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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전쟁사 - 개정판, 서울대 교수진이 추천하는 통합 논술 ㅣ 휴이넘 교과서 한국문학
이문열 지음, 조용준 그림, 박우현 논술 / 휴이넘 / 2006년 9월
평점 :
책을 읽을 때 작가에 대해서 알고 있으면 많은 도움이 된다. 작품이라는 것이 작가를 떠나서 따로 존재할 수 없는 이유 때문일 것이다. 그러기에 책을 평가할 때는 역사와 사회를 같이 보고 평가하는 경우와 오로지 작품 하나만으로 평가하는 방법이 있다고 한다. 그것을 지칭하는 용어가 있긴 하던데... 기억이 잘 안난다. 여하튼 어느 한 가지 방법만을 가지고는 그 작품을 올바로 판단했다고 하기엔 뭔가 2% 부족하지 않을까. 어차피 작품이라는 것은 작가의 내면을 통해서 나오는 것이고 작가가 그 사회를 살아가면서 체화한 것이 바로 삶이니까. 그렇게 본다면 이 책은 내가 온전히 책에 빠지는 데 많은 방해를 받았다. 물론 내가 이문열이라는 작가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적어도 그의 궤적 정도는 알고 있다고 본다. 워낙 유명한 사람이니까 여기저기에 나오는 것을 종합해 보았다면 너무 섣부른 판단이었을까.
이문열의 작품은 좋아한다. 작품으로 대할 때는 역시 우리 나라의 몇 안 되는 훌륭한 작가임에는 틀림이 없다. 이 책은 그의 작품을 청소년들이 읽을 수 있도록 말을 조금 바꾸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원작은 어땠을까. 갑자기 궁금해진다. 사실 이 작품을 고쳤다고는 해도 아이들이 이해하기에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단어도 어렵고 잘 안 쓰는 단어들도 많이 나온다. 하지만 뭐... 그런 것쯤이야 따로 주석을 달아 설명을 해 주니 부담 가질 필요는 없다. 어느 부분에서는 너무 통쾌한 그의 일설에 나까지 가슴이 후련해지기도 한다.
아이들은(비록 청소년들이라 해도) 상황판단을 잘 못할 때가 있다. 오죽하면 작은 사실 하나를 가지고 상상을 덧붙여 만든 드라마를 가지고도 진실인 양 착각하지 않던가. 그러기에 이 책에서는 중간중간 책 내용이 허구임을 밝혀주고 있다. 하지만 거의 매 페이지마다 나오는 말풍선은 읽는데 방해가 된다. 물론 아이들은 좋아하겠지만...
만약 우리가 자주적으로 독립을 했다면... 이라는 가정하에 이야기는 시작된다. 역사에서 '만약'이라는 말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지만 그것을 생각해 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만약 신라가 삼국을 통일할 때 당의 힘을 빌리지 않았다면, 고구려의 땅을 그대로 지킬 수 있었다면, 그리고 최종적으로 전쟁을 겪었더라도 통일을 했더라면... 이런 가정이야 끝없이 할 수가 있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하다. 우리는 현재 분단되어 있으며 자주적인 힘이 극히 미약하다. 작가도 그런 울분에서 이 책을 쓰게 되지 않았을까.
책을 읽으면서 처음에는 체 게바라가 생각났다. 남들은 게릴라니 어쩌니 해도 당사자들은 독립을 위해 싸운다는 신념을 가지고 숱한 어려움을 겪었던 체. 사실 게릴라라는 것은 어느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게릴라가 될 수도 있고 독립운동가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우리가 하는 것은 독립운동이고 남이 하는 것은 게릴라라는 이분법은...? 책을 덮고 나서 문득 이라크가 생각났다. 그들도 성전을 위해서 하나 뿐인 목숨을 건다. 그들을 우리는 게릴라라 부른다. 그러면서 애꿎은 사람들만 희생시키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누구의 입장에서? 이것은 분명 우리가 그들을 객관적으로 보지 않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렇다. 우리는 전적으로 미국의 눈으로 보고 있다. 아마 작가도 그 쪽이 아닐까.(작가를 매도할 생각은 전혀 없다.) 하긴 현재 우리 문제도 제대로 해결하고 있지 못하는 것을 뭐. 자주라는 말은 때에 따라 그 기준이 변하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서로 이해관계에 따라 뜻을 달리해서 사용하는 현재의 행태를 보면서 그들(기득권자들)이 진정 통일을 바라기는 하는 것일까 의구심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