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 / 갈라파고스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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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현재의 세계는 농업기술의 발달로, 잦은 가뭄이나 혹서, 혹한과 같은 이상기후에도 불구하고 약 120억의 인구가 먹을 수 있는 양의 식량을 생산할 수 있다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러나 여전히 세계 인구의 반 이상이 굶주리고 죽어가고 있다.  책인 나온지 5년정도가 지났으니 지금은 아마도 더 심각할 것 같다.  금융자본과 초거대기업들의 세계지배가 점점 더 현실화 되고 있는 2011년이니 말이다.   

식량부족은 단순한 생산과 분배의 문제가 아닌, 복합적인 정치-경제-지정학적인 요소가 모두 섞여 있는데, 다른 부분은 몰라도 기업의 조작에 의한 가격 급등이나 급락은 큰 문제가 있다.  증권시장처럼 곡물시장도 결국 큰손이 지배하는 구조가 더욱 심화되고 있고, 이를 감추기 위하여 그럴듯한 사회학적-인구우생학적인 이론으로 이런 사실을 은폐하고 있는 거대자본의 투기에 아프리카를 비롯한 극빈국의 절대다수가 굶주림과 질병으로 죽어가고 있는 것인데, 마땅한 대책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 책을 읽고나서 느낀 것은 역시 식량자급은 석유나 자원보다 훨씬 더 중요한 자주/자치국가로써의 문제라는 것.  우루과이 라운드에 관한 논쟁이 뜨겁던 지난 시절 벌써 근 20여년 전에 이를 인식하고 싸우던 신부님들과 농민들이 생각난다.  그때 분명히 쌀개방은 단순한 농산물 개방이나 경제논리에 국한된 문제가 아닌 우리의 자주권과 생존권의 문제라고 했었는데, 거의 아무도 듣지 않았던 것도 기억한다.  그리고 21세기의 10분의 1을 지난 지금 우리는 정치, 경제, 국방, 농림 모두 상당부분 다른 나라, 정확하게는 거대자본에 예속되어 가고 있다.  

네슬레라는 회사로 상징되는 초국가거대자본의 횡포에 놀아나는 후진국들의 일이 남의 일 같지는 않은 것이, 2011년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아닐까?  후진국이 아닌 선진국들마저도 복합금융자본의 지배를 받고 있는 지금이니까.  브라질 같은 곳에서 벌어지는 소수의 부자거주지/빈민거주지의 경계도 그리 먼 미래의 다른 나라의 일이 아닐 것 같다.  이미 전국적으로 소위 "gated community"가 활성화되어 있는 미국이니 말이다.  여기서 조금만 더 나아가면, 주변의 빈민촌화가 급격하게 진행된다면, 이런 "gated community"들은 돈을 더 들여서라도 무장경비를 고용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양극화는 정말로 심해질 것이다.   

우리는 어느 시기의 어떤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일까?  미래는 마냥 장미빛이라고 알고 있던 시절에 그리던 세상이 아닌 것은 확실한데, 현실적인 대안이 보이지 않는 것이 너무 마음을 힘들게 한다.  무엇인가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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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의 서재 - 그리고 그들은 누군가의 책이 되었다
한정원 지음, 전영건 사진 / 행성B(행성비)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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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에서 매월 정기적으로 올라오는 '지식인의 서재'에서 13인을 추려 그들의 서재와 책에 대한 이야기, 철학, 그리고 그들을 매료시킨 책에 대한 이야기를 간추렸다.  단순히 학자들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서 '최고'로 인정받는 분들의 독서관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 그들 중에서 내가 개인적으로 뵌 분은 조국교수이다.  요즘 '조국현상을 말한다' 또는 '조국, 대한민국에 고한다' 등의 이슈화가 되고있는 책으로 유명한 이분은 근 10년전에 사진으로 다시 뵙는데, 하나도 안 늙으신 것 같고, 정신은 더욱 깊으면서도 젊어지신 것 같다.  이런 분들이 교계, 학계, 종교계 등 사회 전반에 걸쳐 나타날 수 있다면 우리는 좀더 건강한 나라와 시기를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주제넘은 생각을 해 보았다. 

다독을 하는 편이고 장르의 편식도 없는 편이라고 생각되는 나이지만, 유독 시에는 자신이 없는데, 김용택 시인의 인터뷰와 시를 읽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보고는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아니, 도전이 아니다.  음미해보고픈, 음미를 위한 연습을 해보고 싶어졌다.  시집을 한 권 사서 시작해보아야 하겠다.  이 책을 구하여 함께한 어제의 하루는 매우 유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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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진기행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49
김승옥 지음 / 민음사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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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전집에 왠 현대소설인가 싶었다.  특히 책허리에 있는 작가의 사진이 너무 젊어보여서 최근의 작품인줄 알았는데, 이 책은 대략 60년대의 작품들의 모음집이었다.  다수의 유명한 작품상들을 수상한 작가의 이력은 꽤나 화려한데, 인생은 좀 기구하다고 생각이된다.  그의 10가지 작품은 모두 60년대를 배경으로 하여 다양한 테마와 인간 및 사회적인 시대의 모습을 나타내주고 있다.  이래서 아마도 역사학에서는 특정 시대를 공부할 때, 이런 '일차사료'를 가장 좋은 자료로 꼽나보다.   

60년대를 모르는 사람들은 '중국집'이 왜 '성'과 관련된, 좀 불결하거나 좋지 못한 곳으로 묘사되는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너무도 쉽게 여성을 강간하거나 성희롱하는 부분, 또는 여자를 '해치워'버린다는 표현은 작품으로부터 근 50년이 지난 지금의 우리가 볼 때 매우 눈에 거슬릴 수 있다.  그러므로 이 책을 읽을 때에는 60대라는 배경을 (합리화 할 수는 없겠지만) 항상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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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 장정일의 독서일기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1
장정일 지음 / 마티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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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일의 독서일기는 7권으로 끝이 난 듯하고 (1-7권 까지 모두 품절 내지는 절판이다.  헌책방에서 운좋게 마주쳤으면 좋겠다), 8권부터는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이라는 새로운 제목으로 나오는 것 같은데, 이 시리즈로 벌써 2권까지 (즉 통합 9권) 나와있다.  조만간 마저 구해서 읽어보아야 하겠다. 

장정일은 그의 작품이나 이론 모두 소위 말하는 주류, 혹은 제도권을 벗어나 있는 작가라고 생각이 되는데, 그래서인지, 책에 대한 그의 리뷰는 원론적인 혹은 일반적인 '문학성'이나 '현학성'을 매우 강하게 공격하는 측면이 있다.  이는 다양한 작품에 대한 그의 리뷰속에서 비교나 예를 드는 형식으로 나타나는데, 가끔은 속이 후련하다.  더구나 사회적인 유행에 따라 "전략적" 독서나 "필요에 의한" 독서가 관심을 받는 시기에 "다치바나 다카시"식의 독서를 욕할 수 있는 그의 여유나 마음이 부럽다.     

이 책을 읽으면서 관심이 가는 책을 여러 권 찾아 보관함으로 옮겨 놓았는데, 형편이 닿는데까지 모두 구해 읽어볼 생각이다.  아~~ 빨리 다음 10년의 인생계획의 첫 걸음을 내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나만의 서고/서재 꾸미기에도 그만큼 가까워 지련만... 언젠가 찾기 좋게 책을 배열해놓고 평론이나 리뷰책과 이들이 다룬 책들을 비교해가면서 나만의 느낌을 찾고 싶다. 

워낙 다양하고 좋은 말들이 많아서 밑줄치기는 금방 포기했지만, 그래도 남아있는 몇 구절들 중 맘에 드는 이야기..."글쓰기의 가짓수는 무척 많고, 교양이란 굉장히 폭이 넓은 세계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글쓰기 하면 곧바로 시나 소설을 떠올리고, 그걸 읽는 게 교양의 다인 양하는 사람들이 많다...고작 시집이나 소설 몇 권을 읽는 것으로 교양인 행세가 가능한 나라는 가망이 없다" (한국은 가망이 없다는 이야기?) "BBK같은 사건이 터졌을 때 제대로 된 사회에서라면, 거의 반년 안에 스무 권이 넘는 논픽션이 쏟아져 나와야 한다" (스무 권의 기준은?) 

또한 개별적인 리뷰에서 자주 현 사회현상과 대조해가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에 의외로 다양한 정보와 사실을 배울 수 있었는데, 이를테면 "뉴라이트" 조직에서 만든 "교과서 포럼"이라는 거창한 "역사를 바로" 쓰자는 "바로 세우기"보다는, 단체에서 발족한 준비위원회의 간부 5인과 학자 11인들 중 역사학자가 단 한 명도 없다는 사실!  "괴 단체"라는 표현이 참으로 적절한 듯

마지막으로 책에서 나온 설문 "당신은 애서광인가?" 를 옮기고, 나에 해당하는 부분을 마크한다. 

1.  책을 빌리고 돌러주지 않은 적이 있다  (X) 

2.  책을 한 번이라도 훔쳐 본 적이 있다 (O) -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3.  서점 주인에게 외상을 달라고 떼를 써 본 적이 있다 (X)  - 밥을 굶고 모은 돈으로 샀다 

4.  다 읽지 못할 것을 예감하면서도 사는 책이 많다 (O) 

5.  매일 서점을 들러야 직성이 풀린다 (인터넷 서점 포함) (O) 

6.  단골 헌책방이 있다 (O) - 미국과 한국에 각각 하나씩 있다  

7.  여행을 가면 반드시 그곳에서 가장 큰 서점을 둘러본다 (X) 

8.  여행을 가면 현지 사람에게 헌책방이 어디 있는지 반드시 물어본다 (X)

9.  초판본을 보면 마음이 설렌다 (O) - 기회는 흔하지 않지만 

10.  자신의 책에 소유주를 밝히는 나만의 표식을 한다 (X) 

11.  내용은 별로지만 책 자체가 아름다우면 마음이 동한다 (O) 

12.  도서관을 좋아하지만, 직접 소유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O) 

13.  새로운 판본이 나오면 반드시 집의 것과 비교해 본다 (O) 

14.  새책방보다 헌책방에 더 관심이 많다 (O) - 사실은 O/X 반반 

15.  정가보다 더 비싸게 주고 산 책이 있다 (O)  

16.  어떤 형태로든 책이 변형될 짓을 하지 않는다 (O)  

17.  책에 낙서를 하지 못한다 (예를 들면 친구의 전화번호도 적지 못한다) (O)

18.  쌀이 떨어져도 사야 할 책은 꼭 산다 (O) - 밥을 굶고 모은 돈으로 샀다니까요  

19.  용도가 따로 있는 돈을 책 사는 데 쓴 적이 있다 (O)  

20.  서평을 꼼꼼히 흝어보며, 매주 구입 목록을 쓴다 (X) - 사실은 O/X반반 

21.  어떤 책을 달라고 주인에게 떼를 쓴 적이 있다 (X)  

22.  좋은 책을 사면, 저절로 술 생각이 난다 (O) - 뭐 안사도 나지만... 

23.  우울할 때 책을 쓰다듬거나 책등의 제목만 읽어도 즐거워진다 (O) 

24.  책을 절대 빌려 읽지 못한다 (도서과 제외) - (O) - 이불원칙에 의해 빌리지도 않고 빌려주지도 않는다 

25.  아주 정기적으로 꿈 속에서 책을 찾아다닌다 (X) 

26.  술을 마시고 필름이 끊어져도, 그날 들고 있던 책은 고스란히 껴안고 온다 (O) 

27.  생수 2리터짜리 한 병도 무겁지만, 책은 아무리 많아도 무겁지 않다 (O) 

28.  전철이든 어디서든 다른 사람이 읽고 있는 책은 반드시 제목을 봐야 한다 (O) 

29.  잡지의 기획물을 찢거나 편집해서 나만의 책을 만든다 (X) 

30.  책에는 내용과 다른 추억의 가치가 따로 있다고 인정하는 편이다 (O) 

31.  다른 데서는 모르겠는데, 유독 서점에서 예쁜 여자를 보면 거의 심장이 멋는다 (여자든 남자든.  '멋진 남자'로 대체하고 싶은 사람은 그리 하시오) - (O) - 매우 그렇다.  책읽는 (잡지말고) 여자는 (글쟁이 같은 옷차림이나 보이기 위한 치장없는) 너무 예뻐보인다. 

나는 1, 3, 7, 8, 10, 20, 21, 25, 29가 X인데, 장정일은 1, 10, 11, 21에서만 X를 했단다.  O가 많을 수록 애서광에 가깝단다.  그러니까 그는 작가이고, 심지어는 자기가 읽고 소화시키고 배설한 독서일기조차도 계속 나오고 팔리는 것일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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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출판 더숲 2011-10-31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 도서출판 더숲입니다. 저희가 이번에 <종이책 읽기를 권함>이라는 책을 출간했어요. http://www.yes24.com/24/goods/5836739?scode=032&OzSrank=1 관심 있게 꼭 한 번 살펴봐주세요!^^ 혹시 불편하셨다면, 죄송합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위스키 성지여행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윤정 옮김, 무라카미 요오코 사진 / 문학사상사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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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이곳 시간으로 화요일 밤.  운동도 그렇고 딱히 할 일도 없는 저녁에 자취방에 누워 시간을 보내다가 엡으로 받은 재즈 라디오를 틀어놓고 있었다.  그런데 이마저도 시진한, 정말 그야말로 무료한 저녁나절을 지나고 있었던 것이다.  마음의 번뇌때문인지 책도 손에 잡히지 않던 오늘, 우연히 눈이 간 하루키의 위스키 성지여행을 본 덕에 눈과 마음의 호사를 누렸다. 

정확하게는 여행기라 말하기도 뭐한 사진과 글을 섞은 매우 짧은 분량의 책이지만 (한 30분이면 충분히 음미할 수 있다), 내가 너무도 좋아하는, 대학 때 졸업논문의 소재이기도 했던, 아일랜드 하고도 위스키를 테마로 한 에세이였던 이 책 덕분에 다시 이렇게 컴퓨터 앞에 앉아, 위스키 대용으로 먹다 남은 싸구려 Zinfandel을 씹고 있다.   

에메랄드 빛의 아일랜드의 풍경과 pub사진, 그리고 위스키 사진 외에도 이 책에서 묘사된 굴과 위스키의 조화를 입안 가득히 느끼는 호사를 언젠가 누려보고 싶다.  사실 이와 비슷한 것은 먹어본 적이 있는데 굴과 데낄라 샷이다.  더블 글라스에 큰 생굴을 넣고 데낄라를 채운 후 타바스코를 살짝 친 이 샷의 맛은 꽤나 사랑스러웠는데, 이런 맛이 아닐까 혼자 상상해본다.  나도 작가가 말한 사람들처럼 한달정도 작은 카티지를 빌려 이 섬에 머물면서 한가롭게 책을 보고, 맥주를 마시고 위스키를 음미하면서 보내고 싶다.  정녕 우리 대다수는 자기가 가장 원하고 즐길 일을 모두 미루고 돈을 벌다가 인생의 황혼기에야 이들을 찾아 떠날 운명인 것인지?  인생을 좀더 알았다고 생각하고 있을 마흔의 어느 즈음 꼭 가보고 싶다, 이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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