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가족의 조건 라임 청소년 문학 5
줄리아 도널드슨 지음, 김선희 옮김 / 라임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첫 부분을 읽으면 불량한 청소년들이 개과천선을 하거나 자아를 찾아가는 이야기라 생각될 정도로 소재가 좀 그렇다. 계획적으로 가출을 하는 레오와 손에 시커먼 메니큐어를 바르고 눈화장을 한 핀레이 이야기가 나오니 그럴 수밖에. 게다가 핀레이는 남자다. 두 이야기가 서로 다른 지점에서 펼쳐지지만 곧 하나로 만나리라는 것을 지금까지 읽었던 여러 책들을 통해 쉽게 짐작 가능하다.

 

다짜고짜 레오가 가출하는 장면부터 나와서 그렇지 사실 레오의 상황을 알면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예술가 부모님과 함께 행복하게 살던 레오가 비행기 사고로 부모님을 한꺼번에 잃었으니 그 충격은 오죽할까 싶다. 보통 그런 상황이 되면 일상생활을 이어나가는 것조차 힘들텐데 레오에게는 그보다 더 심한 걱정거리가 있어서 가출을 결심한다. 이모 집에서 얹혀 사는 것도, 사촌들이 은근히 괴롭히는 것도 힘든데 이모부의 이상한 눈빛은 특히 참기 힘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자식의 결혼을 극구반대하다 결국 의절하고 살던 할머니 할아버지를 찾아나서게 되었고 이것이 결과적으로 가출이 되어버렸다.

 

사실 여기까지의 이야기는 그냥 가족을 찾아 헤메다 만나는 이야기겠거니 했는데 레오가 글래스고에서 만난 메리 할머니와 함께 며칠 지내는 상황을 보며 가슴 뭉클하기도 하고 걱정스럽기도 하다. 길거리에서 만난 레오를 선뜻 집으로 데려와 이것저것 챙겨주는 할머니가 레오에게 감정이입한 독자의 입장에서 무척 고맙지만 그 뒤의 행동들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할머니가 이상한 사람들-아마도 알콜중독자와 정신이상자인 듯한-과 어울리는 것까지는 좋은데 문제는 할머니도 점점 이상해진다는 점이다. 작가는 할머니의 병명을 이야기해주지 않지만 여러 상황으로 봐서 정상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럴 때 핀레이가 도움을 많이 준다.

 

핀레이의 시선을 따라가며 이야기를 듣다 보면 이렇게 착한 학생인데 왜 학교에서는 계속 벌점을 받는지, 왜 엄마는 믿지 못하는지 의아하지만 핀레이가 엄마에게 하는 말을 들으면 엄마의 심정이 충분히 이해가 간다. 만약 완전히 객관적인 입장에서 핀레이를 관찰한다면 그야말로 불량학생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툭하면 거짓말에 약속 안 지키고 숙제도 안 해가며 옷차림이 요상하다면 말이다. 그러나 핀레이의 마음을 알고 상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럴만한 사정이 있다. 진작 엄마에게 솔직하게 말했다면 사정이 좀 나아지지 않았을까 싶다.

 

여하튼 레오는 할아버지와 사촌을 만나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게 되고 핀레이도 신뢰를 회복하게 되어 다행이다. 그야말로 모든 것이 잘 해결되었다. 비록 메리 할머니는 병원에 가고 퇴원을 하더라도 계속 약물치료를 받겠지만 메리 할머니의 친절이 없었다면 레오는 어떻게 되었을지 모른다. 뒷표지에서 가족에 대해 색다른 질문을 던진다고 되어 있지만 글쎄 그 정도까지는 잘 모르겠다. 만약 메리 할머니가 레오를 가족으로 받아들여 생활했다면 이렇게도 가족이 될 수 있겠구나 생각하겠지만 어쨌든 레오는 친척들과 함께 살게 되었으니 전혀 새로운 가족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도 사람을 만나고 서로 걱정해주는 것이 사는 맛 아닐런지. 그런 의미에서 레오와 핀레이, 메리 할머니는 제대로 잘 살고 있다고 얘기해도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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