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서없이 이런 저런 책들을 뒤적이면서 하나씩 읽어가는 것도 내 나름대로 책을 즐기는 방법인데, 이 독서법은 특히 마음이 하나로 모아지지 않을때에도 책읽기를 이어가는 효과가 있다. 장르나 형식 등에 전혀 구애받지 않으면서 아무 책이나 닥치는대로 읽어나가는 것이다.
하루키의 전작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내가 구할 수 있는 하루키의 책 혹은 하루키/문학에 대한 책은 모두 읽어볼 작정이다. 그의 작품세계에 대해 또 깊이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말이 많지만, 하루키의 작품에는 나를 끌어당기는 무엇인가가 있다. 당장 위스키, 맥주, 재즈, 옆집 소녀, 고양이, 달리기 등등 조합을 해놓으면 일견 희안하지만 잘 어울리는 스토리가 나오곤 하는데, 이 무한반복적인 조합에서 나오는 재미, 그리고 고찰은 하루키의 책을 서른 권이 넘도록 읽은 지금에도 흥미롭기 그지없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의 작품들에 대한 나의 생각도 바뀔 수 있고, 하루키의 글도 바뀔 수 있겠지만, 매번 그의 책을 읽는 시기마다 다른 느낌을 줄 것이기에 괜찮다.
참으로 다양한 주제를 만화로 만들어내는, 진정한 만화강국답게 이제는 도서관을 무대로 하는 만화가 나왔다. '신의 물방울' 최신판 몇 권을 주문하다가 제목을 보고 충동적으로 구매한 작품인데, 이거 꽤나 재미있다. 덕분에 동화책을 다시 읽어볼 생각을 하게 되었으니까, 소득이라면 소득이다. "사람이 책을 선택하는게 아니라, 책이 사람을 선택한다"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조금 뻔한 소리같기는 해도 말이다.
로쟈님의 "그래도 책읽기는 계속된다"에서 reference를 보고 구한 책인데, 구구절절히 옳은 소리만 계속되는데, 내가 평소에 생각하던 독서론과 많이 비슷하여 공감대를 느낄 수 있었다. 다치바나 다카시류의 책은 조금 현학적인 면이 없지 않은데, 사이토 다카시의 "독서력"에는 책을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이 고스란히, 순박하게, 그리고 순수하게 담겨 있다. 비독서인들에게 마치 "이 좋은걸 왜 하지 않는 것일까"라고 늘 생각하는 우리 독서인의 마음이 보인다.
책은 사서 보는것이라는 그의 말이 너무도 좋다. 또 당장 읽지 않더라도 구매하여 모아놓는 것만으로도 공부가 된다는 말에도 역시 강한 공감을 했다. 저자를 찾아보니 상당히 많은 방법론에 대한 책을 썼는데, 다른 관련계통 저자들과는 달리 가벼워 보이지 않는다. 그가 독서인이고 장서가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과 만나면 참 재미있는 대화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만날 수는 없으니 그가 쓴 책을 보면서 대화하는 것으로 달래야 하겠다.
책은 빌려주지 않고, 빌리지도 않으며, 한번 산 책은 버리지 않는다. 나의 삼불원칙이라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