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의 위스키 성지여행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윤정 옮김, 무라카미 요오코 사진 / 문학사상사 / 200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오늘은 이곳 시간으로 화요일 밤.  운동도 그렇고 딱히 할 일도 없는 저녁에 자취방에 누워 시간을 보내다가 엡으로 받은 재즈 라디오를 틀어놓고 있었다.  그런데 이마저도 시진한, 정말 그야말로 무료한 저녁나절을 지나고 있었던 것이다.  마음의 번뇌때문인지 책도 손에 잡히지 않던 오늘, 우연히 눈이 간 하루키의 위스키 성지여행을 본 덕에 눈과 마음의 호사를 누렸다. 

정확하게는 여행기라 말하기도 뭐한 사진과 글을 섞은 매우 짧은 분량의 책이지만 (한 30분이면 충분히 음미할 수 있다), 내가 너무도 좋아하는, 대학 때 졸업논문의 소재이기도 했던, 아일랜드 하고도 위스키를 테마로 한 에세이였던 이 책 덕분에 다시 이렇게 컴퓨터 앞에 앉아, 위스키 대용으로 먹다 남은 싸구려 Zinfandel을 씹고 있다.   

에메랄드 빛의 아일랜드의 풍경과 pub사진, 그리고 위스키 사진 외에도 이 책에서 묘사된 굴과 위스키의 조화를 입안 가득히 느끼는 호사를 언젠가 누려보고 싶다.  사실 이와 비슷한 것은 먹어본 적이 있는데 굴과 데낄라 샷이다.  더블 글라스에 큰 생굴을 넣고 데낄라를 채운 후 타바스코를 살짝 친 이 샷의 맛은 꽤나 사랑스러웠는데, 이런 맛이 아닐까 혼자 상상해본다.  나도 작가가 말한 사람들처럼 한달정도 작은 카티지를 빌려 이 섬에 머물면서 한가롭게 책을 보고, 맥주를 마시고 위스키를 음미하면서 보내고 싶다.  정녕 우리 대다수는 자기가 가장 원하고 즐길 일을 모두 미루고 돈을 벌다가 인생의 황혼기에야 이들을 찾아 떠날 운명인 것인지?  인생을 좀더 알았다고 생각하고 있을 마흔의 어느 즈음 꼭 가보고 싶다, 이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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