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선생님, 영국 가다 - 교과서 들고 떠나는 세계문학기행 생각이 자라는 나무 24
강혜원 지음, 김학수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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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좋아하는 시리즈다. 깊이 있는 내용을 바란다면 부족한 감이 없지 않지만 교과와 연관된 내용을 가볍고 재미있게 접근하기에는 제격이다. 이번에는 문학을 소재로 한 영국여행이다. 내가 문학을 많이 읽었다고 할 순 없지만 이 책을 읽다 보니 그래도 나름대로 청소년 시절에 읽었던 책들이라 더 반가웠다. 특히 토마스 하디의 <테스>가 지금도 종종 생각이 나서 다시 한번 읽어볼까 말까 망설이던 중이었다. 망설였다는 얘기는 특별한 계기가 마련되지 않으면 읽지 않을 것이라는 반증. 허나 이 책이 계기가 되어 결국, 읽었다. 그것도 새로 구매해서!

 

  저자가 이야기하듯이 나도 청소년 시절에는 당시의 시대적 배경이 어떠했는지, 여성의 인권이 어떠했는지에 대한 생각없이 그냥 서사에 이끌리며 읽었던 듯하다. 워낙 오래되기도 했거니와 기억력이 좋지도 않은 덕분에 세세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고 그저 테스가 에인젤을 사랑했고, 에인젤도 사랑했으나 어떤 일 때문에 둘의 사랑이 어긋났던 정도만 생각났다. 물론 테스가 나중에 살인을 했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던 것은 알고 있었지만 테스가 붙잡히기 전에 갔던 곳이 스톤헨지였는지는 전혀 몰랐다. 그러고 보면 책을 읽을 때는 단순히 서사를 따라가서 줄거리를 꿰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읽을 때의 분위기와 당시에 느꼈던 자연과의 교감(?)이 기억에 남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곤 했다. 어렸을 때 셜록 홈즈를 읽으며 느꼈던 것들이 지금 읽으면 식상할 거라 생각했으나(내용도 뻔히 알고 홈즈의 사건해결 방식도 뻔하니까) 내용을 떠나서 노을지는 마을과 풀냄새 나던 들판이 생각나는 걸 보면 단순히 내용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확신한다. 그렇게 이 책을 읽으며 청소년 시절의 나를 떠올리는 시간이었다.

 

  우리가 생각하기에 셜록 홈즈 박물관이라면 그 주변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다 알 것 같지만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은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지 저자는 셜록 홈즈 박물관을 찾느라 고생했다고 한다. 하긴 가끔은 내 주변에 있는 것들은 멀리서 온 사람들이 더 잘 아는 경우도 있지. 부산에 있는 추리문학관을 어떨결에 가긴 했지만 내 기억에 매니아층이 아닌 사람은 일부러 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 솔직히 아는 만큼 보인다고, 관심이 없거나 모르는 상태에서는 별 것 아닌 것으로 여겨지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상당히 큰 의미로 다가오는 것이 세상 이치다.

 

  오랜만에 문학의 정취에 흠뻑 젖어 제인 오스틴도 만나고 브론테 자매도 만나고 디킨스도 만났다. 특히 <폭풍의 언덕>의 배경이 된 언덕을 가보고 싶다. 원래 문학 기행이라는 것이 가 보면 별 것 아닌 것도 있는지라(아는 만큼 보이기도 하는 법이고!) 저자의 여정이 모두 탐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폭풍의 언덕> 배경과 워즈워스에게 영감을 주었다는, 수선화가 피어있는 호수는 가보고 싶다. 안 그래도 이번 겨울에 다양한 구근을 사들였는데 그 중에 수선화도 있었다. 앞으로는 수선화를 보면 그 호수가 생각나지 않으려나 모르겠다. 이렇듯 책은 단순히 하나만 읽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연결고리를 만나는 과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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