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너 루스벨트 아이세움 지식그림책 22
바버러 쿠니 지음, 이상희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06년 7월
평점 :
절판


오랫만에 바버러 쿠니의 새 작품을 보게 되었다. 섬세한 듯 하면서도 간결하고 어느 달력에서 보았던 것 같은 그림은 보기만 해도 '아, 바버러 쿠니구나!'라고 느낄 수 있다. 바버러 쿠니는 여성인물에 대하여 관심이 많은가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굉장한 찬사를 받는 에밀리 디킨슨에 대한 책<에밀리>도 만들었으니...

이번에도 역시나 여성인물이다. 사실 루스벨트는 알았어도 그의 부인인 엘리너 루스벨트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만약 뒤에 루스벨트라는 성이 없었다면 과연 그녀가 대통령의 부인이라는 것을 몰랐을 것이다.

이 책에서는 엘리너 루스벨트의 업적을 위주로 다루는 것이 아니라 어렸을 때의 생활 위주로 다루고 있다. 처음에는 과연 엘리너의 어느 점에 촛점을 맞춘것일까... 무엇을 보여주고자 한 것일까 의아했다. 그러나 그림책으로 인물에 대해 표현하는 장르의 특성상 어린 시절을 어떻게 지냈는지 그리고 자신의 단점(남들이 판단하는)을 어떻게 극복했는지에 촛점을 맞추었구나라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엘리너는 얼굴이 예쁘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어머니에게 조차 제대로 사랑을 받지 못했다. 이 시기 여자들은 허리가 잘록한 패티코트에 우아한 드레스를 입고 사교를 제일 중요한 가치로 치던 시대였던 것으로 짐작된다. 오로지 아버지만이 자신을 사랑한다고 믿으며 지냈으나 불행히고 아버지는 집에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았다. 더우기 동생들이 태어났을 때 엘리너는 더 외로움을 느껴야 했다. 어머니가 동생들만 데리고 책을 읽어주었으니까. 과연 엄마 자격이 있는 것일까... 진짜로 엄마가 엘리너를 사랑하지 않은 것일까 아니면 너무 엘리너 위주로 서술되어 그런 것일까. 마음과는 다르게 후자라고 믿고 싶다.

엘리너는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홀 할머니 집에서 동생들과 지낸다. 그나마 동생도 한 명은 죽고 한 명 밖에 남지 않았다. 아이가 아무리 할머니라지만 조용한 집에서 부모 없이 지낸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더구나 자신이 예쁘지 않아서 주목을 받지 못한다고 생각했기에 인정받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을 상상하면 안타깝다. 언제나 외톨이였기 때문에 공부밖에 할 일이 없어서 열심히 공부만 하는 엘리너는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나중에 많은 지식을 쌓고 다른 사람의 어려움을 살필 줄 알게 된 것이 아닐까.

엘리너는 런던 근처의 기숙학교에 보내지면서 인생의 전환점이 된다. 거기서 교장 선생님과 이야기하고 여행하면서 많은 것을 함께 나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교장 수베스트르 여사도 엘리너가 한 여성으로서 당당하게 성장하는 걸 보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도 엘리너는 항상 수베스트로 여사와 아버지를 자신의 가장 소중한 사람들로 간직하고 있다.

엘리너는 인권 옹호자로 많은 활약을 했다. 평생 가난한 사람과 혜택받지 못한 비주류에 속한 사람들을 위해 싸웠다고 한다. 아마도 어린 시절 자신이 겪었던 부당함과, 비록 경제적으로 자신은 부유했지만 결코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다는 것을 일찍부터 깨달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못난 외모와 소심한 성격 때문에 주위 사람들로부터 냉대를 받았지만 엘리너는 그것을 오히려 기회로 활용했다. 하지만 과연 그러한 것을 기회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것이 문제다. 모든 사람이 엘리너처럼 강인하고 똑똑하지 않으니 말이다. 위기를 극복하는 힘을 기르기 위해서는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부터 배워야 한다. 만약 엘리너가 '나는 못 생겼어...'라고 좌절하고 말았다면 과연 이처럼 훌륭하게 자랄 수 있었을까. 그러니 자존감부터 키우자...

그런데 엘리너는 언제 태어났을까? 읽는 내내 궁금했다. 이야기 속에서 나타낼 필요가 없었으면 뒷부분에라도 밝혀 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시대를 알면 그림이나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를 대충 알 수 있어서 이해하는 데 작게나마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고보니 <에밀리>라는 책에서도 에밀리가 태어난 해는 본문에 나오지 않았고 후기에 나와 있다. 그렇다면 이 책도 그런 식으로 구성이 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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