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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아이 - 프랑스문학 ㅣ 다림세계문학 7
장 클로드 무를르바 지음, 김주경 옮김, 오승민 그림 / 다림 / 2006년 6월
평점 :
절판
오랜만에 참으로 독특한 형식의 글을 읽었다.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소설들은 대개 비슷한 주제를 가지고 비슷한 형식으로 전개를 해 나간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의 작가가 쓴 이야기와 우리 작가가 쓴 이야기는 많이 다르다. 문화적인 차이에서 오는 다름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차이라고 하는 편이 그 차이를 설명하는데 근접한 설명이 될 것 같다. 만약 이 책과 같은 주제를 가지고도 우리 나라에서 이야기를 전개한다면 중간이야 어찌 됐든 결론은 모든 아이가 무사히 부모에게 돌아가고 부모는 많은 것을 깨달아서 다음부터는 행복하게 살 것임을 암시했겠지. 특히 우리 작품은 항상 결론에서 마무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보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정상적인 것에서 벗어난다거나 보편적인 생각에서 벗어나면 제자리로 되돌려 놓으려 애쓴다. 하지만 외국의 작품은... 안 그런 것이 간혹 발견된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이 책이다. 특히 끝부분에서의 반전이란... 책장을 덮고 나서 한동안 멍하니 있게 만든다. 읽는 동안은 추리 소설을 연상케 했다. 아마도 각각의 인물들이(당사자들을 포함해서) 하나의 사건을 진술해 나가는 방식으로 되어 있어서 그랬을 것이다. 그 인물들은 자신이 바라보는 관점에서 자신의 이야기만을 거의 일방적으로 '주장'한다. 그러니 전지적 시점에서 책을 읽는 독자들은 그들의 이야기가 얼마나 한쪽으로 치우쳐 있으며 또 얼마나 근시안적인가를 알 수 있다. 물론 그럼으로써 조금 답답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말이다. 때론 인물의 이야기에 마음이 동요되기도 하고 때론 분노를 느끼기도 하다 보니 어느새 마지막 장을 넘기고 있었다.
첫 부분을 읽을 때는 무슨 이런 부모들이 있나 싶을 정도로 비상식적인 행동들을 한다. 과연 자기 자식들을 사랑하기는 하는 것일까 의심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나중에 알고 보니 그들도 다른 부모와 마찬가지로 자식을 사랑하고 아끼고 있었다. 다만 표현을 할 줄 몰라서 그리고 표현을 해야 한다는 것을 몰라서 그랬을 뿐이다. 그 부분을 읽고 나니 나도 모르게 마음이 가벼워짐을 느꼈다. 아마도 같은 부모로서 어느새 감정이입이 되어 있었나 보다. 물론 아이들의 부모가 완전히 모든 아이들을 사랑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이 책의 수익금 중 일부는 아동 학대 예방 사업에 쓰일 것이라고 한다. 이런 종류의 책은 나중에 우연히 아이들이 좋은 기회를 만난다거나 좋은 사람을 만나는 등 필연적인 우연이 일어나기 마련인데 이 책은 어쩜 그런 우연이 하나도 일어나지 않을까. 혹시나 무슨 좋은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기대하며 읽어도 끝까지 그런 행운은 없다. 그러기에 마지막에 일어나는 일이 더 가치있고 의미있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지금까지 마음속에서 자라났던 우연에 대한 기대가 눈덩이처럼 불어났기에...
작가는 모티브를 샤를 페로의 <엄지 소년>에서 따 왔다고 한다. 그러나 전개 방식이나 결말은 전혀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느낌 또한 전혀 다르다. 현재 우리 나라 국민으로서는 상상도 하기 힘든 7형제의 이야기. 게다가 막내 얀을 빼고는 모두 쌍둥이다. 여섯 쌍둥이가 아니라 둘씩 세 쌍 말이다. 여기에 나오는 인물들은 인간세상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인간상을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남에게 한없이 자상한 사람, 대범한 사람, 소심한 사람, 남의 일에 참견하기 좋아하는 사람, 이기적인 사람 등. 하지만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인물은 기차에서 만난 흑인 여대생 마상바다. 어쩌면 같은 주변인으로서 아이들에게 연민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기에 아이들이 잘못된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이해해 주고 기꺼이 눈감아 주었다. 마상바와 같은 인물은 사회정의 실현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결코 환영받을 인물은 아니겠지만 사회(특히 소외된 사람들 사회)를 따뜻하게 하기 위해 필요한 인물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