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라는 것이 쉽지 않을 때가 있고, 또 리뷰하기 어려운 책이 늘상 있게 마련이다.  때로는 게으름에, 가끔은 내용이 남지 않아서, 혹은 그냥 하기 싫어서 읽고 나서 꼭 글로 남기자는 결의가 무색하게 그냥 책장에 꽂혀지는 때가 많은 것이다.  그러다가, 다시 마음을 다잡고, 몇 권의 후기를 페이퍼 형식을 빌어 남기는데, 리뷰라기보다는 그냥 간략한 후기 내지는 길라잡이 정도로 보면 될 것 같다.

 

작년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단일화를 전후하여 지금까지 한국 정치계를, 아니 사회전반을 흔들고 있는 키워드 안철수.  양식있는, 그리고 변화를 원하는 사람들의 기대와, 그 대착점에 서있는 자들의 견제와 흠집내기를 받고 있는, 현재에는 경선도 없이 강력한 대권후보로서의 출사표를 던진 그의 생각. 

 

이 책을 읽었더라면 아마도 안철수가 최소한 대권후보로 나올 것 정도는 예측할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워낙에 늦게 읽는 바람에 김이 좀 빠진 감도 있다. 

 

조금은 상식적으로 보이는 생각들을 조리있게, 그리고 온화한 그만의 말투로 풀어놓았다.  대부분의 그쪽 진영 사람들처럼 센세이션을 노린 발언따윈 찾기 어려웠고, 복잡한 개념도 없었다.  그저 담담하게 인터뷰 형식을 빌어 그만이 가진 정치적인 소신을 피력하는 것이다.  혹자는 구체적인 이야기가 없다고 하는데, 그건 당연한 것이다.  노하우가 있다면 까발리지 말하야하고, 일단 구체적인 이야기, 즉 방법론이 나오기 시작하면, 적 진영에 꼬투리를 잡을 수 있은 빌미를 주게되고, 물타기와 양비론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상품이 아무리 좋아도 세일즈와 마케팅 차원에서 막혀버리면, 그 뒤는 뻔한 것이다. 

 

하지만, 칭찬 일색으로 가기에는 이미 안철수는 정.치.인.이 되었다.  경선에서 단일화가 될 지 아니면 1987년 정국으로 되돌아가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정치인 안철수에게는 그 순수함만큼이나 현실적인 능력에 대해서는 아직 점수를 주기 어렵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아니 평가 자체가 어렵다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이는 좀더 두고 보아야 할 것이다.

 

사람이 살아온 과정은 그 사람의 현재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그래서일까, 일견 뻔한 말들이고, 상식적이고, 원론적인 이야기라해도 그의 입에서 나오니 신뢰가 갔다.  눈이 작고 쥐를 닮은 그분은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하여도 애시당초 믿을 수가 없었는데 말이다.  역시 사람은 좋은 인생을 살고 볼 일이다.

 

한국판 Sex and the City라고 보기엔 그 화려함에 따라가지 못한다.  하지만, 내가 읽은 정이현 작가의 첫 작품은 그 나름대로의 맛, 고전문학과 외국소설을 주로 읽어온 나에게는 매우 생소한, 그렇지만 신선한 그런 맛을 선사했다. 

 

같은 시대, 그리고 비슷한 연배의 등장인물들 (주어는 생략)에게서 무엇인지 모를 지난 시절의 향수를 느꼈고, 많은 부분을 공감할 수 있었다면 조금은 과장일까.  나도 그들과 같은 시기에 비슷한 경험을 하면서 비슷한 문화를 소비하며 내 길을 찾아왔고, 지금의 이곳에서 나의 삶을 살고 있다. 

 

무엇이 달콤한지는 알 수 없다.  오히려 달콤이라는 그 말에서 나는 인공감미료와 백설탕의 끝맛에서 느껴지는 씁쓸함을 느낀다.  그렇게 우리는 살아가고, 늙어가고 있는 것이다. 

 

하나 덧붙이자면, 극중 케릭터들 중에서 '태오'라는 영화판을 전전하는 대학중퇴 젊은이 - 주인공 화자의 짦은 연애대상 - 은 그 sincere한 포장에도 불구하고 내가 개인적으로 매우 싫어하는 인간군상이다.  도대체 멀쩡한 얼굴과 마음씨로 여자에게 - 의도와는 상관없이 - 빌붙는 남성은 나의 관점에서는 남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일부러 찾아서 statistic을 만들지 않아서 그렇지, 이런 인간들은 꽤나 많을 것이다.  특히 아사리판같은 연예계 그리고 그 경계에 있는 화류계에.  보면서 답답하다 못해, 개인적인 증오를 느꼈다면 조금은 과장이겠지만, 내가 싫어하는 두 종류의 인간류들 중 하나에 해당한다.  

 

이 책을 추리소설이라고 해야할까, 사회소설이라고 해야할까.  등장인물 각각의 관점에서 비슷한 시간대의 사건을 재구성하면서 그들의 내면을 통해 한 event를 바라보는 재미가 있다. 

 

위의 책과는 달리 이 책은 전반적으로 어둡다.  마치 소설을 읽는 내내 회색빛 dome으로 뒤덮힌 무대공간을 바라보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을 받았다. 

 

아버지에게서 받지 못한 것을 찾아 헤메이며 사귀는 남자에 집착하는 은성.  비밀스런 방화로 놓아버린 마음의 그 무엇인가를 해소하는 혜성.  닫혀버린 유지.  그리고 장기밀매업자 상호와 그의 대만계 재취 옥영.  옥영의 애인 명.  과연 그 시체는 누구의 것일까?  끝까지 말해주지는 않지만, 누구의 것인지는 너무도 명확하다.  그래서 더욱 mysterious하다.  그는 왜 간 것일까?  그가 말하는 빚이라는 것이 - 사실 simple하게 유추되기에 더욱 의심스러운 - 과연 무엇일까?  

 

나는 이 작가의 political corretness가 마음에 든다.  적어도 우리 입장에서는 매우 객관적인 눈으로 한일관계를 보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일본의 입장에서는 조금은 비주류적인 사관을 가지고 있는 듯 한데, 이것이 소설에서 여과없이 주인공의 독백과 생각을 통해 표현된다.  주인공의 가장 강력한 조력자가 한국 유학생이라는 설정이 우연은 아닐 것이다.

 

신생인류라.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물론 현 시대의 연구로 인해, 호모 사피엔스의 출현은 우리가 배워왔듯이 점진적이지 않은, 약간은 돌연변이적이었다는 학설이 정설로 자리잡아가고 있지만, 우리의 다음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지 않았다. 하지만, 작가의 셋팅 - 다음 단계의 인류는 4차원적인 시각으로 지금을 볼 것이라는 - 이 매우 설들력이 있게 보인다.

 

또하나.  일급전범이 부시 Jr.는 번즈라는 이름으로, 그리고 그를 실질적으로 조종했던 딕 체이니는 체임벌린이라는 이름으로, 그 외의 구성은 9-11이후의 미국이 저지른 불법적인 침략전쟁과 살인 - 심지어는 자국민을 대상으로 한 - 을 약간만 가공하여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국민 대다수가 반대했던 이라크 침공, 그리고 살인과 고문, 이 모든 것들이 부시 Jr.치세에 행해졌고, 그 덕분에 국가의 미래와 국민의 행복에 쓰였어야 할 돈이 모조리 부시와 그 똘마니들의 주머니로 들어가 버렸다.  덤으로 부시 Jr.의 8년 동안 중국은 군사경제대국으로 부상해 버렸고, 지금은 미국의 목줄을 타고 앉아 세계를 호령하고 있다.  소설이기는 하지만, 따라서 그들이 혼나는 것을 보는 것은 꽤나 즐거웠다고 생각된다.  이 작가의 다른 책들도 좀 구해서 보아야 하겠다.

 

마지막으로 사무실 한켠에 마련한 책장에 3겹으로 꽂혀 있는 내 책들의 사진을 올린다.  이외에도 한 2000권 정도의 한국책과 영어책이 부모님 댁에 보관되어 있는데, 집을 사면 제일 먼저 서재를 꾸리고 싶다는 바램이 빨리 이루어지길 기다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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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2-10-06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긴 책장에 삼겹으로요! 게다가 이천권 더! 대단하십니다. 페이퍼나 후기가 그 책의 느낌을 더 잘 보여주는 경우가 있는 것 같아요. ^^

transient-guest 2012-10-07 01:08   좋아요 0 | URL
그만큼 못 읽은 책도 많은거죠..-_-:ㅋ
저는 줄거리보다는 제가 받은 느낌, 풍기는 냄새, 또 그 책을 읽으면서 떠오른 과거의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런 것들을 위주로 후기를 남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줄거리와 분석을 곁들이는 것도 좋은데 말이죠..ㅎ
 

금요일부터 이런 저런 책을 읽고 두 권 정도를 완독했으며, 나머지 두 권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운동을 많이 하면, 책읽기도 늘어나는데, 준비운동으로 자전거 30분, weight하고 끝내기 운동으로 20분 이렇게 하게 되면 거의 50분의 책읽기, 그것도 마치 화장실 변기위에 앉아있는것과 다를 바가 없는 초절정 집중이 지속되기에 어떤 책이든지 쉽게 그리고 잘 읽힌다. 

 

커트 보네거트의 이 작품은 저자가 2차대전 중 미군포로로서, 드레스덴에 있다가 전쟁 말기의 무시무시한 폭격을 - 도시가 전소되었다지? - 살아남았던 끔찍한 기억을 바탕으로 쓴 책인데, SF와 정신소설의 경계를 넘나드는 시간여행과 concept, 외계인, 그리고 정신병자의 횡설수설을 보여준다. 

 

거울의 도시라는 예쁜 nick name이 붙어있던, 정말 아름다웠던 도시가 독일의 드레스덴이라고 한다.  1차대전때에도 폭격을 면했는데, 전쟁이 다 끝나가는 시점인 1945년 2월에서 4월사이, 명목상 독일국민의 전쟁의지를 꺾고 연합군의 더 큰 손실을 막기위해서 이 거울의 도시는 철저하게 파괴된다.  처음에는 건물을 다 부수고, 그 다음에는 소이탄을 퍼부어 사람과 남은 건물들을 태우고 말려버린다.  급수탱크에서 타고 있다가 삶아져 죽은 소녀들의 이야기는 너무도 섬뜩했는데, 문득 교토에는 왜 이런 운명이 내리지 않았을까 하고 궁금해졌다.  순전히 호기심에...

 

주인공은 현재의 세계에서 검안의로 큰 성공을 거두고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아가고 있다.  비록 그 댓가가 "정상적인 남자였다면 아무도 원하지 않았을 여자"와 결혼한 것이라고 해도, 아니 그 결혼의 댓가로 잘 살게 된 것이겠지만, 그의 삶은 성공한 장년층의 그것을 충실이 걸어가고 있었다.  2차대전의 참전용사이자, 포로생활의 생존자인 그의 삶은 그러나, 비행기 사고 - 그와 부조종사만이 살아남은, 그리고 그에게 심각한 뇌손상을 가져다준 - 로 완전히 바뀐다.  

 

이 시점부터 소설은 SF와 선불교을 오가는 듯한 시공간의 개념을 가진 외계인, 그리고 그들이 지구인의 샘플로써 데려온 주인공의 과거-현재-미래를 한 순간에 넘나들며 전개된다.  이 부분이 사실 SF인지, 정신분석학적인지, 아니면 선불교적인지, 아니 아예 satire인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시간을 하나의 전체, totality한 개념으로 보는 외계인의 시점은 사뭇 흥미롭다.  삶도 죽음도 다 linear한 시간의 개념일 뿐, 4차원의 concept으로 보면, 어제와 오늘은 계속 하나로써 존재하는 것이라고 하니까. 

 

커트 보네거트를 모르고, 유명하다는 이 책의 이름만 보고 샀다.  그리고 두어달 묵혀두고 있었는데,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에서 다룬 작가의 이야기와 그의 다른 책들에 대한 소개를 접하고서야 커트 보내커트란 작가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이때까지도 커트 보내거트와 제 5 도살장을 연관짓지 못하다가 엊그제 책을 집어들면서 문득 보니, 이 유명한 책이 커트 보네거트의 책이라는 것을 알고나서 바로 읽기 시작했다.  아직도 속물적인 독서를 완전히 배제하지 못했다는 자괴감보다는 김영하 작가 덕분에 또 다른 좋은 책과 작가를 알게 되었구나 하는 고마움이 더 크게 느껴졌다.  역시 자아비판은 내 스타일이 아닌 것이다.

 

전작을 하고 있는 마쓰모토 세이초의 또 다른 논픽션인데, 일본에서의 각종 엽기적인 또는 미스터리어스 한 사건을 fact와 작가의 추리로 재구성 해놓았다.  

 

제목이 참 적절했다고 보는데, 이 사건들은 마쓰모토 세이초외에 요코미조 세이시나 다른 작가들이 작품의 소재로 쓴 것들도 많이 있기 때문이고, 나아가서, 역시 현실의 사건들 또한 때로는 추리소설만큼이나 기괴하고 mysterious하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일례로 최근에 화제가 되었었던 소위 "오원춘 인육사건"만 보더라도 아직까지 그가 범인이라는 것 외에는 뚜렷한 모티브를 밝혀내지 못했고, 과연 인육사건인지, 장기적출사건인지, 또는 단순한 살인사건인지 (개인적으로 여기에는 무게를 둘 수 없지만) 알지 못하고 있는 것만 봐도 정말이지 현실은 추리소설보다 더 mysterious할 수 있는 것이다.  아니, 명탐정이 등장하지 않는 현실이야말로 mystery 그 자체가 아닐까?  최근에 나온 그의 다른 작품들도 더 구해서 읽어내려고 한다.  전작이 뭔지 모르던 시절부터 전작을 해온 작가들 - 시오노 나나미나 베르베르같은 - 외에도 하루키와 세이초같은 작가들의 책을 하나씩 읽어내려가는 것은 참으로 재미있는 짓거리 같다.  (요즘 하루키의 소설이 재미있는 이유가 혹 나의 지금 나이때문인가 - 하루키가 작품을 쓰던 당시의 나이대의 - 하는 생각을 하고 약간 우울해졌다)

 

아직도 읽고 있다. 거의 진도가 나가지 않고있는데, 나의 탓만 하지않고, 토마스 만 특유의 진행과 문장에도 약간의 blame을 하고 싶다.  "브로덴브로크 가의 사람들"은 조금 짧아서, 소설의 재미를 느낄 수 있을때까지 견디어 냈지만, 이 책은 조금 심하다.  열심히 읽어서 500-600 페이지 가량을 reach했건만, 아직도 반 이상이 남아 있는데, 이 500-600 페이지는 전부 스위스의 요양소에서의 에피소드 들이다.  도대체 이 사람이 말하려고 하는 것은 무엇인가 알 수가 없다.  

 

이건 정말이지 나의 legitimate한 complaint이다.  서친님들 중 한분은 다 읽고 나서도 무슨 뜻인지 몰랐다고 하는데, 여기에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의 나의 미래가 있다.  도무지...

 

 

조금씩 읽고 있는데, 인물의 구분이 번역의 문제인지, 원문의 난해함인지 조금 어렵다.  읽으면서 인물도를 따로 만들어 놓으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서친님들과 김영하 작가를 통해서 소개받은 작가인데, 그의 특이한 인생유전과 스토리에 끌려서 몇 권의 책을 사들고 왔다.  7-8권을 잡아온것 같은데, 다 읽어보고 좋아지면 전작을 해보려고 한다.  그런데, 좋아질 것 같다.  이런 삶을 살은, 그리고 그런 최후를 맞은 사람의 책이 재미없을리 없기 때문이다. 

 

엄청난 achievement, 그 후의 회의 - 자기인생인지 어머니의 바램에 따른 인생인지 아마도 알지 못하게 되었을 그 무렵의 작가의 마음은, 그의 정신이 이미 파탄상태가 아니었을까?  물론 이는 아직 그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남의 말만 듣고 나온 추정이니까 정확할 리가 없다.

 

운동하는 틈틈히 읽고 있는 책인데, 거장의 작품을 모아놓은 책이다.  한 3/5정도를 다 읽다가, 다른 한국책들을 보면서 조금 미루어 놓았다.  그래도 한 스토리씩 꾸준히 읽어가면서 미래를 내다본듯한 아시모프의 혜안에 놀라고 있다.

 

최근 logos에 asimov의 책이 몇 권 들어왔는데, 모두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이라서 굳이 구매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역시 들어오는 것들만 계속 들어오고, 새로운 책들이 나오지는 않는것을 보니, 잘 알려지고 circulate된 수십종들을 제외하면, 총 400여권이나 된다는 아시모프의 책들을 다 구해보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겠다.  400권이면 6단 책장 하나를 다 채우고도 남는 분량인데...도전해보고 싶어졌다.  

 

헌책방을 뒤지러 다녀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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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12-10-02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말에 책만 읽으시기엔.... 혹시 거기도 날씨가 정말 좋은 계절 아닌가요? ^^

transient-guest 2012-10-03 00:57   좋아요 0 | URL
날씨는 좋아요. 약간 Indian Summer기가 있어서 낮에는 좀 덥지만요. 책은 운동할때, 화장실에서 (-_-:), 그리고 남는 자투리 시간에 읽지요.ㅋ
 

두서없이 이런 저런 책들을 뒤적이면서 하나씩 읽어가는 것도 내 나름대로 책을 즐기는 방법인데, 이 독서법은 특히 마음이 하나로 모아지지 않을때에도 책읽기를 이어가는 효과가 있다.  장르나 형식 등에 전혀 구애받지 않으면서 아무 책이나 닥치는대로 읽어나가는 것이다. 

 

하루키의 전작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내가 구할 수 있는 하루키의 책 혹은 하루키/문학에 대한 책은 모두 읽어볼 작정이다.  그의 작품세계에 대해 또 깊이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말이 많지만, 하루키의 작품에는 나를 끌어당기는 무엇인가가 있다.  당장 위스키, 맥주, 재즈, 옆집 소녀, 고양이, 달리기 등등 조합을 해놓으면 일견 희안하지만 잘 어울리는 스토리가 나오곤 하는데, 이 무한반복적인 조합에서 나오는 재미, 그리고 고찰은 하루키의 책을 서른 권이 넘도록 읽은 지금에도 흥미롭기 그지없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의 작품들에 대한 나의 생각도 바뀔 수 있고, 하루키의 글도 바뀔 수 있겠지만, 매번 그의 책을 읽는 시기마다 다른 느낌을 줄 것이기에 괜찮다.  

 

참으로 다양한 주제를 만화로 만들어내는, 진정한 만화강국답게 이제는 도서관을 무대로 하는 만화가 나왔다.  '신의 물방울' 최신판 몇 권을 주문하다가 제목을 보고 충동적으로 구매한 작품인데, 이거 꽤나 재미있다.  덕분에 동화책을 다시 읽어볼 생각을 하게 되었으니까, 소득이라면 소득이다.  "사람이 책을 선택하는게 아니라, 책이 사람을 선택한다"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조금 뻔한 소리같기는 해도 말이다.

 

 

 

로쟈님의 "그래도 책읽기는 계속된다"에서 reference를 보고 구한 책인데, 구구절절히 옳은 소리만 계속되는데, 내가 평소에 생각하던 독서론과 많이 비슷하여 공감대를 느낄 수 있었다.  다치바나 다카시류의 책은 조금 현학적인 면이 없지 않은데, 사이토 다카시의 "독서력"에는 책을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이 고스란히, 순박하게, 그리고 순수하게 담겨 있다.  비독서인들에게 마치 "이 좋은걸 왜 하지 않는 것일까"라고 늘 생각하는 우리 독서인의 마음이 보인다. 

 

책은 사서 보는것이라는 그의 말이 너무도 좋다.  또 당장 읽지 않더라도 구매하여 모아놓는 것만으로도 공부가 된다는 말에도 역시 강한 공감을 했다.  저자를 찾아보니 상당히 많은 방법론에 대한 책을 썼는데, 다른 관련계통 저자들과는 달리 가벼워 보이지 않는다.  그가 독서인이고 장서가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과 만나면 참 재미있는 대화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만날 수는 없으니 그가 쓴 책을 보면서 대화하는 것으로 달래야 하겠다. 

 

책은 빌려주지 않고, 빌리지도 않으며, 한번 산 책은 버리지 않는다.  나의 삼불원칙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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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곰 2012-09-28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장 읽지 않더라도 구매하여 모아놓는 것만으로도 공부가 된다고 했나요? (독서력) ^----------^ 그럼요, 읽지 않고 책장에 꽃혀 있더라도 좋은 책은 좋은책이에요. 어차피 언젠가는 제가 읽을 책인걸요! ㅎ

transient-guest 2012-09-29 00:48   좋아요 0 | URL
정말 그렇더라구요. 가지고 있다보면 언젠가 우연히 펼쳐서 보다가 다 읽어버린 적이 많아요.ㅎㅋ

야클 2012-09-28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잘 빌려주지만, 절대 빌리지는 않고, 잘 버립니다. Merry 추석! ^^

transient-guest 2012-09-29 00:49   좋아요 0 | URL
버릴때에는 저에게 연락을...-_-::ㅋㅋ 님도 추석 잘 보내세요. 여기선 모르고 지나갈뻔했네요. 달력에도 나와있지 않고, 연휴도 없거든요.

노이에자이트 2012-09-28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관심 분야인 전쟁사 쪽에 고바야시 모토후미라는 만화가가 있는데 정말 무기부품 하나하나까지 철저히 분해도를 보여주는 치밀함에 놀란 적이 있습니다.드라마 작가들도 자기가 다루는 직업세계에 대해 철저하게 사전조사를 하는 것은 일본인들의 장점이죠.

transient-guest 2012-09-29 00:50   좋아요 0 | URL
정말 철저하게 파고드는건 큰 장점같아요. 대충 보고 아는게 아니더라구요. 일본의 코믹스와 아니메가 세계를 석권한 큰 이유라고 봐요.

2012-09-28 19: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9-29 00: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주말부터 오늘까지 그럭저럭 몇 권의 책을 읽어넘겼다. 

 

리뷰에도 적었지만, 내가 읽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세 작품들 중 가장 재미있게 읽은 작품이다. 특히 이번의 작품에서의 현실성이나 설득력은 다른 두 작품들보다 훨씬 더 좋았다고 생각되는데, 이는 물론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고, 또 내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들을 여럿 읽은 것도 아니라서 사실 그리 중요한 포인트는 아닐 듯 하다.

 

다른 책들까지 모두 구해서 읽어보면 무엇인가 히가시노 게이고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책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한 작가의 작품세계에 대한 이야기는 쉽게 함부로 펼쳐 놓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책이나 작가라고 해도 이들에 대해 막말섞인 비난은 삼가하는 것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하니, 모 작가의 독서감상문이 갑자기 심히 불쾌하게 느껴진다.

 

이 책이 실화를 근거로 한 것임을 모르고, 읽는 내내 미시마 유키오에 대한 오버랩이 이어졌다.  내용에 대한 정리는 깊이 들어가기는 어렵겠지만, 미시마 유키오 말년의 우익기행과 하라키리와 맞물려, 이 사람은 이상한 사람이다라는 생각을 버리기 어려웠다.  

 

이 책의 탐미주의는 모르겠지만, 케릭터 분석과 묘사는 한번 정도 시간을 들여서 해보는 것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조만간 시간을 내서 다시 천천히, 가능하다면 음독을 하면서 읽어볼 책이다.

 

 

 

 

이어지는 마쓰모토 세이초의 book기행은 그의 단편추리모음인데, 전에 읽었던 마쓰모토 세이초 전집 (3부작)과 겹치는 이야기들이 몇 개 있었기에 마지막에는 조금 건성으로 마무리 해버렸다.  역시 시대상을 볼 수 있는 이 책에서는 유독 마쓰모토 세이초 개인의 background냄새를 맡을 수 있었는데, 이는 중년까지 매우 힘들게 살았던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알고 있기에 그랬을 것이다.  

 

북스피어와 모비딕의 공동 프로젝트인데 작품이 겹치는 것은 조금 마음에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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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12-09-25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미주의 계열 작품을 읽다가 내린 결론은 "극한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면 그 끝은 죽음이다"는 것입니다.직접 죽음을 실천하기는 쉽지 않은데 미시마는 실천했죠.

transient-guest 2012-09-26 00:38   좋아요 0 | URL
미시마에게는 불태울 금각사가 없었던가 봅니다. 저는 그의 인생이나 작품에 대해 잘 모르고, 우익으로써 할복했다는 이미지가 강하게 남네요.
 

 

 

 

 

 

 

 

 

 

 

 

 

 

 

 

 

 

전번의 마쓰모토 세이초 작품기행이 다시 이어지게 되었다.  '일본의 검은 안개'와 '잠복', 그리고 '미스터리의 계보'를 연이어 읽어낼 형편이 된다.  아마 다음번에는 계속 나오고 있는 그의 추리소설들과 자서전까지 구해서 읽어보려고 한다.  물론, 이 와중에도 이번에 구한 로맹 가리와, 김영하, 정이현, 그리고 발자크를 읽어낼 것이다. 

 

그 전의 르포집에서 약간 시식을 한 그대로 '일본의 검은 안개'는 미군정하에서 벌어진 이상한 일들을 작가 나름의 자료수집과 분석, 그리고 모티브추적을 통해 추리한 것을 모아 놓은 책이다.  사실, 한국과도 깊은 관계가 있는 군정하에서의 일부 사건 - 공산당 소탕을 위한 기획사건 같은, 그리고 하권 마지막에서 다룬 한국전 이야기 등 - 을 제외하고는 크게 관심을 갖기는 어려운 이야기들이라서, 책의 내용 자체에 대한 흥미는 적다고 할 수 있다. 

 

다만, 군정하에서 군정기관끼리의 주도권 다툼과 암투, 여기에 연결되어 때로는 부려지고, 때로는 이용되며, 때로는 이용하던 일본정부기관의 관계 등이 해방 후부터 미 주둔군과 밀접한 화학관계를 가지고 있어온 한국정부, 그리고 정치인들과 대비되어 한번 정도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 역시, 그런 일이 한두 가지였겠는가?  내국인을 마구잡이로 납치하던 미군정시절이 우리라고 없었겠는가?   그리고, 한국전의 발발에 대해 - 적어도 남한에서는 북한의 남침이 거의 정설인데 - 그런 다양한 의견들과, 북한남침설에 대비되는 확인된 보도/발언들이 있는것은 이번에 처음 알았고, 한국전쟁 발발 전의 민중봉기나, 공산당운동을 탄압하기 위해 미군이 출동하여 수 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행불되었던 것 역시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역시 자료를 보려면, 남북구도에서 심하게 control되어온 한국보다 외국의, 제3국의 관점에서 만들어지고, 조합된 자료들을 찾아보는 것이 정확성이 훨씬 높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쓰모토 세이초같은 르포는 나오기 어려운 환경이지만, 그래도 글쓰는 이들 중에 이런 사람도 한국에서 나와주었으면 좋겠다.  남발하는 민사소송 때문에 쉽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주진우기자를 뛰어넘는, 치밀하고 정확한 글빨로 미스테리어스 한 한국의 근현대사 이슈들을 파헤쳐줄 그런 사람 말이다.  이럴때에는 일본의 덕후근성이 부러울 때가 있다.

 

가끔 글을 써보고 싶을때가 있다.  하지만, 현실도 그렇고, 재주도 없어서 그냥 그런 생각으로 그치곤 하는데, 그래도 하루키나 세이초같이 비교적 늦게 등단한 글쟁이들을 보면, 살짝 위안이 된다.  이런 저런 습작도 계획해보게 되고 말이다.  계속 읽고 생각하고, 이렇게 조악하게나마 리뷰를 쓰다보면 다른 무엇이 생각날런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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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12-09-19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쓰모토 세이초의 한국전 해석은 I.F.Stone <한국전 비사 The Hidden History of the Korean War>와 유사해요.이 책이 일본에서 일찍 번역되어 진보계열 쪽에 큰 영향을 줬거든요.우리나라에서는 80년대 후반에 번역되었습니다.영어권에서는 아직도 원서를 구입할 수 있을 거에요.

transient-guest 2012-09-20 02:48   좋아요 0 | URL
오! 역시 노이에자이트님! 감사합니다. 찾아보아야 하겠습니다. 80년대 후반까지 번역되지 못했을것 같네요, 내용상.

노이에자이트 2012-09-20 16:51   좋아요 0 | URL
음...왜 안 믿으실까요...번역되었다고 썼는데...저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현대사에 관한 외국의 주요 좌익 저작물 상당수가 80년대에 번역되었습니다.국내 저자들의 관련저서도 많이 나왔고요.소련해체와 중국과의 수교 이후 이런 책들 낸 출판사들이 모두 문을 닫았죠.

transient-guest 2012-09-21 04:21   좋아요 0 | URL
아이쿠. 제 의도는 80년대 후반에서야 겨우 번역되었을 (즉 공안정국 = 6.25북한남침은 절대진리) 사정을 알겠다는 것이었는데, 가끔 한글이 이상하게 나오나봐요 제가. 혹 불쾌하셨다면 사과드립니다. 양해해주세요.
한국책은 절판/품절이 너무 많아요. 제가 한국나가면 책구매에 조바심까지 내면서 열을 올리는 이유들 중 하나에요.
아참. 말씀대로 The Hidden History of the Korean War은 amazon에 여럿 나오네요. 담에 한꺼번에 주문하려고 보관해두었지요.

노이에자이트 2012-09-21 19:10   좋아요 0 | URL
글로만 대화하다 보니 이런 일이 생기나 봅니다.하하하...

그래요...절판은 어쩔 수 없다지만 80년대에 명저들을 번역한 출판사들이 거의 다 사라진 것은 큰 손실이죠.그 당시 명저들 구하려면 어쩔 수 없이 헌책방을 직접 방문해서 뒤지다시피 해야 합니다.

transient-guest 2012-09-22 00:22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그렇죠?ㅎㅎ

그래서인지 헌책방에 가면 꼭 보물섬에 온 것 같을 때가 있어요. 특히 인천의 아벨서점 같이 오래된 그런 곳들이요.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한국의 헌책방들을 이곳저곳 다니면서 책을 사고, 읽으면서 맛난 것도 먹으러 다니고 싶네요.

노이에자이트 2012-09-22 21:07   좋아요 0 | URL
광주도 헌책방이 점점 줄고 있습니다.대를 이어 하는 곳이 한군데 있죠.몇 년 전 주인 할머니가 돌아가셔서 아들이 대를 잇고 있는데 그런 곳이 참 드물죠.

transient-guest 2012-09-24 14:27   좋아요 0 | URL
서점이 참 돈이 않되는 business가 되었죠. 예전에는 서점경영하다가 출판사도 내고, 작은 건물도 짓고 그런 분들도 있었는데. 자꾸 없어지니까, 일부러라도 자꾸 가서 책을 사오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