씨(33세)는 조금 당황한 기색을 보이며 이렇게 말했다. 주식회사 야나세 동경지점 후츄(府中)영업소 메르세데스 벤츠 판매과 계장. 이것이 현재 코우노씨의 직함이다.


수입차의 톱 세일즈맨이라는 말을 듣고 선입관이 있었다. 세일즈 화법을 자유자재로 구사하고 자기 페이스에 상대를 끌어들이면서 가볍게 교섭을 진행시켜 나가는…좋게 말하면 세련되고, 나쁘게 말하면 잘난 척하는 가벼운 이미지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선입관은 바로 무너졌다. 멋진 더블 슈트를 맵시 있게 입고 있었지만 그 안에 숨겨진 딱 벌어진 체구. 짧게 깎은 머리스타일. 수완가 세일즈맨이라기 보다도 말끔한 스포츠맨의 모습이다. 한마디 한마디를 신중하게 선택해서 대응하는 어조는 정직한 인상을 주었는데, 말을 해도 수다스럽지 않았다.

「(웃음) 글쎄요. 마음에 없는 말은 못하는 성격입니다. 확실히 화법도 필요하죠, 우리들의 업무는 영업이니까요. 하지만 저는 화법 이상으로 필요한 것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어떻게 고객과의 인간관계를 구축해 갈 수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화법만으로 그것은 불가능합니다. 우리들은 그저 자동차를 사주었으면 하는 게 아닙니다. 세일즈맨과의 신뢰관계도 사주었으면 합니다.」


고객과의 신뢰관계가 코우노씨의 세일즈를 지지하고 있음은 매출 실적이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97년에 팔았던 91대의 내역을 보면 새차로 바꾸는 것이 약 40대, 고객이나 업자, 판매점 등으로부터의 소개로 새차 구입이 약 40대. 방문영업이나 쇼룸을 방문한 고객의 신규 구입은 10대 전후라고 한다.

즉 지금까지 구축해 온 고객과의 신뢰관계가 작년도의 좋은 실적으로 이어졌던 것이다.


◆ 야구와 미식축구

코우노씨가 야나세에 입사한 때는 87년. 그 용모대로 학생시절에는 “체육 계통의 날들”을 보냈다. 고교시절에는 야구에 푹 빠져 지냈다. 예전 한신(阪神)의 좌익수, 이노마타 타카시(猪俣隆)투수를 거느린 호리코시가쿠엔(堀越學園) 고교에서 좌익수를 맡았었다. 유감스럽게 고교야구 출전의 꿈은 이루지 못하고 도대회의 준결승에 머물렀다. 같은 시대에 와세다(早實)의 아라키 다이스케(荒木大輔)(야쿠르트→요코하마 · 현 야구해설자)가 있었다.

대학 진학 후에는 「야구를 단념하고」미식축구부에 들어갔다. 4년간, 쿼터백으로서 팀을 이끌어 왔다. 심한 공격을 받아 등뼈가 부러진 적도 있었다.대학 4학년 때 「실업단에 들어가 미식축구를 계속할 것인지 말 것인지 망설였지만」결국에는 영업이라는 일에 매력을 느껴 취업한 곳이 야나세였다.

자동차는 좋아했지만 특별히 자동차 마니아는 아니었다. 정비에 강한 것도 아니었다. 자동차를 처음 샀던 것도 입사해서 1년 후. 그런 코우노씨가 왜 수입차 세일즈맨이 되려고 했을까.

「역시 수입차 이퀄 고급차라는 이미지가 있었습니다. 벤츠와 같은 자동차를 타는 사람은 역시 그 나름대로의 지위가 있는 분들이라고 생각해 그런 사람들과 자동차를 통해 만남으로써 자기를 높일 수 있다면…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기가 높아졌는지 어떤지, 알 수 없지만요 (웃음)」

처음에 배치 받은 곳이 후츄(府中)영업소. 지금이야 주택개발이 한창이고 새로운 주민이 늘어나 시장의 잠재능력이 높아지고 있는 다마(多摩)지구이지만, 배치 받았던 11년 전 당시에는 아직 수입차 세일즈맨에게는 미개척 시장이었다.


「내가 입사한 당시에는 수입차가 척척 팔릴 것 같은 지역도 아니었고, 개인적으로도 팔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도 그럴 것이 이제 막 입사해서 그 지역의 지리를 전혀 몰랐으니까요. 그래서 매일 100건의 기습방문을 했습니다. 하지만 좀처럼 성과가 나오지 않았어요. 이렇게 해서 정말 팔리기는 할까 하는 생각에 일하는 게 싫어졌습니다. 하지만 모든 선배들에게 배우고, 격려 받으면서 일을 계속 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그때 야나세의 세일즈맨으로서의 기초나 예의를 철저하게 배웠던 셈이죠. 역시 고가의 상품을 파는 일이라서 고객 입장에 선 대응이나 예의는 빠뜨릴 수 없습니다. 지금도 그 기본은 소중히 여기고 있습니다.」


세일즈맨 초기인 87년에 코우노씨는 연간 35대를 팔았다. 능력에서 그다지 기대하지 않았던 신입으로서는 성과가 좋은 숫자였다. 이후 57대(88년), 61대(90년), 48대(91년), 57대(92년), 56대(93년), 60대(94년), 60대(95년), 72대(96년)…식으로 순조롭게 판매실적을 쌓아올렸다. 거품경제가 무너진 시기에는 실적도 저조했지만 좋지않은 일본 경제와는 반대로, 코오노씨의 판매실적은 다시 치솟았다.



「고객의 개비 리듬이나 소개해 주시는 리듬이 마침 겹쳤을 뿐이예요」

라고 코우노씨는 겸손한 태도를 보였지만 그런 고객과의 신뢰관계는 하루아침에 쌓을 수는 없다. 실적은 입사 이후 코우노씨가 착실하게 쌓은 고객과의 신뢰관계를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다.


◆ 쿼터백식 영업방식

「자주 『세일즈에는 기책(奇策) 없다』라는 말을 하는데 그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역시 매일매일의 작은 노력이 앞날에 큰 성과로 이어집니다. 단지 보다 효율 좋은 노력이라는 것이 있지 않습니까. 거기에 포인트가 되는 것이 “정보”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발로 얻는 정보도 있다. 코우노씨의 머리 속에는 담당지역 내의 수입차 유저의 데이터가 늘 들어있다고 한다. 물론 애프터 서비스나 상담을 통해서 고객에게 정보를 얻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누구누구씨는 슬슬 자동차를 바꾸려고 생각하고 있다는 정보는 고객을 만나지 않고서는 얻을 수 없습니다. 일상 업무 속에서 어떻게 그런 지역 정보를 수집할까. 게다가 옛날 그대로의 마을이라 하면 농가나 지주, 땅 소유자가 많죠. 그런 상태라면 폐쇄적인 부분도 있기 때문에 그 지역에 들어간다는 것은 어렵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근처에 세력가인 한 고객이 자동차를 사면 주위에서 사주기도 합니다. 그런 고객끼리의 관계 등도 중요한 정보가 됩니다.」

지역정보를 수집해 활용하는 것만은 아니다. 반대로 고객의 구매의욕을 자극하기 위해 “정보”를 주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주변에서 얻은 새차 정보 등을 바로 고객에게 알린다. 빠르면 1년 앞서 알려주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색이나 내장 옵션 등을 중요시하는 벤츠 유저일수록 예약주문도 받기 쉽다.

상대방의 정보와 자신의 공격 상대 속에서 최선의 전략을 선택한다…그것은 마치 미식축구와 같다. 미식축구의 사령탑인 쿼터백은 적과 아군의 움직임을 넓게 파악해 돌파구를 정확하게 판단해야 한다.

「글쎄요. 확실히 쿼터백 경험이 도움이 되었을지 모릅니다.(웃음) 미식축구에는 몇 백개의 플레이 패턴이 있거든요. 그것을 몸에 익혀서 순식간에 움직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세일즈도 고객이 보여준 시그널에 슬기롭게 대응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다음에는 이런 자동차를 타고 싶다』라든가 『얼마까지 해줄 것인가?』와 같은 말은 살 마음이 있다는 시그널. 그것을 착각해서는 안됩니다. 게다가 쿼터백이 그때의 상황을 보고 플레이 스타일을 만들듯이 세일즈에도 고객 개개인의 조건에 맞춰 공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 고객도 나도 만족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을 선택하면 됩니다.」

미식축구에서 길러온 강한 정신력과 순발력, 그리고 전략적인 눈. 그것은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코우노씨의 강점인 것이다.


◆ 일류의 세일즈맨의 조건이란

고객과의 신뢰관계를 쌓는다. 코우노씨가 분명하게 밝혀준 영업 비결은 그가 말했듯이 별로 특별한 것은 아니다.

고객과의 관계를 좀더 밀접하게 하려고 자기 시간을 깎아먹으면서까지 술자리나 골프에 동행하는 영업맨도 있다. 그런데 코우노씨는 「고객의 마음 속에 들어가려는 노력은 합니다. 하지만 아부하는 것은 좋아하지 않는다」고 딱 잘라 말한다.

「이전에는 고객이 말한 대로 하는 것이 서비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한명의 고객에게 얽매이면 다른 고객에게 폐를 끼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참된 신뢰관계를 만들 수 없습니다. 지금은 고객이 정말로 곤경에 처해 있을 때, 필요한 때 고객이 의지할 수 있는 영업맨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코우노씨의 고객 중 한명이 이런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와는 10년 이상을 알고 지냈는데, 우선, 팔려고 아부하는 사람이 아닙니다.(웃음) 부탁도 하지 않았는데 고객 가족 생일에 꽃을 보내거나 하는 일은 영업의 상투적 방법 아닙니까. 하지만 그는 그런 타입이 아니에요. 자동차를 새로 바꾸어도 이상하게 코우노씨쪽에서 액션을 취하지 않아요. 한대라도 더 팔기 위해 거짓말 하는 경우도 없고, 제가 부탁한 일에 빨리 대응해줍니다.」

요전에 정비검사에 맡겼던 벤츠에 얼룩이 묻어 왔던 적이 있었다. 그날 『별일 없으시죠?』라고 안부 전화해온 코우노씨에게 이 이야기를 하자, 그는 그 날 바로 나를 찾아와 자동차 키를 빌려 몇 시간이나 청소를 했다고 한다.

「장마였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그래서 얼룩도 말끔히 지워졌어요. 원래 이 얼룩은 영업맨의 책임이 아닌데도 말이죠. 아내도 『일류 영업맨은 확실히 다르네요』라고 말했습니다. 야나세의 자동차를 타고싶다고 하는 사람이 주위에 있다면 반드시 그를 소개 시켜줄 생각입니다.」


◆ 중후, 견실함은 벤츠와 같다

팔려고 특별한 화법을 쓰는 것은 아니다. 고객에게 아부하는 행동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예의 바르고, 성실해서 확실히 신뢰를 느낄 수 있다. 코우노씨는 만나면 만날수록 그의 매력이 보인다, 그것은 벤츠라고 하는 자동차가 지니고 있는 독특한 중후함이나 견실함과 일맥상통하는 것 같다. 「미스터 벤츠」라고 하는 칭호는 단순히 판매실적만이 아니라 코우노씨의 영업 스타일에 딱 들어맞는 것은 아닐까.

올해, 코우노씨는 개인적으로 100대라고 하는 판매목표를 설정했다. 목표를 달성하면 입사하고 나서 총 775대를 판매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아무리 불경기라 하지만 개인적 입장에서 보면 재정이 어려운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소비 마인드가 얼어붙을 뿐. 이런 시대에 불필요한 돈은 쓰지 않겠지만 정말로 필요한 것에는 모두 돈을 지불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저 『사 주세요』라고 하면 팔리지 않을 거예요. 벤츠를 사는 것이 그 사람에게 있어 어떤 의의가 있는지, 메리트가 있는지. 그 점을 앞으로는 좀 더 어필하고 싶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1000대는 팔고싶거든요」

자동차 불황이라고 하는 역풍을 극복하고 한층 더 높은 의지를 보여준 한마디. 그러나 「미스터 벤츠」의 그 말은 결코 호언장담으로는 들리지 않았다.

자료출처 : 세일즈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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