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끼를 키우는 자유학기제 - 자유학기제 연구학교 이야기
자유학기제 연구학교 교사 모임 지음, 김학수 그림 / 라임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책을 받은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건만 선뜻 집어들지 못하다가 아무래도 더 늦으면 안 되겠다는 위기감에 읽기 시작했다. 사실 내용이 어려운 것도 아니건만 책을 읽지 않은 이유는 나 스스로 너무 잘 알고 있다. 우리나라 교육에 대한 기대라는 것이 이미 사라져버린 상황에서 또 뻔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제도를 만들어도 결국은 현재의 대입제도 아래에서 변질되고 말 것이라는 자조가 어디 하루이틀이냐 말이다. 집중이수제를 도입하면서도 좋은 이유에 대해 온갖 것을 갖다 부쳤지만 현장에서 들리는 말이나 아이가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 도대체 정말 좋은 제도인지 의아했던 경험도 한몫했다. 만약 밖에서 학부모로서만 바라봤다면 이 자유학기제라는 것이 무척 좋아보여서 책을 받자마자 읽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학교와 한 발 비켜서 있는 상황이지만 어쨌든 학교라는 곳을 조금 들여다보니 밖에서 보는 것과 현장은 차이가 많이 난다는 당연한 이치를 다시금 깨달을 뿐이다. 누구를 탓할 것이 아니라 독서수업을 하면서도 느낀 바에 의하면 나 또한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비록 중간 과정이 약간 흡족하지 않고 부족한 부분이 많았어도 그럴듯한 결과물이 나오면 잘 마쳤다고 생각하는 자신을 보며 내가 비판할 자격이 있나 싶었다.

 

요즘 교육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혁신학교니 창의지성학교니 하는 것들을 듣고 그에 관련된 것들을 주워 들으며 의아해했던 마음이 이 책을 선뜻 집어들지 못하게 한 또 다른 이유다. 학생이 많건 적건 상관없이 동일한 예산을 주는 것도 뭔가 맞지 않는 것 같고 과연 이것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도 든다. 일회성, 단발성 기획이 아닌가 하고 말이다. 결국 얼마 안 있으면 원래대로 돌아갈 것이니까.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혁신학교 선생님이 사례발표를 하면서 '꿈꾸던 교사를 실행하게 해 준 제도'라고 말하는 이야기를 듣고 집에 오자마자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 사례발표는 어떤 권위적인 자리에서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한 발표가 아니라 그야말로 순수하게 동료들에게 경험을 나누는 자리였기에 더 믿음이 갔다. 그러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당장은 보여지기 위한 단발성 기획일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방향은 그게 맞는 것이 아닌가하는. 마찬가지로 자유학기제도 결국 우리의 교육이 나아가야할 방향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책을 읽고 바로 리뷰를 쓰게 되었다.

 

물론 그렇다고 이 책에 나온 사례에 전적으로 신뢰를 보낸다는 얘기는 아니다. 책으로 펴내고 결과물을 보니 그럴듯해 보이는 부분도 분명 없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전체적인 교육방식이 이런 식으로 간다면 지금보다는 나아보인다. 그러기에는 현장의 교사들이 무척 고생하겠지만. 현재는 자유학기제 연구학교를 시범운영한 것이지만 앞으로 점차 확대될 것인가 보다. 만약 그렇지 않고 몇몇 학교만 이런 식으로 운영한다면, 그리고 그러다 교육감이 바뀌고 정권이 바뀐다고 해서 흐지부지된다면 또 다시 불신을 자초하게 될 것이다. 사실 몇몇 학교만 이런 제도를 운영한다고 해서 무언가가 바뀌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당장 고입에서부터 문제가 발생할 테니까. 아이를 고등학교에 보내면서 예전의 대입 때 겪었던 것을 지금은 고입에서부터 겪는구나 싶어 씁쓸했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결국 제도 전체가 일관성을 유지해야 하고 꾸준히 시행될 수 있어야 학부모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교육제도의 변화를 시도했으나 제대로 변화된 것이 없는 걸 보고 경험했기에 자유학기제도 이 책의 내용만 보고는 어떤지 판단하지 못하겠다. 한계와 현실을 지적하는 여러 경험담을 읽으며 그것이 개선은 되겠지만 제도적으로 꾸준히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소용없다는 사실 또한 뻔하니까.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책의 내용처럼만 운영되었다면 중학생들에게 더 없이 좋은 경험을 제공한 것이고 훌륭한 교육을 실행한 것이기에 교육부에서 그들의 의도대로 기획된 책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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