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밭
최인호 지음, 김점선 그림 / 열림원 / 2007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꽃밭에서 진실한 마음과 배려를 배운다!

 

 

내 가슴에서 책장을 덮고 이 세가지 마음이 일었다.

 

1.농부의 마음

2.군인의 마음

3.학생의 마음

 

새벽부터 부지런히 일어나 열심히 일하는 농부의 마음.

자연과 하나가 되어 해가뜨고 달이 밝아져서야 돌아오는 힘든일에도 불평불만을 가지지 않는 마음.

비가 와야 할 때가 있고 오지말아야 할 때가 있어도 그저 그렇게 받아들이는 순수한 열정의 마음...

끝없이 배우고 학생의 자세를 가지고 책상에 앉겠다는 학생의 마음.

삶을 학생의 신분으로 돌아가서 정진하겠다는 마음이 일었다.

절제된 몸과 마음, 정신력을 가지는 군인의 마음.

새볔 몇 시에 깨워도 관등성명을 대고 일어나 눈보라가 몰아치는 새볔근무를 말없이 하는 군인의 마음...      이 세가지 마음이 든 것은 왜일까...

 

최인호 작가님은 내가 한국작가들 중 가장 좋아하는 작가이다.

만화계에는 허영만 화백님이 계시 듯 소설계에 최인호 작가님이 계셔서 정말 감사함을 느낀다.

삶은 하나하나가 모여 만든어 낸 소설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분명 주인공은 나 자신이지만 곁에 조연들이 있기에 더불어 자신이 커보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최인호 작가님의 눈빛이 참으로 좋다.  수수하게 빗질도 하지 않은 것 같은  헤어스타일도 좋고  결코 비싸 보이지 않는 순수한 옷차림이 더욱 좋다.

글이란 그 사람과 동일하다고 느껴왔다.

 

꽃밭...

저자는 일상에서 일어나는 아주 평범한 일들과 생각들의 이야기이다.

가족, 아내, 친구, 사람과 사람사이의 일들, 술과 음식의 이야기, 책을 쓰는 마음과 생각의 원천에 대한 이야기들을 꾸밈없이 글로 표현한 작품이다.  여기에 김점선이라는 화가의 부드러운 꽃 그림이 너무도 잘 어울리는 분위기를 표현하였다.  몸의 고통과 투병이라는 힘겨움이 있는 분이신데도 그림으로 마음을 표현한 부분에서는 숭고함마저 느껴진다.

 

꽃밭은 저자가 신문이나 칼럼, 시론 같은 것을 쓰지 않기로 스스로 맹세했는 데 낳은 작품이다.

10년전 " 사랑아!  나는 통곡한다."  이후 정말 오랜 만에 나온 저자의 수필이자  에세이집이다.

원래 역사나 장편소설 쓰는 것 외에는 집필을 잘하지 않는 분이시다.

아무리 신문, 칼럼,시론으로 사회를 꼬집고 비틀어 정의를 부르짖어도 망망대해 돌팔매질 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에 정신차리고 쓰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생각이 다르다.  이런 분이 시론이나 칼럼을 많이 써야 많은 사람들이 생각의 크기를 더욱 커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용은 간단하다. 어렵고 딱딱한 부분도 없다. 그저 펜 가는 대로 쓴 흔적이 역력하다.그래서 범인들이 생각만 가지고 글로 적지 못하는 기억과 마음의 정리를 쉽게 써가는 것이다.그래서 우리는 이런 분들을 프로라 부르는 것이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남들처럼 초등학교, 대학교도 나오고 연해도 하고 결혼도 하고 군대도 다녀왔다.

남들이 하는 것 이상으로 경험도 하고 수많은 친구도 사귀고 술도 마셨다.

외국여행은 안 다녀본 곳이 없을 정도이다. 신문에서는 이름이 많이 알려져 있고 항상 뉴스의 초점이다.

우리나라 작가중 나만큼 글을 많이 쓴 사람이 없고 책도 많이 팔리고 시쳇말로 돈도 많이 벌었다한다.

하지만 하지만 말이다. 어느날 아침 눈뜨면 어리둥정 해지고 당황하기도 할때가 있다고 한다.

 

솔직한 이런표현 방식이 글을 읽는 묘한 흥분과 동감이 된다. 자랑이 아닌 솔직한 저자의 내면을 볼 수가 있다. 겸손과 자만의 경계를 스스로 느끼게한다.

나는 이런 글이 좋다. 꼭 무언가를 가르치려 하는 것보다 내가 그 어떤 한문장에서 스스로 느껴지는 그런 느낌말이다. 한 여름 더운날 무더위에 갈증을 느낄 때 시원한 생수로 다가오는 것은 책이었다.

 

어린 시절 외딴집에 살았을 때 참으로 심심하기도 했고 항시 무언가 자극적인 것들이 필요했다.  소 풀을 뜯길 때도 무료하고, 비가 와서 가족이 같이 다 있어도 심심하고, 저녁에 짐승들 먹이를 쑬때도 시간이 아니가고,  밤에 호롱불 밑에서 잠이 오지않아 뒤척일 때도 무언가가 참으로 필요했다.  그러던 중  책을 접하게 되었다.   내 일생에서 가장 위대한 발견을 한 것이다.

아니 황금을 발견하고 그 황금 금광 속으로 가는 길을 알아낸 것이다.

책이라면 부류를 가리지 않고 읽은듯하다. 소설, 위인전, 만화, 소년 잡지,여러가지들...

그 중에서도 어린시절은 만화를 많이도 보았다.  읽고 모으는 것이 취미가 되어 가히 몇 백권은 되지 않았나 싶다.

어머니에게 어린 놈이 공부는 하지 않고 매일 만화책에 빠져 산다고 하셨다.나의 어린시절 만화책들은 소죽을 끓이는 땔감 속으로 수십권, 간혹 몇 십권씩 찟겨져서 불 속으로 들어갔다.

그런 날은 나의 눈에서 닭똥 같은 눈물이 얼마나 흘러 내렸는지 모른다.

하지만 금새 어디서 났는지 모를 만큼 많이도 모아서 어머니 모르시도록 숨겨서 보고 모으기도 했다.  그러다가 어머니에게 또 들켜서 혼나기가 일수...

그것도 모자라서 만화책을 아예 내가 그려서 만들었다.

"  저놈이  커서 대체 뭐 댈려고 그런다냐... "

 

추운 겨울 날 외딴집을 걸어 동네 친구 집에 가서 책을 빌려오는 그  순간은 얼마나 행복한지 돌아오는 발걸음은 매서운 겨울 바람도 비켜서 간 듯하다.   내 등뒤로 있는 무게의 책을 지고 가는 그 순간은 미소가 가득 드리우고 행복감이 젖은 듯 콧노래가 나온다.

이녀석들이 있으니 올 겨울 방학은 문제가 없겠구나... 행복하다...

눈앞의 겨울 매서운 바람도 이겨내게금 거대한 힘이다.

 

독서는 나에게 숨쉬고 내쉬는 공기와도 같은 것이다.

" 상도" " 길없는 길"  "겨울 나그네"   나는 저자의 전작주의자이고 거의 모든 저서를 가지고 있지만 이세소설이 정말 좋다.

꽃밭...   나에게 삶의 무게를 덜어준 책이다. 지치고 힘들 때가 있다. 술과 담배, 세상의 유혹에 빠지고 싶을 때 붙잡아 주는 이런 고마운 책은 나에게 또다른 친구이다.

 

가장 인상깊었던 글 귀는 저자처럼 나도 인사에 가끔 목숨을 걸 때이다.

사람으로써 가장 기본이면서 중요한 것이 인사라고 나도 생각한다.

인사는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해야한다고 나도 생각해왔다. 평등한 것이고 어린아이라고 인사를 생략해서도 안되고 내가 먼저 인사를 나누는 것은 무엇을 바라서가 아니라 우선 내가 기분이 좋아지기 위함이다.  반가운 사람을 만나 악수를 나눌대도 서로가 서로의 눈을 좀처럼 마주치지 않는 한국사회이다.

외국인들은 꼭 눈을 마주치면서 서로의 안부를 묻는 것이 기본이다.

즐겁게 여행을 했으면서도 공항에서 헤어질 때는 눈도 마주치지 않는 냉정한 얼굴을 볼때 슬픔을 느꼈다고 했다.  상대방이 끈히기를 기다렸다가 전화를 끊는 사소한 친절, 악수를 할 때는 악수를 하는 사람의 눈을 마주보는 예의, 엘리베이터 문이 닫힐 때까지는 기다려주어 잔영을 남기는 태도, 집을 방문한 손님은 최소한 안 보일 때까지 기다려 주었다가 어쩌다 돌아보는 손님의 시선과 마주쳤을 때 다정한 미소를 보여줄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져달라고 당부를 한다.

지극히 당연하고 초등학교 바른생활에 나오는 말이다.   기본에 충실하자는 말이 헛된 말이 아님을 느끼게 한다. 사소한 작은 것도 못하면서 어찌 큰 일을 이룰 수가 있는 가를 곰곰히 생각해주게 하는 대목이다...

 

" 휴일 내무반에 앉아서 급식을 타오라는 내무반장에게 덤벼들어 코가 삐뚤어지도록 얹어맞은 적도 있었다. 불친절하다고 느낀 은행직원에게 건물이 떠나갈 정도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던 적도 있었다.

운전을 하다가도 추월을 하던 사람과 싸우기 일쑤였으며 표를 사기 위하여 줄을 섰다가 새치기하는 사람들과도 싸우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부당함을 곶잘 따지면서도 왕궁은 커녕 근위병의 부당함에 대해서는 비겁하고 옹졸하게 침묵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용기가 있어서가 아니라 만만한 사람들에 대한 일종의 화풀이에 지나지 않았다."

 

이 얼마나 솔직하고 동감하는 내용들인가..   고고한 척 하는 것이 아닌 솔직한 표현과 그것에 대한 반성말이다.  책은 누군가를 위하여 써야 하는 것이 아닌 자기자신을 위한,떳떳함이 첫째라 생각해본다.

자신에게 떳떳치 못한 글은 죽은 글이다. 죽은 글은 자기 자신 뿐 아니라 주위사람과 많은 이들을 같이죽자고 하는 물귀신작전인 것이다.

 

나도 저자의 말처럼 물처럼 살아야겠다.

물은 서로 경쟁하지 않고 싸우지도 않는다,  물은 잠시 가둘 수는 있지만 소유할 수는 없다. 물은 그릇에 담으면 그릇의 형태를 담고 병속에 넣으면 병의 형태를 닮는다.주정을 넣으면 술이 된다.

물은 침묵한다. 하지만 하지만 처마에 떨어지는 낙숫물이 바위를 뚫는다.

솔직히 물 한방울이 무슨 힘이 있어서 저 거대하고 단단한 바위에다 흠을 낼 수 있겠냐 마는 몇년, 수십년을 두고 반복하여 부딛치다 보니 구멍이 뚫리는 것처럼  나도 항상 책을 가까이 몸의 일부처럼 동행하리라...

힘들고 외롭다는 삶에서 항상 용기와 힘을 얻으리라...

 

 

사람과 사람사이의 정과 배려, 나눔을 배웠다. 진정 강함은 물리적인 힘이 아닌 부드러움과 그 부드러움이 교차하는 마음의 따뜻한 가슴이라는 것을 제대로 배웠다...

나도 저자만큼 아내를 사랑한다.  아내와 손을 맞잡고 등산을 하다가 멀리서 저자부부를 만났으면 좋겠다.  오래 만난 사이처럼 인사를 하고 등산을 마치고 산밑 선술집에서 동동주에 파전을 대접하고 싶다.

어서 그날이 왔으면 좋겠다.  나도 이제는 관악산이 아닌 청계산으로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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