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 장정일의 독서일기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1
장정일 지음 / 마티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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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일의 독서일기는 7권으로 끝이 난 듯하고 (1-7권 까지 모두 품절 내지는 절판이다.  헌책방에서 운좋게 마주쳤으면 좋겠다), 8권부터는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이라는 새로운 제목으로 나오는 것 같은데, 이 시리즈로 벌써 2권까지 (즉 통합 9권) 나와있다.  조만간 마저 구해서 읽어보아야 하겠다. 

장정일은 그의 작품이나 이론 모두 소위 말하는 주류, 혹은 제도권을 벗어나 있는 작가라고 생각이 되는데, 그래서인지, 책에 대한 그의 리뷰는 원론적인 혹은 일반적인 '문학성'이나 '현학성'을 매우 강하게 공격하는 측면이 있다.  이는 다양한 작품에 대한 그의 리뷰속에서 비교나 예를 드는 형식으로 나타나는데, 가끔은 속이 후련하다.  더구나 사회적인 유행에 따라 "전략적" 독서나 "필요에 의한" 독서가 관심을 받는 시기에 "다치바나 다카시"식의 독서를 욕할 수 있는 그의 여유나 마음이 부럽다.     

이 책을 읽으면서 관심이 가는 책을 여러 권 찾아 보관함으로 옮겨 놓았는데, 형편이 닿는데까지 모두 구해 읽어볼 생각이다.  아~~ 빨리 다음 10년의 인생계획의 첫 걸음을 내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나만의 서고/서재 꾸미기에도 그만큼 가까워 지련만... 언젠가 찾기 좋게 책을 배열해놓고 평론이나 리뷰책과 이들이 다룬 책들을 비교해가면서 나만의 느낌을 찾고 싶다. 

워낙 다양하고 좋은 말들이 많아서 밑줄치기는 금방 포기했지만, 그래도 남아있는 몇 구절들 중 맘에 드는 이야기..."글쓰기의 가짓수는 무척 많고, 교양이란 굉장히 폭이 넓은 세계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글쓰기 하면 곧바로 시나 소설을 떠올리고, 그걸 읽는 게 교양의 다인 양하는 사람들이 많다...고작 시집이나 소설 몇 권을 읽는 것으로 교양인 행세가 가능한 나라는 가망이 없다" (한국은 가망이 없다는 이야기?) "BBK같은 사건이 터졌을 때 제대로 된 사회에서라면, 거의 반년 안에 스무 권이 넘는 논픽션이 쏟아져 나와야 한다" (스무 권의 기준은?) 

또한 개별적인 리뷰에서 자주 현 사회현상과 대조해가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에 의외로 다양한 정보와 사실을 배울 수 있었는데, 이를테면 "뉴라이트" 조직에서 만든 "교과서 포럼"이라는 거창한 "역사를 바로" 쓰자는 "바로 세우기"보다는, 단체에서 발족한 준비위원회의 간부 5인과 학자 11인들 중 역사학자가 단 한 명도 없다는 사실!  "괴 단체"라는 표현이 참으로 적절한 듯

마지막으로 책에서 나온 설문 "당신은 애서광인가?" 를 옮기고, 나에 해당하는 부분을 마크한다. 

1.  책을 빌리고 돌러주지 않은 적이 있다  (X) 

2.  책을 한 번이라도 훔쳐 본 적이 있다 (O) -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3.  서점 주인에게 외상을 달라고 떼를 써 본 적이 있다 (X)  - 밥을 굶고 모은 돈으로 샀다 

4.  다 읽지 못할 것을 예감하면서도 사는 책이 많다 (O) 

5.  매일 서점을 들러야 직성이 풀린다 (인터넷 서점 포함) (O) 

6.  단골 헌책방이 있다 (O) - 미국과 한국에 각각 하나씩 있다  

7.  여행을 가면 반드시 그곳에서 가장 큰 서점을 둘러본다 (X) 

8.  여행을 가면 현지 사람에게 헌책방이 어디 있는지 반드시 물어본다 (X)

9.  초판본을 보면 마음이 설렌다 (O) - 기회는 흔하지 않지만 

10.  자신의 책에 소유주를 밝히는 나만의 표식을 한다 (X) 

11.  내용은 별로지만 책 자체가 아름다우면 마음이 동한다 (O) 

12.  도서관을 좋아하지만, 직접 소유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O) 

13.  새로운 판본이 나오면 반드시 집의 것과 비교해 본다 (O) 

14.  새책방보다 헌책방에 더 관심이 많다 (O) - 사실은 O/X 반반 

15.  정가보다 더 비싸게 주고 산 책이 있다 (O)  

16.  어떤 형태로든 책이 변형될 짓을 하지 않는다 (O)  

17.  책에 낙서를 하지 못한다 (예를 들면 친구의 전화번호도 적지 못한다) (O)

18.  쌀이 떨어져도 사야 할 책은 꼭 산다 (O) - 밥을 굶고 모은 돈으로 샀다니까요  

19.  용도가 따로 있는 돈을 책 사는 데 쓴 적이 있다 (O)  

20.  서평을 꼼꼼히 흝어보며, 매주 구입 목록을 쓴다 (X) - 사실은 O/X반반 

21.  어떤 책을 달라고 주인에게 떼를 쓴 적이 있다 (X)  

22.  좋은 책을 사면, 저절로 술 생각이 난다 (O) - 뭐 안사도 나지만... 

23.  우울할 때 책을 쓰다듬거나 책등의 제목만 읽어도 즐거워진다 (O) 

24.  책을 절대 빌려 읽지 못한다 (도서과 제외) - (O) - 이불원칙에 의해 빌리지도 않고 빌려주지도 않는다 

25.  아주 정기적으로 꿈 속에서 책을 찾아다닌다 (X) 

26.  술을 마시고 필름이 끊어져도, 그날 들고 있던 책은 고스란히 껴안고 온다 (O) 

27.  생수 2리터짜리 한 병도 무겁지만, 책은 아무리 많아도 무겁지 않다 (O) 

28.  전철이든 어디서든 다른 사람이 읽고 있는 책은 반드시 제목을 봐야 한다 (O) 

29.  잡지의 기획물을 찢거나 편집해서 나만의 책을 만든다 (X) 

30.  책에는 내용과 다른 추억의 가치가 따로 있다고 인정하는 편이다 (O) 

31.  다른 데서는 모르겠는데, 유독 서점에서 예쁜 여자를 보면 거의 심장이 멋는다 (여자든 남자든.  '멋진 남자'로 대체하고 싶은 사람은 그리 하시오) - (O) - 매우 그렇다.  책읽는 (잡지말고) 여자는 (글쟁이 같은 옷차림이나 보이기 위한 치장없는) 너무 예뻐보인다. 

나는 1, 3, 7, 8, 10, 20, 21, 25, 29가 X인데, 장정일은 1, 10, 11, 21에서만 X를 했단다.  O가 많을 수록 애서광에 가깝단다.  그러니까 그는 작가이고, 심지어는 자기가 읽고 소화시키고 배설한 독서일기조차도 계속 나오고 팔리는 것일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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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출판 더숲 2011-10-31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 도서출판 더숲입니다. 저희가 이번에 <종이책 읽기를 권함>이라는 책을 출간했어요. http://www.yes24.com/24/goods/5836739?scode=032&OzSrank=1 관심 있게 꼭 한 번 살펴봐주세요!^^ 혹시 불편하셨다면,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