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은 몬스터! 사계절 그림책
피터 브라운 지음, 서애경 옮김 / 사계절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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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받지 못한 이 세상 모든 선생님들과

이해받지 못한 이 세상 모든 어린이들에게

 

  작가의 헌사인 위의 두 줄이 책에 대한 모든 것을 설명한다. 서로 같은 것을 꿈꾸지만 바라보는 것이 달라 결국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경우를 흔히 본다. 같은 공간이지만 그들과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바라보니 더욱 그렇다. 서로를 이해한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중요한지 알면서도 그렇게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비와 선생님의 행적을 따라가면 그에 대한 해답은 아닐지라도 힌트 정도는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세상에 과연 일방적인 것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모든 것은 상호작용한다. 즉, 바비가 바라보는 선생님은 몬스터지만 바비의 행동을 보면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나라도 그렇겠다는 무언의 격한 동의이다. 첫 장부터 바비에게 불리한 장면이 펼쳐진다. 순진한 얼굴을 하고 교실 가운데에서 수업 시간에 종이비행기를 날리는 바비. 다른 친구들조차 한심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모두 바비를 바라보고 있다. 선생님은 당연히 무서운 얼굴로 바비를 혼내준다. 바비가 바라보는 선생님은 손톱과 이가 날카롭고 목도 없을 정도로 뚱뚱한 초록색 괴물이다. 발소리도 쿵쿵거리고 목소리도 쩌렁쩌렁한, 쉬는 시간에 꼼짝도 못하게하는 못된 괴물일 뿐이다.

 

  그런 선생님을 하필이면 공원에서 '우연히' 만나고 만다. 이미 서로를 보았기 때문에 도망가지도 못하고 같은 의자에 앉는다. 물론 둘의 거리는 멀다. 또한 선생님은 엄청 크고 바비는 무척 작다. 모르긴해도 선생님도 속으로 무척 불편할 것이다. 서로 어색하게 조금씩 말을 이어가지만 대화는 매끄럽지 못하고 뚝뚝 끊어진다. 이때까지도 선생님은 바비의 이야기에 대답을 할 뿐 대화를 이어갈 적극적인 자세는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바람에 모자가 날아가고 그것을 바비가 찾아오면서 분위기는 반전된다. 너무 기쁜 나머지 선생님이라는 체면도 잊고 기뻐서 방방 뛰었던 것이다. 아마 지금까지 선생님이 말을 아낀 것인 권위를 지켜야한다는 생각때문인 듯하다.

 

  그런데 함께 꽥꽥이 놀이를 하면서 둘 사이의 거리는 사라지고 드디어 선생님과 제자가 아닌 인간으로서 서로를 대하기 시작한다. 물론 이때부터 선생님의 모습이 조금씩 변한다. 바비가 자신의 비밀장소로 선생님을 안내하고 그곳에서 선생님은 바비에게 종이를 줌으로써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이제 선생님은 초록색 몬스터가 아닌 예쁜 선생님으로 변했고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을 봐도 둘의 사이가 가까워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사실 바비는 변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 수업시간에 여전히 종이비행기를 날려서 아이들의 눈총을 받고 선생님한테 혼난다. 선생님 또한 변한 것이 없다. 여전히 발소리는 쿵쿵거리고 목소리는 쩌렁쩌렁하다. 그러나 정말 변한 것이 없을까. 겉으로 보기에는 변한 것이 없지만 그들의 내면에서 모종의 변화가 있었다는 사실을 감지할 수 있다.

 

  누군가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가도 막상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충분히 공감가고 이해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커비 선생님과 바비도 마찬가지가 아니었을까. 이래서 사람은 소통을 하며 살아야한다. 이해를 위해서 필요한 과정 내지 절차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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