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아의 정원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13
사라 스튜어트 글, 데이비드 스몰 그림, 이복희 옮김 / 시공주니어 / 199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처음 접한 것이 언제였더라... 아마도 IMF체제를 막 벗어날 때가 아니었나싶다. 그러기에 느낌이 남달랐다고나할까. 그 때는 드라마에서 조차 아이를 임시로 고아원에 맡기며 찾아간다고 하고는 끝내 찾아가지 않는다는 류의 이야기가 많이 나오던 때였다. 그런 것을 많이 접하던 시기에 이 책을 읽고 난 후의 느낌이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이 책은 특히 한 번 보고 마는 그런 책이 아니다. 두고두고 다시 읽어 보면 그 때마다 느낌이 다르다. 사실 처음에는 그냥 감동적이구나 라는 생각만 하고 한참 후에 다시 읽어 보았는데 그 때는 눈물까지 핑돌았다. 가족의 사랑을 확인하는 책이기도 하고 어려움을 이겨내는 책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마음이 따뜻해 지는 책이기도 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편지 형식으로 되어 있다. 1930년대 미국의 대공황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니 아마도 우리의 IMF체제와 비슷한 느낌을 받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집안 사정이 나빠져서 삼촌 집에서 일을 도우며 지내고 있으라는 결정에 따라 혼자서 삼촌네로 간다. 지방의 작은 역에서 식구들과 아쉬운 이별을 하는 모습과 대조적으로 내렸을 때의 역은 커다란 건물이다. 게다가 전부 거무스르한 분위기가 마치 리디아의 현재 마음을 표현해 주고 있는 듯하다. 한쪽에 서 있는 리디아의 모습은 또 얼마나 작아보이던지...

그렇게 시작된 어찌보면 더부살이 생활이지만 무뚝뚝한 외삼촌 집에서도 리디아는 명랑함을 잃지 않는다. 빵집을 하는 외삼촌을 도와서 가게에서 일을 하는 틈틈이 꽃을 키우는 일을 계속한다. 하지만 언제나 외삼촌의 모습은 무뚝뚝하기만하다. 그런 이야기들을 리디아는 편지에 쓴다. 그리고 결국은 거창한 계획을 세워서 옥상을 아주 멋진, 대개의 사람들이 꿈꾸는 정원으로 만든다. 결국은 외삼촌도 비록 웃지는 않지만 휴업을 할 정도로 리디아의 비밀계획에 지지를 보내준다. 삼촌이 리디아의 쪽지를 보면서 옥상을 올라왔을 때의 그 그림은 보는 사람도 탄성을 자아내게 만든다. 대충대충 칠한 것 같으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따스함이 묻어나는 데이비드 스몰 특유의 그림을 만끽할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은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다. 리디아가 집에 돌아가도 좋을만큼 형편이 좋아진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 무뚝뚝하던 삼촌이 리이아를 끌어안고 괴로워하는 표정이란... 보지 않은 사람은 결코 느낄 수 없는... 그리고 그림책이 아니면 결코 느낄 수 없는 감동이 아닐 수 없다. 이 때의 배경은 리디아가 도착했던 동일한 역이지만 이제는 더 이상 어둡고 위압적인 장소가 아니라 따듯한 노란색이 온 역을 감싸고 있는 예쁜 역이다. 이래서 내가 그림책을 좋아한다. 비록 이 장면에서 글은 하나도 없지만 글로 본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읽을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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