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 과수원을 지키는 소년 라임 청소년 문학 9
윌리엄 서트클리프 지음, 이혜인 옮김 / 라임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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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뱅크시의 작품을 살펴보다 발견한 분리장벽 그림. 낡은 장벽에 그려진 그림을 보면 마치 장벽 구멍으로 바다가 보이는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들곤 한다. 그것이 말도 안 되는 장벽이라는 사실을 잠시 망각한 채 공사장 울타리 정도로 생각하고 멋지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러다 그것의 실체를 깨닫는 순간 암담한 현실로 돌아온다.

 

  사람들이 아무리 뭐라 그래도 꿈쩍 않는 이스라엘 사람들을 보며 기가 막히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런 책이 있다는 것 만으로도 조금 위안이 되고 약간의 희망이 보이는 듯하다. 다만 그들에 의해 씌어진 책이 아니라 다른 나라 사람이 쓴 책이라는 사실이 씁쓸하지만 말이다. 흔히 피해자의 눈으로 그려지는 이야기는 많아도 가해자의 눈으로 그려지는 이야기는 찾아보기 쉽지 않은데 이 책은 가해자의 눈으로 바라보는 피해자의 모습이라 인상적이었다.

 

  팔레스타인인에 의해 아버지를 잃은 조슈아는 엄마와 함께 팔레스타인 사람을 극도록 경멸하는 리브 아저씨를 따라 이스라엘 정착촌인 아마리아스에서 살게 된다. 한창 사춘기이기도 하지만 뭔가 자신의 신념과 맞지 않는다는 느낌 때문인지 조슈아는 리브 아저씨와 사사건건 부딪친다. 비록 조슈아 아버지가 팔레스타인 사람에게 죽었지만 아버지의 평소 행동을 보면 개인의 신념과는 무관한,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에 총을 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집에서는 절대로 군복 입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것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리브 아저씨는 정반대의 사람이니 조슈아가 싫어하는 것도 당연하다. 사실 나중에는 결국 화해하고 함께 살게 되지 않을까 짐작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조슈아는 우연히 땅굴을 발견해서 이웃 마을이자 원수와 같은 나라인 팔레스타인으로 넘어가지만 위기에 처한 조슈아를 구해준 팔레스타인 소녀를 직접 보고 나서 가치관에 혼란을 느끼기 시작한다. 수도 없이 들었던 말, 분리 장벽 저편에는 우리를 내쫓고 죽이려고 하는 원수가 산다는 그 말이 과연 사실일까를 의심하기 시작한 것이다. 어느 곳에서나 변화의 시작은 작은 의심이 아닐런지. 자신을 도와준 릴라 가족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것이라고는 아마리아스에 있는 릴라네 올리브 과수원을 잘 가꾸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일하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다. 철저히 세뇌된 새아버지 같은 사람들은 절대로 순수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니까. 조슈아를 도와주다 크게 다친 릴라 아버지를 위해 결국 팔레스타인으로 몰래 들어갔다 나오다가 척추에 손상을 입어 하반신 마비가 되고 만다.

 

  과연 조슈아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그곳에 얼마나 될까. 어느 곳이나 올바른 생각을 가진 사람은 있겠지만, 공격 받을 팔레스타인 땅을 구경하기 위해 언덕에 올라가 있는 이스라엘 사람들의 모습이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리브 아저씨의 마음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들의 행동이 옳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꼬인 매듭을 풀 날이 올런지 모르겠지만 조슈아와 같은 사람이 차츰 늘어가기를 기대한다. 그들 내부에서 이런 목소리가 나온다면 더욱 좋을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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