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황금성 초승달문고 37
이정아 글, 김재희 그림 / 문학동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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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아이들은 예쁘다. 단,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을 때만. 수업 시간에 선생님 말꼬리를 잡거나 말도 안 되는 질문으로 방해하고, 수업도 안 끝났는데 점심 시간에 몰래 집으로 가서 학교를 발칵 뒤집어 놓고, 친구들이 싫어하는 별명을 불러서 울게 만드는 아이가 있더라도 이야기로 읽을 때는 그저 재미있다. 그런데 만약 그런 아이들 둔 부모라거나 그런 아이를 가르치게 될 선생님이라면 과연 마냥 재미있다고 느낄지 모르겠다. 그런데 확실한 것은 그처럼 말썽꾸러기라도 찬찬히 들여다보면 예쁘다는 점이다.

 

이 책의 주인공 친구지만 실제로는 주인공이나 다름없는 황금성이 그렇다. 위에 이야기한 것 모두에 더해 입학 첫 날부터 할머니 선생님은 싫다고 대놓고 말하고 수업 공개 때 아이들이 모두 선생님 옷 예쁘다고 칭찬할 때 스님 같다고 돌직구를 날리는 아이다. 어디 그 뿐인가. 왕놀이를 하다가 화장실에서 볼일 보고 있는 친구를 찾아가 '발로 화장실 문을 차고 손으로 두드리고 흔들면서 난리를 치'는 아이다. 그런데도 무조건 미워할 수 없는 묘한 매력을 지닌 것 또한 사실이다.

 

우선 황금성은 인간적이다. 1학년답게 행동한다는 뜻이다. 다른 친구들 이름을 가지고 놀려서 특단의 조치로 황금성 별명을 황금똥이라고 지어 부르자 울면서 친구들을 놀리지 않기로 하는 것만 봐도 가끔 말썽을 부리지만 귀여운 면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선생님도 '또 황금성이야'를 달고 살지만 결국 사탕을 주며 귀여워하는 것이다.

 

또, 황금성은 정이 많다. 건호의 왕관을 말도 안하고 가져가서 망가트리지만 다음 날 똑같은 걸 두 개 구해와서 같이 놀기도 하고 선생님 퇴임식 때 꽃다발을 구하기 위해 애쓰는 것만 봐도 그렇다. 다른 사람의 물건을 사용하고 싶을 때 먼저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몰라서 그런 것 뿐이다. 화자인 건호는 자신의 성격과 반대로 어디서나 당당하게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고 다른 사람 눈치보지 않는 모습이 부러워서 황금성을 그처럼 좋아하는 것일 게다. 그렇다고 건호가 황금성이 하자는 대로 행동하느냐면 그것은 또 아니다. 왕관을 가져갔다고 싸우는 것만 봐도 그렇다.

 

이제 갓 입학한 1학년들의 천방지축 학교생활을 다룬 이야기이자 아직 배울 게 많고, 변화 가능성이 충분한 아이들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이야기다. 건호 할아버지의 능청스런 대처와 정년 퇴임을 앞둔 선생님의 정감 넘치는 모습, 솔직한 학부모의 마음 등이 양념처럼 들어있어 읽는 재미를 더한다. 마지막에 건호가 말대꾸 하는 모습은 황금성에게 물든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비록 들킬까봐 조마조마하긴 하지만 건호도 조금씩 당당하게 변화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단, 너무 지나치지만 말거라, 건호야. 새로 온 젊은 선생님의 등장으로 또 다시 시끌벅적한 교실이 펼쳐질 것 같은, 이어지지 않을 뒷이야기가 괜히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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