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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임 ㅣ 소설, 향
조경란 지음 / 작가정신 / 2024년 5월
평점 :
새로운 가족들이 생겼다는 말에서 주인공에게 무슨 일이 생겼구나 그래서 이전의 가족들하고는 살 수 없게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리고 참 애매하다 싶은 나이다. 이제 스무 살이 된 주인공, 어른도 아이도 아닌 묘한 그 상황 속에서 엄마를 잃은 주인공은 외할아버지 집으로 간다.
뭔가 조용한 집안이다. 가족이 생겼지만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그런 분위기의 가족은 아니다. 외할아버지와 삼촌, 이모가 있지만 각자의 삶을 산다고 해야 할지 주인공에겐 딱히 관심이 없어 보이고 혼자가 된 주인공은 외할아버지 댁에서도 이렇게 혼자가 된다. 가족은 있지만 혼자인 주인공.
게다가 단칸방에 다락방 하나뿐인 집이라 자신만의 공간이 없다. 가족이 있되 혼자이고 혼자이되 혼자 있을 수 없고 묘한 가족과 집에서의 생활은 자신이 살고 있는 단칸방을 포함해 세 들어 사는 여섯 가구가 있고 그중 유일하게 동질감을 느끼는 한 남자가 있다.
가족의 허울을 쓴 이상한 동물원이라고 표현한 주인공의 묘사 속 남자 역시 이곳의 이방인마냥 우편물 조차 오지 않아 이방인일거란 생각이 스스로 동질감을 가지고 있다. 아마도 그 동질감에서 이 모든 일이 시작된 것일지도 모른다.
1층에 여섯 가구, 2층은 목욕탕, 3층은 안마시술소가 있다. 사람들이 많을것 같지만 의외로 이 공간은 스산한 기운마저 느끼게 한다. 게다가 그 분위기는 4명이 살고 있는 주인공의 집에도 고스란히 느껴진다.
집이라는 공간은 이들을 모두 이어주는 안락한 공간이 아니라는 점, 그리고 각자가 모두 약간의 장애를 안고 있고 가족이되 가족처럼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거나 대화를 하지 않는 오히려 서로 화를 내고 싸울 때 말을 하는 사람들 속 자신이 할 수 있는 집안일을 하며 그 공간에서 새로운 가족이란 이름으로 한 공간을 채우는 주인공의 모습이 한번도 진짜 가족이 생겼다 싶은 생각이 들게 하지 않아 참 묘하다.
세상 모든 가족이 하나의 형태는 아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릴 수 없는, 쉽게 떠나버릴 수도 끊어낼 수도 없는 존재가 가족이 아닐까 싶고 또다시 이제는 주인공이 누군가의 새로운 가족이 되어주는 모습은 여러모로 많은 결함을 가진, 희망이라곤 없어 보이는 주인공과 그들 가족의 삶에 조금이나마 희망이 엿보이는 순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