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랏차차 뚱보 클럽 - 2013년 제19회 황금도깨비상 수상작 일공일삼 83
전현정 지음, 박정섭 그림 / 비룡소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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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변에 언제나 다이어트 중인 사람이 꽤나 있다. 물론 우리 가족을 포함해서. 보기에 별로 뚱뚱하지 않은 사람조차 다이어트를 해야한다는 강박이 들 정도로 다이어트 열풍이 거세다. 지금은 뚱뚱한 것이 보기 안 좋아서가  아니라 건강에 좋지 않기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보기 안 좋아서라는 이유가 더 큰 것이 사실이다. 은찬이 엄마가 다른 이유가 아니라 아들이 친구들에게 놀림받을까봐 다이어트를 종용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요즘은 초등학생들 중에도 비만이라고 여겨지는 아이들이 꽤 많다. 그런데 비만인 아이들의 특징 중 하나가 먹는 것만 보면 사족을 못 쓴다거나 먹을 걸 달고 산다는 점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남편도 그런 편인데, 먹는 것에 대해 초연해지면 안 되겠느냐고 이야기하면 마음은 그러고 싶지만 절제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먹는 것에 대해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 사람으로서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이야기겠지만 뚱뚱한 사람들은 그 체중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몸이 그렇게 반응한다고 말한다. 은찬이가 먹을 것만 생각하고 먹을 것만 보면 사족을 못 쓰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은찬이는 그나마 좋은 기회를 만나서 다행이다. 대개의 뚱뚱한 아이들은 그저 놀림의 대상이 될 뿐인데. 실제로 은찬이처럼 그렇게 운이 좋은 아이가 현실에서 얼마나 될까. 역도부가 있는 학교도 드물 뿐더러 뚱뚱하다고 역도를 잘 하는 것은 아닐 테니. 그나마 은찬이는 아빠의 피를 물려 받아 선천적으로 튼튼한 몸을 타고 났기 때문에 역도를 할 수 있던 것이지 그냥 뚱뚱하기만 하다고 역도를 할 수 있는 건 절대 아니다. 그러니 은찬이가 얼마나 운이 좋은가 말이다.


  뚱뚱한 아이도 나름대로 비만에서 벗어나고 싶어하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을 뿐이고 뚱뚱한 사람도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예쁜 옷을 입고 싶어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은찬이와 은찬이 엄마의 입을 통해 이야기한다. 실제로 큰사이즈 옷을 판매하는 홈쇼핑에서 보통의 모델에게 옷을 입혀서 광고를 하는지 모르겠지만, 은찬이 엄마의 일이 갑자기 잘 풀리는 설정이 조금 억지스럽다. 동네 짜장면 집에서 밥을 먹고 있을 때 마침 그 자리에 홈쇼핑에 나오는 회사 사장이 있었다는 설정이 뜬금없어 보인다. 그 사장이 나오는 순간 앞으로 은찬이 엄마의 일이 잘 풀리리라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몇 장 남지 않게 되자 예슬이와의 일도 자연스럽게 잘 풀리고 역도부 주장과의 관계도 좋아졌으며, 아니 오히려 든든한 멘토가 되기까지 한다. 얄미운 행동을 하는 준영이의 행동도 고쳐지는 등 모든 것들이 올바른 방향으로 바뀐다. 항상 지적하듯, 결말에서 모든 것을 급하게 마무리지으려는 조급성이 엿보인다. 그렇다고 관계가 안 좋은 상태로 끝마치면 마무리가 깔끔하지 않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그런 식으로 끝마치는 책도 꽤 있으니 독자도 어느 정도 그런 식의 결말에 익숙해졌을 것이다. 어쨌든 뚱뚱한 사람들의 마음과 애환을 조금이나마 생각해 볼 수 있는 동화책이라는 점만은 이견의 여지가 없다. 뚱뚱한 어린이나 뚱뚱한 엄마 때문에 고민하는 아이를 다룬 이야기가 있긴 했지만 뚱뚱한 것을 창피해하고 어떻게든 살을 빼려고 하는 이야기였다면 이 책은 뚱뚱한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이용하려는 이야기는 처음이지 싶다. 그것만으로도 읽은 보람이 있다고 하면 지나치게 관대한 평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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