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비행 푸른숲 징검다리 클래식 38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박상은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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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로는 작가나 작품배경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는 것이 방해가 되는 경우가 있다. 생 텍쥐페리야 워낙 유명한 작가이고 그 자신이 비행사였던 경험을 살려 다양한 책을 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이 책을 읽으며 나도 모르게 파비앵과 생 텍쥐페리를 동일시하고 있었다. 파비앵이 결국 돌아오지 못했을 때 얼마나 안타까웠던지. 그러다 정신을 차리고나서는 이것이 생 텍쥐페리의 마지막 작품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얼마나 안심했던지.

 

  밤에 비행을 못한다면 어떨까를 지금까지 생각해보지 않았다. 조금 걱정을 한 적은 있겠으나 비행기가 다닌다면 당연히 언제나 가능하리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한 마디로 어떤 일이든 개척할 때는 어려움이 있었다는 당연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던 것이다. 낮에 출발해도 지구를 반 바퀴 돌아 어딘가에서 밤을 거쳐야만 하는 상황이 되는 당연한 사실을 말이다. 분명 소설인데도 불구하고 자꾸 다큐로 생각되어지는 것은 왜인지. 얼마 전에도 비행기가 실종된 사고가 있었기 때문은 아닐런지.

 

  리비에르는 어찌보면 냉혈한 같은 사람같지만 이런 사람이 있기에 우리가 조금씩 편한 삶을 누리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 속으로는 정이 깊고 부학 직원을 무척 걱정하지만 겉으로는 엄격하고 오로지 일 밖에 모르는 것처럼 여겨지지만 미워할 수가 없다. 웬지 모르게 정이 간다고나 할까. 그것은 아마도 작가가 리비에르에게 정을 갖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작가는 비리에르의 실제 모델이며 헌정 문구에도 나와 있는 디디에 도라에게 깊은 신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떤 모습으로 그리든 그에 대한 애정이 묻어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어린 왕자>가 아니고는 일부러 찾아 읽지 않았던 생 텍쥐베리의 다른 작품을 읽는 계기가 되어 기쁘다. 비록 파비앵의 실종이 안타깝고 신혼의 단꿈을 꾸기도 전에 아픔을 겪은 시몬의 상황이 눈물나게 안타깝지만 이건 소설이니까, 허구니까 괜찮다. 게다가 이게 생 텍쥐페리의 마지막 작품이 아니라는 사실이 큰 위안을 준다. 실제로 실종되었다가 나타났다고 했으므로. 이거 원 내가 소설을 읽은 건지 그의 자서전을 읽은 건지 헤매고 있는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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