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소리 없는 날 동화 보물창고 3
A. 노르덴 지음, 정진희 그림, 배정희 옮김 / 보물창고 / 2004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아이들은 대개 책을 고를 때 제목을 보거나 표지 그림을 본다.(물론 어른이라고 다를 바는 없지만...) 조금 더 책을 볼 줄 아는 아이라면 책장을 죽 넘겨보기도 한다. 그렇다면 과연 이 책을 보는 아이들의 반응은 어떨까. 당연히 선뜻 집어들겠지. 물론 표지 그림이 썩 끌리지는 않더라도 말이다. 그런데 이 책은 읽고 난 후에 거치는 절차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자기도 잔소리 없는 날을 달라는 것이다. 잔소리 없는 날이라... 원래 처음에 나왔던 제목은 '잔소리 해방의 날'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재판되면서 제목이 바뀌었다. 개인적으로는 전에 썼던 제목이 재미있고 더 강한 호소력을 지니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찌 되었건 아이들은 제목에서부터 뭔가 심상치 않은 이야기임을 직감할 것이다. 그리고는 단숨에 읽어내려가겠지. 어른인 나도 그랬으니까 말이다.

책이라는 것은 단순히 이야기만 포험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느꼈다. 거기에는 그 나라의 문화와 풍습, 그리고 사회적 가치가 들어 있다. 만약 우리 나라에서 이런 류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면 어떨까. 아이를 전적으로 믿어주고 학교 수업을 '땡땡이' 쳐도 그냥 넘어 가고, 그리고 무엇보다 뒷수습까지 자신이 책임지도록 부모가 개입 안할 수 있을까. 아마 다른 것은 몰라도 마지막 문제만은 부모가 나서서 아이가 혼나지 않도록 어떤 조치를 취했으리라 본다. 자신의 행동에 스스로 책임지는 푸쉘의 모습이 대견하고 그렇게 키우는 푸쉘의 부모가 존경스럽다.

무엇보다 아이들은 호기심이 왕성하다. 아무리 어른들이 설명을 해 주고 이해를 시키려 해도 직접 경험하지 않는 이상 마음으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여기서도 푸쉘이 카세트를 사기 위해 친구의 말만 믿고 무작정 가게로 갔는데 만약 부모가 미리 설명을 해 주었다면 설마라며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직접 경험을 해 보니 확실하게 알았잖은가. 게다가 친구에게 새로운 사실을 알려주는 기회까지 얻었으니 일석이조인 셈이다. 푸쉘이 갑자기 아니 느닷없이 파티를 하겠다고 했을 때 보이는 엄마의 반응은 놀랍다 못해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아무리 잔소리 없는 날이라고 해도 그렇게 터무니 없는 요구를 하고, 더욱이 술 취한 사람을 데리고 오니 말이다. 만약 나였다면 잔소리 없는 날이고 뭐고 터무니 없는 요구는 애초부터 들어줄 생각도 안 했을 것이다. 십분 양보해서 그 요구를 들어주었다고 치자. 그런데 손님으로 전혀 모르는 술 취한 사람을 데리고 왔다면 그 순간 모든 계약은 끝이 났을 것이다. 그러니 우리 사회가 아니 그 사회에 속한 내가 얼마나 닫힌 사고를 하고 있는지 절실히 깨달을 수밖에...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감동적이었던 부분은 잔소리 없는 날의 마지막 요구사항인 공원에서 잠자기 부분이다. 그것은 위험한 일이므로 들어주지 않아도 타당한 요구었건만 부모는 그것을 들어준다. 그리고 혹시나 위험한 일이 생길까봐 아빠가 그들을 멀찍이서 보호한다. 이것이 바로 부모의 사랑이구나. 눈시울이 붉어졌다. 아마도 아이들은 눈시울까지 붉어지는 감동을 느끼지는 못할 것이다. 아이들이란 받는 것에 익숙헤져 있으니까. 하기야 나도 부모가 되지 않았다면 그 마음을 느끼지 못했을테지.

문화가 다르고 지역이 달라도 아이들은 똑같은가 보다. 아무리 잔소리 없는 날이라고 해도 혹시 엄마에게 혼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잘못한 행동은 아닐까 걱정하니 말이다. 단지 그것을 대하는 부모의 태도가 다를 뿐이다. 우리 아이들도 푸쉘처럼 당당히 요구할 수 있고 자기가 한 행동에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아이가 되었으면 좋겠다. 물론 요즘 아이들은 부모가 너무 많은 것을 허용해서 남에게 피해주는 것까지도 자신의 정당한 권리인 양 착각해서 문제이긴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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