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부터 이런 저런 책을 읽고 두 권 정도를 완독했으며, 나머지 두 권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운동을 많이 하면, 책읽기도 늘어나는데, 준비운동으로 자전거 30분, weight하고 끝내기 운동으로 20분 이렇게 하게 되면 거의 50분의 책읽기, 그것도 마치 화장실 변기위에 앉아있는것과 다를 바가 없는 초절정 집중이 지속되기에 어떤 책이든지 쉽게 그리고 잘 읽힌다. 

 

커트 보네거트의 이 작품은 저자가 2차대전 중 미군포로로서, 드레스덴에 있다가 전쟁 말기의 무시무시한 폭격을 - 도시가 전소되었다지? - 살아남았던 끔찍한 기억을 바탕으로 쓴 책인데, SF와 정신소설의 경계를 넘나드는 시간여행과 concept, 외계인, 그리고 정신병자의 횡설수설을 보여준다. 

 

거울의 도시라는 예쁜 nick name이 붙어있던, 정말 아름다웠던 도시가 독일의 드레스덴이라고 한다.  1차대전때에도 폭격을 면했는데, 전쟁이 다 끝나가는 시점인 1945년 2월에서 4월사이, 명목상 독일국민의 전쟁의지를 꺾고 연합군의 더 큰 손실을 막기위해서 이 거울의 도시는 철저하게 파괴된다.  처음에는 건물을 다 부수고, 그 다음에는 소이탄을 퍼부어 사람과 남은 건물들을 태우고 말려버린다.  급수탱크에서 타고 있다가 삶아져 죽은 소녀들의 이야기는 너무도 섬뜩했는데, 문득 교토에는 왜 이런 운명이 내리지 않았을까 하고 궁금해졌다.  순전히 호기심에...

 

주인공은 현재의 세계에서 검안의로 큰 성공을 거두고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아가고 있다.  비록 그 댓가가 "정상적인 남자였다면 아무도 원하지 않았을 여자"와 결혼한 것이라고 해도, 아니 그 결혼의 댓가로 잘 살게 된 것이겠지만, 그의 삶은 성공한 장년층의 그것을 충실이 걸어가고 있었다.  2차대전의 참전용사이자, 포로생활의 생존자인 그의 삶은 그러나, 비행기 사고 - 그와 부조종사만이 살아남은, 그리고 그에게 심각한 뇌손상을 가져다준 - 로 완전히 바뀐다.  

 

이 시점부터 소설은 SF와 선불교을 오가는 듯한 시공간의 개념을 가진 외계인, 그리고 그들이 지구인의 샘플로써 데려온 주인공의 과거-현재-미래를 한 순간에 넘나들며 전개된다.  이 부분이 사실 SF인지, 정신분석학적인지, 아니면 선불교적인지, 아니 아예 satire인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시간을 하나의 전체, totality한 개념으로 보는 외계인의 시점은 사뭇 흥미롭다.  삶도 죽음도 다 linear한 시간의 개념일 뿐, 4차원의 concept으로 보면, 어제와 오늘은 계속 하나로써 존재하는 것이라고 하니까. 

 

커트 보네거트를 모르고, 유명하다는 이 책의 이름만 보고 샀다.  그리고 두어달 묵혀두고 있었는데,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에서 다룬 작가의 이야기와 그의 다른 책들에 대한 소개를 접하고서야 커트 보내커트란 작가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이때까지도 커트 보내거트와 제 5 도살장을 연관짓지 못하다가 엊그제 책을 집어들면서 문득 보니, 이 유명한 책이 커트 보네거트의 책이라는 것을 알고나서 바로 읽기 시작했다.  아직도 속물적인 독서를 완전히 배제하지 못했다는 자괴감보다는 김영하 작가 덕분에 또 다른 좋은 책과 작가를 알게 되었구나 하는 고마움이 더 크게 느껴졌다.  역시 자아비판은 내 스타일이 아닌 것이다.

 

전작을 하고 있는 마쓰모토 세이초의 또 다른 논픽션인데, 일본에서의 각종 엽기적인 또는 미스터리어스 한 사건을 fact와 작가의 추리로 재구성 해놓았다.  

 

제목이 참 적절했다고 보는데, 이 사건들은 마쓰모토 세이초외에 요코미조 세이시나 다른 작가들이 작품의 소재로 쓴 것들도 많이 있기 때문이고, 나아가서, 역시 현실의 사건들 또한 때로는 추리소설만큼이나 기괴하고 mysterious하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일례로 최근에 화제가 되었었던 소위 "오원춘 인육사건"만 보더라도 아직까지 그가 범인이라는 것 외에는 뚜렷한 모티브를 밝혀내지 못했고, 과연 인육사건인지, 장기적출사건인지, 또는 단순한 살인사건인지 (개인적으로 여기에는 무게를 둘 수 없지만) 알지 못하고 있는 것만 봐도 정말이지 현실은 추리소설보다 더 mysterious할 수 있는 것이다.  아니, 명탐정이 등장하지 않는 현실이야말로 mystery 그 자체가 아닐까?  최근에 나온 그의 다른 작품들도 더 구해서 읽어내려고 한다.  전작이 뭔지 모르던 시절부터 전작을 해온 작가들 - 시오노 나나미나 베르베르같은 - 외에도 하루키와 세이초같은 작가들의 책을 하나씩 읽어내려가는 것은 참으로 재미있는 짓거리 같다.  (요즘 하루키의 소설이 재미있는 이유가 혹 나의 지금 나이때문인가 - 하루키가 작품을 쓰던 당시의 나이대의 - 하는 생각을 하고 약간 우울해졌다)

 

아직도 읽고 있다. 거의 진도가 나가지 않고있는데, 나의 탓만 하지않고, 토마스 만 특유의 진행과 문장에도 약간의 blame을 하고 싶다.  "브로덴브로크 가의 사람들"은 조금 짧아서, 소설의 재미를 느낄 수 있을때까지 견디어 냈지만, 이 책은 조금 심하다.  열심히 읽어서 500-600 페이지 가량을 reach했건만, 아직도 반 이상이 남아 있는데, 이 500-600 페이지는 전부 스위스의 요양소에서의 에피소드 들이다.  도대체 이 사람이 말하려고 하는 것은 무엇인가 알 수가 없다.  

 

이건 정말이지 나의 legitimate한 complaint이다.  서친님들 중 한분은 다 읽고 나서도 무슨 뜻인지 몰랐다고 하는데, 여기에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의 나의 미래가 있다.  도무지...

 

 

조금씩 읽고 있는데, 인물의 구분이 번역의 문제인지, 원문의 난해함인지 조금 어렵다.  읽으면서 인물도를 따로 만들어 놓으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서친님들과 김영하 작가를 통해서 소개받은 작가인데, 그의 특이한 인생유전과 스토리에 끌려서 몇 권의 책을 사들고 왔다.  7-8권을 잡아온것 같은데, 다 읽어보고 좋아지면 전작을 해보려고 한다.  그런데, 좋아질 것 같다.  이런 삶을 살은, 그리고 그런 최후를 맞은 사람의 책이 재미없을리 없기 때문이다. 

 

엄청난 achievement, 그 후의 회의 - 자기인생인지 어머니의 바램에 따른 인생인지 아마도 알지 못하게 되었을 그 무렵의 작가의 마음은, 그의 정신이 이미 파탄상태가 아니었을까?  물론 이는 아직 그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남의 말만 듣고 나온 추정이니까 정확할 리가 없다.

 

운동하는 틈틈히 읽고 있는 책인데, 거장의 작품을 모아놓은 책이다.  한 3/5정도를 다 읽다가, 다른 한국책들을 보면서 조금 미루어 놓았다.  그래도 한 스토리씩 꾸준히 읽어가면서 미래를 내다본듯한 아시모프의 혜안에 놀라고 있다.

 

최근 logos에 asimov의 책이 몇 권 들어왔는데, 모두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이라서 굳이 구매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역시 들어오는 것들만 계속 들어오고, 새로운 책들이 나오지는 않는것을 보니, 잘 알려지고 circulate된 수십종들을 제외하면, 총 400여권이나 된다는 아시모프의 책들을 다 구해보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겠다.  400권이면 6단 책장 하나를 다 채우고도 남는 분량인데...도전해보고 싶어졌다.  

 

헌책방을 뒤지러 다녀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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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12-10-02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말에 책만 읽으시기엔.... 혹시 거기도 날씨가 정말 좋은 계절 아닌가요? ^^

transient-guest 2012-10-03 00:57   좋아요 0 | URL
날씨는 좋아요. 약간 Indian Summer기가 있어서 낮에는 좀 덥지만요. 책은 운동할때, 화장실에서 (-_-:), 그리고 남는 자투리 시간에 읽지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