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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가는 저 구름아 세트 - 전7권
박종화 지음 / 문예당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앞서의 월탄 삼국지와 마찬가지로 2009년 말 눈이 조금씩 오던 날 청계천 헌책방 가에서 구입한 6권으로 나온 판인데, 권당 3,000하던 시절의 책이니 1985-7년 사이에 나온 판본인 것 같다.  글씨도 작고 워낙 책이 바랜 나머지 마지막 6권은 읽기에 매우 힘들고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내용이 워낙 탄탄하기에 정말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사놓고 빨리 읽지 못한 것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워낙 옛날 문체인지라 초반부가 지겹게 느껴졌고, 그래서 읽다 말다 했던 것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모두 읽고 난 후의 느낌은 역시 잘 쓴 책이라는 것이 가장 크다.  삼국지만 해도 특별한 창작은 아니었기 때문에 월탄의 글 실력을 다 볼 수는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하여 나는 왜 월탄이 한 시대를 주름잡았던 대작가였는지를 알 수 있었다.  임진왜란 직전의 조선에서 인조반정까지가 시대적인 배경인데, 왜란과 이후 여진족의 발흥은 적절하게 필요한 부분만 다루고 나머지는 작가의 의도에 맞는 부분에 맞춰 중심을 잃지 않고 필요한 이야기를 서술하는 실력이 참으로 탁월하다.  많은 경우 이런 시대극은 유명한 장군, 대신, 또는 난에 대한 이야기로 상당한 부분을 낭비하기 때문에 월탄의 이런 적절한 맺고 끊음은 요즘의 작가들과 많이 비교되는 부분이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을 굳이 꼽자면 등장인물들의 시기에 따른 action에 대한 motive가 살짝 애매모호할 때가 있다는 것인데, 옥의 티라고 하겠다.  특히 월탄이 글을 쓰던 시기의 trend로 보아 특별히 다른 작가들보다 못하다고 이야기 할 수는 없다.  다만 조금 더 나은 심리적인 development을 보여주었더라면 더 흥미진진하고 설득력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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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 헌터 D 1 - 저주받은 신부
키쿠치 히데유키 지음, 안종두 옮김 / 시공사 / 199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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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Vampire Hunter D라는 책은 공상과학과 호러라는 두 장르를 매우 교묘하고 흥미롭게 섞은 Sci-Fi Horror라고 할 수 있는 이종교배장르의 대가인 키쿠치 히데유키의 명작이다. 현재 영문 번역본으로는 14권까지 나와있는 이 책을 나는 원래 일본 아니메로 처음 접했다. DVD라는 것이 없던 시절, 비디오를 통해 재생되는 아날로그 화면은 당시 일본 아니메를 처음 접하던, 상당히 늦은 편인, 고등학생인 나에게 큰 충격이었다. 비록 그림체는 좀 낡아 보였어도, 스토리와 비주얼은 이후 내가 이 시리즈, 나아가서 키쿠치의 작품들, 그리고 일본 아니메의 팬이 되는데 큰 역할을 했음이다.

세세한 스토리는 스포일을 피하기 위해, 그리고 중간중간 끊긴 내 기억을 위해 접어두도록 하자. 일단 세계관만 파악해도 이 책은 매우 흥미롭다. 방금 전의 인터넷 검색에 의하면 출판 후 85쇄까지 나왔다니 전 세계의 독자들도 나와 공감하는 것 같다.

이 세계는 서기 1만년 하고도 2천년의 세상을 배경으로 하는데, 우리의 21세기 시대가 훨씬 더 지났을 때의 인류의 황혼기에 갑자기 나타나기 시작한 벰파이어들이 “귀족”으로서 세상을 지배하고, 인간들을 피와 노동, 그리고 잔인한 실험과 쾌락의 대상으로 삼아 암흑기에 빠뜨린 밤의 시대를 거쳐 다시 벰파이어들의 황혼기를 지나, 인류가 겨우 recover하기 시작하는, 하지만, 벰파이어와 그들이 만들어낸 괴물들이 공존하는 시대이다. 이 밖에도 서부시대와, 중세, 그리고 미래의 과학세상을 교묘하게 배합한 미신과 과학이 공존하는 시대로써의 무대장치는 이 시리즈를 매우 재미있게 만들어 주고 있다.

1998년경에 한국에도 번역되어 들어오다가 말은 것 같은데, 일본적인 세계관 때문에 그리고 1999년을 앞두고 있던 시대의 “merit”이 모두 없어져버린 덕에 품절이 된 것 같다. 그런 작품을 요시타카 아마노의 원작 일러스트와 함께 읽어가고 있으니 상당히 행복하다고 하겠다.

모두 16권이 마지막이라고 하는데, 아직 2권이 더 남은 결말이 궁금하다. 특히 절대로 죽지 않고, 지지도 않는 D는 과연 모든 벰파이어들을 다 없앨 것인지? 그러고 나면 그 자신도 없어질 것인지?

이 작가의 책으로 유명한 것들은 D시리즈 외에도 요수도시 신주쿠 (극장판 아니메화된 바 있다), 요수도시등 매우 많은데 놀랍게도 상당량이 영문으로 번역되어 나와 있다는 것이다. 당연히 모두 구해서 읽어 볼 것을 계획하고 있고, D시리즈는 16권까지 모두 완결하면, 서재를 구비하게 되는 시기에 다시 처음부터 끝까지 쉬지 않고 읽어 일세 영웅과 매우 흥미로운 세계의 맺음을 기념하려 한다. 국문으로도 계속 번역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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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섬 악마 동서 미스터리 북스 145
에도가와 란포 지음, 김문운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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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일인칭으로 서술된 한 남자의 회고로 시작된다. 왜 그의 아내의 몸에는 뭐라 설명하기 어려운 흉터가 있는지, 또 왜 그의 머리는 하얗게 샜는지.

이 이야기 역시 그간 읽어온 일본 추리소설 특유의 그로테스크함과 란포가 좋아하는 밀실트릭으로 가득 차 있는데, 특이한 점은 곳곳에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장치들을 깔아놓은 것이다. 그 밖에도 동시대 우리나라의 작품에서는 볼 수 없는 동성애라던가 하는 것들을 교묘하게 깔아놓아 독자의 추리를 방해(?)한다. 다만 정통추리물에서는 볼 수 없는 기묘한 트릭, 즉 작가의 의도를 충실히 실행하기 위한 변칙적인 등장인물이나 스토리의 전개는 역시 애드거 알란 포의 오귀스트 뒤팽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upgrade버전이라고 할까?

일본 작품에서 즐겨 쓰이는 주제들로 이제 내가 recognize할 수 있는 것들은:

1. 건축양식에 따른 밀실이면서 밀실이 아닌, 즉 access가 가능한 일본식 집/방
2. 난쟁이, 변태 등 특이인물
3. 치정관계
4. 변태적인 성관계
5. 무위도식하는 학사나 박사

뭐랄까 클레식을 읽는 듯한 가벼운 마음으로 담담하게 전개를 볼 수는 있으나 특별히 추리를 즐기기는 어려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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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울한 짐승 동서 미스터리 북스 85
에도가와 란포 지음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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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가와 란포는 일본의 대정시대에 활동했던 일본 추리/미스터리 소설의 선구자이다. 그 자신이 서구 미스터리 장르 대가들의 엄청난 팬이었던 그의 필명인 에도가와 란포는 에드가 알란 포를 일본식으로 개칭한 이름이다. 그만큼 당시 서구의 미스터리 작가들을 좋아했음이다.

란포의 작품의 묘미는 명석한 두뇌의 명탐정이나 형사가 오리무중에 빠진 사건을 파헤치는데 있지 않다. 일반적인 탐정물과는 다르게 란포의 작품은 등장인물의 기괴한 심리의 적나라한 묘사에 있는 것 같다. 총 10편으로 이루어진 이 단편집은 그러한 기괴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Bondage”에 빠진 등장인물들도 여럿이 나오고, 심지어는 아무런 이유 없이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도 나온다. 그렇기 때문에 추리라는 부분에 있어서는 큰 트릭이 없고 오히려 대부분의 clue, 나아가서는 모든 범죄 행위 자체가 독자에게는 모두 open이 되어있는 상태로 담담하게 스토리가 전개되는 것은 란포만의 특징일까?

지금까지 읽은 몇 되지 않는 일본 추리소설 작가들의 작품이지만, 란포의 작품 같은 것은 없었다. 란포의 정신세계가 궁금하다.

그런데, 일본은 얼마나 서구화되어가고 있었길래, 또 얼마나 성적으로 개방이 되었었길래 그 시대에 벌써 S&M과 성적인 쾌락을 위한 목조름 같은 것이 소설의 소재로 쓰였던 것일까? 기껏해야 1920-30년대 사이인 작품의 시대배경인데 우리 같으면 꿈도 꾸지 못할 정도로 기괴한 일이 거의 100여년전의 시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에, 그 시대의 작가의 창작을 통해 이야기 되는 것이 너무 신기하다.

추리소설, 또는 미스터리 장르의 팬이라면 란포의 책은 필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홈즈나 루팡에서 보이는 로망이나 유쾌함은 없다. 일상사의 아주 평범한 인간들의 추악한 내면을 담담하게 그려내는 것이 매우 서리얼하게 느껴지는 것이 이 책의 묘미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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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 - 전3권 세트 - 유재주의 초한지
유재주 지음 / 돋을새김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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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으로 접한 초한지는 정비석님의 소설 초한지다. 고려원에서 출판된 5권짜리였는데, 전국시대말기에서 유방의 중국통일, 그리고 그 후일담을 다룬 책으로써, 당시의 시가로 권당 1500원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요즘 이런 책들이 한권에 만원에서 만이천원이고, 활자도 두배로 커졌으니, 지금 다시 나온다면 한 10권에서 12권으로 편집되어 권당 만원정도로 팔릴 책이겠다.

소설 손자병법으로 정비석풍의 역사소설 (정확히는, 역사소설을 표방한 통속소설 내지는 그 반대)에 한창 재미가 들렸던터라, 이 초한지는 못해도 열번을 읽었을 것이다.

삼국지는 여러 작가의 역을 읽어 보았으나, 초한지는 그렇지 못하다. 최근에 이문열씨가 평역한 본이 나왔다는데, 아직 읽어보지는 못하던 차, 우연한 기회에 유재주의 초한지를 읽게 되었다.

저자는 군더더기를 떨어내고, 기존의 초한지와는 조금 더 다른 관점으로 스토리를 풀어 나간다 (이는 저자가 책머리에 밝힌 바 있다). 그래서 그런지, 이야기 자체도 전국시대의 통일이 아닌, 시황제가 죽기 거의 직전부터 시작하고, 전개도 매우 빠른 편이다. 스토리 전개가 빠르니만큼, 작은 이야기들에 얽매이지 않고 굵직한 줄거리들을 중심으로 하여 단 3권에, 그것도 요즘 활자크기의, 초한지의 gist를 담아내고 있다. 여기까지는 장점이라고 하겠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후세에 나온 term이나 사상이 버젓이 유방시대의 사람의 것으로 둔갑하여 나오는 것은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 예를 들면, 유협에 대한 정의 같은 것인데, 전국시대 말기의 사람의 입에서 사마천의 사기에서 define한 유협에 대한 정의가 술술 나온다, 순서까지 거의 비슷하게. 이런 부분들이 여럿 눈에 띄기 때문에 소설의 시간적 사실감을 많이 떨어뜨리는 것 같다. 즉, 누군가 벌써 결론을 알고 소설을 구성하여, 그 결론에 맞는 모드로 스토리를 전개하는 냄새가 너무 강하다는 것이다. 역사소설이던 일반소설이던, 이는 피할 수 없는 creation의 운명이겠으나, 그 냄새가 너무 심해서, 스토리가 저자의 결론을 뒷받침하는 것 외의 다른 생명성이 보이지 않는 것은 좀 심하다.

또한 저자가 밝힌 집필 관점에 충실하기 위하여 유방에 대한 부분은 많이 깎아내리는데, 이는 사실에 충실하기 위하였기 때문이라고 하나, 너무 과하다. 과유불급이라 했던가? 역시 소설의 사실성이나 역사성을 훼손하는 부분이다.

Focus를 유방의 신격화 무너뜨리기에 맞추다 보니, 다른 전투나 전략에 대한 묘사도 많이 떨어진다. 물론, 기존의 초한지의 “뻥튀기”도 문제가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중국을 두고 일전을 벌였던 초나라와 한나라의 중심들인 범증, 장량, 한신등 당대 최고의 모사들과 명장이 어떻게 전략전술을 운용하고 용병을 하며, 모략을 꾸미는지에 대한 세밀한 묘사가 없는 것이 너무 아쉽다.

끝으로 군더더기를 덜어내는 과정에서 스토리의 중요한 연결부분들 마저 같이 덜어진 것은 아닌지 절로 생각해보게 되는 중간중간의 미약한 전개상의 인과관계가 부족하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주요부분의 맺음이 매우 허무하고 갑작스럽다.

초한지는 오랜 세월 동안 동양삼국의 여러 작가들이 평역, 번역 등을 통하여 서술해온 고전이다. 이런 고전들이 어떤 보편적인 형태와 내용, 그리고 전개를 가지고 있는 데에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그것을 작가가 임의로 용감하게 편집하는 것은 새로운 시도로써는 의미가 있지만, 서객의 입장에서 볼 때에는 정말로 잘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면 상당히 불만스러울 것이다. 내가 진순신의 책들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이유라고도 하겠다.

이렇게 쓰고 나니, 유재주님이 열심히 쓰신, 처녀작도 아닐, 이 책이 매우 볼품없이 느껴진다. 하지만, 쉽게 읽혀지는, 또 하나의 초한지라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읽어 볼만하다. 떠드는 것이란 원래 창작보다는 훨씬 쉽다는 점, 그리고 이 떠들어 대는 것은 전적으로 개인의 의견에 바탕한 점이라는 것을 잊지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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