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여행 2 - 칼의 노래 100만부 기념 사은본
김훈 지음, 이강빈 사진 / 생각의나무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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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잘한 일상의 재미, 여행의 묘사, 이런 것을 기대하고 이 책을 본다면 살짝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내가 그랬으니까. 

김훈의 스타일, '칼의 노래'이후 굳어진, 그의 글에 대한 이미지는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이어진다.  그간 많이는 아니지만 '남한산성'과 '자전거 여행 1'을 읽으면서 느낀 것을 고스란히 다시 볼 수 있었다.  호불호를 떠나서, 또는 완성도를 떠나서 김훈의 글쓰기는 묵직하다.  아니, 어쩌면 조금 무겁다는 생각도 든다.   

'칼의 노래'의 임펙트가 워낙 강했었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아니 가벼운 마음을 얻기 위해 읽은 책인데... 

수도권 일대를 자전거로 돌아다니며 그가 느낀 삶, 토지, 나무, 자연, 이런 것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김훈의 한국 문단에서의 위치나 무게감을 생각할 때 읽어보아야 할 책이긴 하다.  그런데, 조금 아쉬운 것은 단지 나의 마음탓일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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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스 넘어 남미를 달린다 - 김문숙 에릭 베어하임의 남미자전거 여행
에릭 베어하임.김문숙 지음 / 나래울(한국방송출판)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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빡빡하게 돌아가는 하루의 일상에 지칠때에는, 특히 다년간의 반복으로 인한 변화를 갈구하면서도 정체되어 있는 자신을 볼 때에는 보헤미안하거나 노매딕한 삶, 또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삶을 생각해 보게 된다.  그것도 아니면 긴 여행을 꿈꾸기도 하는데, 그런 목마름에 뒤적이다 구입한 책이다.  특별한 글의 재미나 재주가 느껴지지는 않지만, 사진과 함께 빽빽하게 채워진 글쟁이가 아닌 '비전문가'인 지은이의 여정을 읽는 것이 매우 좋았다.  떠날 수가 없기 때문에 더욱이, 저자의 눈과 귀를 빌려 책을 읽는 동안만이라도 자전거 여행이라는 낯설고 위험해 보이는, 그러나 그만큼 미지의 매혹이 느껴지는 것에 대한 판타지에 빠져 있을 수 있었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을때, 또는 진지하게 이런 여행을 계획한다면 경험삼아서라도 읽어보면 좋겠다.  남미의 국가들은 사회, 문화, 경제, 치안 등이 일부 도시들을 제외하고는 '서구권'문화에 익숙한, 제도권의 삶에 익은 우리들에게는 접근이 어려울 수도 있으니까.  힘든 요즘을 이겨내는 좋은 책이 되어 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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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영혼 - 로마에서 아시시까지, 강금실의 가슴으로 걷는 성지순례
강금실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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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금실 전 판사/법무장관/서울시장후보는 천주교인이다.  모태신앙이 아닌 약 7년 정도된 '햇병아리' 신자이다.  그러나 이분의 구도행은, 나이들어서 시작하는 많은 것들이 그러하듯이, 매우 치열하고 진지하다.  나이가 들기 전, 사고가 형성되기 전에 배우는 많은 것들은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반면, 진지한 어떤 고찰은 시간이 많이 지난후에야 찾아오는데, 어떤 관념이 형성이 된 상태에서는 그 관념을 깨거나, 또는 관념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의 '념'으로 정립하기위한 성찰이 필요한 것이 특히 신앙이 아닌가 싶다. 

이 글은 저자가 성지순례단의 일원으로 이탈리아 일대의 천주교 성지들을 순례하면서 느낀 매우 조용하고 잔잔한 내면의 이야기들로 꾸며져 있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로마의 명물부터 지방의 작은 성당까지, 그녀는 어떤 생각을 품고 어떤 마음으로 하루를 보냈을까?  책에 쓰인 이야기들 말고, 진짜 내면의 소리는 무엇이었을까?  2009년 노대통령의 '순교'같은 서거이후 같은 노선을 걸었던 사람으로서 예수라는 믿음의 선지자와 정치의 선지자의 동기화는 그녀로서는 필연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예수는 세상으로부터, 사람들로부터, 그리고 심지어는 제자들로부터까지 버림받은 사람이었다는 그녀의 독백에서 이를 보았다면 과장일런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다행스럽게도 이 책은 대필은 아닌 것 같다.  일단 강금실 변호사는 글을 쓸 줄 아는, 꽤나 잘 쓰는 사람인 것으로 알고 있고, 진지한 내용은 살짝 'dry'할때도 있을만큼, 흥미거리를 유발하는 유머나 구성, 이런 것들 하고는 거리가 멀기에 나는 그녀가 이 책을 직접 썼다고 믿는다.  

어제의 산란한 마음이 아니었다면 조금 더 잘 읽혔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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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5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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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실 이 책을 고등학교 때 접했었다.  미국에 온지 2년이 채 못되던 때, 영어시간의 교재들 중 하나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에서의 영어시간에 읽도록 했던 'To Kill a Mocking Bird (앵무새 죽이기),' 와 'Catcher in the Rye (호밀밭의 파수꾼)'과 함께 기억이 나는데, 지금 생각하면 이런 '대단한' 문학인줄도 모르고 억지로 봤던 것 같다.  사실 나이가 들어서 읽는 지금은 F. 스콧 피츠제럴드의 단골 테마들에 공감이 가지만, 다가올 날이 너무 창창해서 빨리 어른이 되고 싶은 십대때에 '잃어버린 시간'이나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과거의 순간'같은 테마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다시 읽어보는, 정확하게는 다시 제대로 읽어보는 '위대한 개츠비'는 과연 평론가들이 말하는 피츠제럴드 특유의 테마가 녹아있는 것이 문장 군데군데에 나타난다.  마침 책을 가지고 있지 않아서 옮겨 적을 수는 없는데, 개츠비의 심리묘사, 또는 이런저런 문장에서 나타나는 '다시 찾을 수 없는' 혹은 '놓쳐버린 순간'의 묘사는 지금의 나의 가슴을 아리게 한다.   

지금까지 두 권의 단편작품집, 그리고 이 '위대한 개츠비'를 읽고 나니, 피츠제럴드의 작품에서 그리는 그 '무엇'인가가 조금씩 잡히는 것 같다.  시간을 두고 다시 읽어보면, 특히 나이가 조금 더 든 후에는 그 실체가 더 명확해질런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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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화로운 삶
헬렌 니어링 외 지음, 류시화 옮김 / 보리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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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네 시간까지만 일을 하고, 나머지는 자기를 위한 생활을 할 수 있을까?  헬렌과 스콧 니어링 부부의 삶을 보면 그런 것 같다.  물론 이들의 이야기는 거의 100여년전의 시대의 것이지만, 헬렌 니어링이 1989년에 귀천했다는 것을 생각할 때 그리 먼 과거의 이야기도 아니다.   

우리는 인생의 대부분을 소비하고, 또 소비하기 위한 재화생산 및 획득에 쓴다.  보다 더 많이 먹고, 많이 쓰고, 넓은 곳에서 살기 위한, 즉 소비하기 위한 삶인 셈인데, 그렇게 생각하면 우리는 경제를 지탱하고 순환시키기위한 수단으로써의 삶을 살고 있기도 하다.  현재의 팽창주의 경제를 보면 특히 더 그런 것 같다.  더 먹도록, 더 쓰도록, 더 사도록, 더 마시도록..., 계속해서 조장되는 우리의 소비는, 이를 지탱할 수 있는 노동과, 여가시간 및 다른 분야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의 희생으로 이어지는데, 이는 또다시 기득권 세력, 다수의 대중의 생각하는 힘을 빼어버리고 싶은 사람들의 목적을 serve하는게 아닌가 싶다. 

이 부부는 버몬트 시골로 내려간 뒤로부터 죽을 때까지 자신들이 정한 원칙에 따른 일정한 노동과, 활동, 채식, 검약, 등을 실천하면서 살았다고 한다.  매우 건강하고 맑은 몸과 정신을 유지하면서.   

정신없이, '빨리 빨리'가 화두인 요즘에 더더욱 이런 삶을 꿈꾸어본다.  언젠가, 평화롭고 조용한 땅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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