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 머시기데이 라임 청소년 문학 1
핀 올레 하인리히 지음, 이덕임 옮김, 라운 플뤼겐링 그림 / 라임 / 2014년 1월
평점 :
절판


  사람은 다양한 계기와 경험을 통해 조금씩 성장한다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면, 내가 언제 죽는가에 대해 전혀 상관하지 않다가 아이를 키우면서 그 시기가 조금이라도 늦춰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게 되었고, 남편이 차를 가지고 출퇴근할 때 퇴근 길에 가게에 들러 먹을 것도 안 사온다고 서운해했던 것들이 내가 막상 운전하고 보니 중간에 가게에 들른다는 것이 결코 쉬운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조금씩 다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고 나를 돌아보면서 성장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 면에서 파울리나도 힘든 경험을 통해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모두가 이처럼 힘든 상황을 통해 성장할 필요는 없겠지만 만약 그런 상황이라면 좌절하고 포기하는 것보다는 극복하고 성장하는 편이 나을 테니까.

 

  파울리나도 어느 날 갑자기 환경이 바뀌었으니 얼마나 힘들까. 큰 집에서 작은 집으로 이사를 온 것 하나만으로도 힘들텐데 엄마와 아빠가 이혼까지 했으니 말이다. 이처럼 파울리나의 방황이 전체 내용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큰 집에 아빠 혼자 살고 엄마와 자신은 오히려 작은 집으로 이사한 것도 이해가 안 가고 집안이 이상한 플라스틱 손잡이 천지인 것도 적응이 안 되는 것이다. 파울리나 부모님의 사이가 전부터 안 좋아서 눈치를 챘더라면 이처럼 황당하지는 않을 텐데 파울리나의 회상에 의하면 그것도 아니었으니 더 이해하지 못할 수밖에. 그래서 파울리나는 학교에서도 친구들과 어울리려고 노력도 하지 않는다. 그리고 마음 속으로는 오로지 아빠에게 복수하겠다는 생각만 한다.

 

  파울리나의 시선으로 상황을 판단할 수밖에 없는 독자는 전적으로 파울리나의 편에 설 수밖에 없다. 아니 엄마는 도대체 왜, 딸이 이렇게 힘든데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고 너무나 평범하게 생활하는가 말이다. 또 할아버지는 얼마나 쿨한가. 아들과 며느리가 이혼했다는데도 전혀 신경쓰지 않고 자기만의 생활방식에 대한 예찬만 늘어 놓는 걸 보며 문화차이라는 게 바로 이런 것이구나 싶기도 했다. 최근에 방영된 모 드라마에서는 이혼한 딸 문제에 적극 개입해서 사돈한테까지 찾아가는 우리네 문화와는 달라도 너무나 많이 다르다.

 

  그러나 엄마의 현재 상태를 알고 자신을 데리고 나올 수밖에 없었던 절박한 상황과 아빠도 파울리나와 마찬가지로 혼란스러워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차츰차츰 현실을 받아들이게 된다. 하긴 누구나 현실을 바꿀 수는 없기에 종국에는 받아들이게 되는 당연한 수순이겠지만. 단순히 부모의 불화로 이혼하고 그러한 사실 때문에 방황하는 이야기였다면 차라리 마음이 더 편했을 텐데, 인간의 의지로 어떻게 할 수 없는 그러한 상황이라 더 안타까웠다.

 

  마지막까지 아빠가 가정을 지키기 위해 현실을 헤쳐나갈 것이라는 암시를 주면서 끝을 맺는데, 바로 앞 장에서는 파울이 파울의 아빠를 만나는 모습을 보고, 아빠란 어딘가에 있는 것만으로도 힘이 된다고 생각할 줄 알았다. 헌데 바로 다음에 아빠의 책임과 의무를 상기시켜서 조금 의아했다. 또한 제목으로 설정된 생일파티가 파울리나에게 어떤 변화의 계기를 주었는지 모르겠다. 위에서 말한대로 파울의 생일파티에 참석하고 파울리나의 아빠를 이해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러나 파울의 아빠에 대해 잔뜩 궁금증을 유발시켜 놓고 아무런 설명도 없이 아주 쿨하게 그 상황을 벗어나는 그런 방식이 우리에게도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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